외국사례 베끼기 바쁜 '디지털 퍼스트'

[신문의 길을 묻는다] ③방향성 없는 디지털 전략
오프라인 중심 제작 관행
클릭수·출고 속도만 방점
플랫폼 맞춤형 콘텐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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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신문사들이 NYT혁신보고서에서 제시된 ‘디지털 퍼스트’를 강조하고 있지만 콘텐츠 생산, 유통, 관리 등이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된 구조로 바뀌고 있느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뉴스 소비의 중심이 종이신문에서 웹, 웹에서 모바일로 이동하면서 주요 신문사들이 ‘디지털 퍼스트’ ‘모바일 퍼스트’ 전략 수립에 분주하다.


종이신문에 등 돌린 독자들의 발걸음을 되돌리겠다는 구상인데, ‘절대 강자’가 없는 모바일 부문을 선점하는 동시에 매년 줄어드는 종이신문 매출 하락속도를 모바일 등을 통해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해서다.


하지만 각 사가 추진 중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의 방향성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콘텐츠 생산, 유통, 관리 등이 ‘디지털 퍼스트’에 최적화된 구조로 바뀌고 있느냐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지난해 5월 뉴욕타임스(NYT)의 ‘혁신 보고서’가 공개되면서 국내 신문사의 유일한 ‘구세주’처럼 여겨졌다. NYT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종이신문의 제약에서 벗어나 디지털 뉴스 생산에 가능한 모든 역량을 투여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주요 신문사들이 추진 중인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클릭 수를 높이기 위해 검색어 장사를 하거나 종이신문보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에 기사를 먼저 노출시키는 ‘선(先) 출고’ 개념이 짙다. 2000년대부터 시도됐던 ‘온라인 강화’ 전략과 유사한 부분이다. 


디지털 퍼스트는 웹, 모바일 등 각 플랫폼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생산하자는 게 ‘지상과제’인데 비해 각 신문사가 추진하고 있는 전략은 기사출고 속도에만 방점이 찍혀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단기 성과인 ‘트래픽’에 목을 매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다고 신문 관계자들은 설명했다.


엄호동 파이낸셜뉴스 온라인편집 부국장은 “신문보다 모바일이나 인터넷에 먼저 기사를 출고하는 것을 디지털퍼스트로 착각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진정한 의미의 디지털퍼스트 전략은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편집국 내 디지털 마인드를 확산시키기 위해선 트래픽 증가 등 동기부여가 필요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또 다시 ‘트래픽 늪’에 빠질 경우 디지털퍼스트 전략의 지향점인 독자들을 위한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든 것엔 소원해질 수밖에 없다고 관련업계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더구나 언론산업을 둘러싼 환경이 다르기 때문에 해외 사례를 무턱대고 쫓아가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예컨대 유료화 성공모델로 NYT가 꼽히는데, NYT의 신문 독자와 온라인 독자는 별개의 시장이다. 종이신문 독자 대부분이 미국 뉴욕시민이라고 하면, 온라인 독자는 전 세계 네티즌들이 대상이다. 이와 반대로 우리의 경우 최대 7000만명이다. 시장이 작다보니 ‘규모경제’가 형성되지 않아 비용 대비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우리 실정에 맞는 ‘디지털퍼스트 전략’을 고민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종이신문에 조직의 역량이 지나치게 편중됐고, 편집국 중심으로 관련 논의가 진행된 것도 ‘디지털퍼스트’를 발목 잡는 요인 중 하나다. 


진정한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무엇일까. 전문가마다 다소 견해차가 있지만 모바일, 웹 등 각각의 플랫폼에 최적화된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장난감 ‘레고’ 조각처럼 각각의 콘텐츠가 독립성을 갖되, 얼마든지 재조합해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


이를 위해선 우선 다양한 형태의 콘텐츠 생산이 전제돼야 한다. 예컨대 신차 발표회 사진의 경우 종이신문처럼 풀 샷 장면뿐 아니라, 다양한 내부 사진 등을 보유해야 한다. 텍스트도 마찬가지다. 모바일, 웹 등에 적합한 문체로 바꿔야만 한다. 이를 충족시켜야지만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시킬 수 있고, ‘디지털 퍼스트’에 한 발 다가 설 수 있을 것이라고 신문업계 관계자들은 전망했다.


실제 스마트폰에 기반한 동영상 뉴스서비스 대표주자인 ‘나우디스뉴스(NowThisNews)’가 생산하는 뉴스의 길이는 6초와 13초짜리로 나뉜다. 6초짜리의 경우 트위터가 만든 동영상 플랫폼 ‘바인’을, 13초 길이의 동영상 뉴스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유통된다. 같은 플랫폼 내에서도 독자들의 성향에 따라 뉴스를 재가공하기 위한 움직임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국내 언론도 초기 단계이지만 ‘카드뉴스’를 통해 SNS 독자들과의 눈높이를 맞추기 위한 시도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한발 더 디지털퍼스트에 다가가기 위해선 ‘신문의 틀’에 박힌 기사 제작 관행에서부터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한 경제지 온라인담당 국장은 “뉴욕타임스 혁신보고서가 알려진 이후 너나 할 것 없이 ‘디지털 퍼스트’전략이 생존 방안인 것처럼 오해한다”면서 “모바일이 대세가 되면서 ‘뒤처지면 안 된다’는 위기감 때문에 고민도 없이 일단 ‘해보고 보자’식으로 디지털퍼스트를 부르짖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일간지 온라인담당 기자는 “현재 인력 세팅이 종이신문 위주로 돼 있기 때문에 디지털퍼스트를 위해선 출입처 제도를 손봐야 한다”면서 “단독이나 기획물은 온·오프라인에서 모두 통하지만, 일부 신문사를 제외하곤 역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콘텐츠를 재조합해서 활용할 수 있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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