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독자'에 투자 그만…모바일로 눈 돌려야

[신문의 길을 묻는다] ①변해야만 사는 유통구조
부수확장 비용 콘텐츠 재투자하고
공동 인쇄·배송·윤전 인프라 고민해야
한계 노출 ABC부수인증 수술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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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 산업은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독자들은 종이신문을 더 이상 펼치지 않고,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뉴스를 소비한다. ‘뉴스를 돈 주고 본다’는 이야기는 요원해진지 오래다. 모바일과 인터넷은 기업들의 한정된 광고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신문 산업이 ‘아사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엄습하고 있지만, 뾰족한 대책도 없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 경우 종이신문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본보는 4회에 걸쳐 신문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점 등을 파헤치고 해법을 모색한다.

“주류시장 유통망이 왜곡됐다고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신문 유통망 역시 그동안 달라진 게 없습니다.”(메이저신문 A사 관계자)


2000년대 횡행했던 현금, 상품권, 자전거, 일정 기간 동안 신문을 무료로 볼 수 있는 ‘서비스 구독’ 등으로 대표되던 경품은 부메랑이 돼 신문업계를 짓누르고 있다.


독자들의 머릿속에 종이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면서 경품만 받고 의무 구독기간만 끝나면 다른 신문으로 갈아타는 ‘메뚜기 독자’가 늘었다. 


이 때문에 신문사들은 종이신문 독자수를 유지하기 위해 감당하기 힘들만큼 비용을 쏟아 부었지만 헛물만 켠 셈이다. 한정된 종이신문 독자를 놓고 ‘제로섬 게임’(승자와 패자의 손익을 합하면 제로가 되는 것)을 할 수밖에 없는 신문사들은 가해자이자 동시에 피해자다.


▲신문 관계자들은 전근대적인 신문유통 시장을 개선하기 위해 발행·유료부수 이외에 다양한 방법으로 신문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한편 유명무실한 공동배달제를 확대·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에 따른 후폭풍은 훨씬 컸다. 신문은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각 사가 미래의 먹을거리로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뉴스 유료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신문사 판매국장은 “신문을 구독할 때 공짜로 준 데다가 여기에 상품권 등 경품을 얹어 준 것은 신문의 가치를 스스로 갉아먹은 셈이 됐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해가 갈수록 가구 구독자수가 눈에 띄게 줄면서 부수확장 정책도 무의미해졌다는 점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14년 1월에 발표한 ‘2013년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 따르면 신문 가구 정기구독률은 지난 2006년 40.0%에서 2013년 20.4%로 7년 만에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신문업계에선 충성도 높은 ‘고정 독자’가 과거 20~30%대에서 10%대로 떨어졌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주거형태가 1,2인 가구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잦은 이사로 신문을 끊고 새롭게 보는 구독자 수가 많아진 탓도 있지만, 뉴스소비 패턴이 신문·방송에서 인터넷과 모바일로 급속히 이동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동아일보(206만부), 조선일보(232만부), 중앙일보(207만부) 등 ‘조중동’ 3사의 발행부수는 2003년 200만부를 넘겼지만 재작년엔 동아 90만, 조선 175만부, 중앙 126만부 수준까지 떨어졌다.


신문사 입장에선 출혈경쟁을 통한 확장정책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판단에서뿐 아니라 경기불황 탓에 기업광고가 줄어들면서 ‘경비절감’을 위해 불필요한 부수 줄이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신문업계에선 신문부수(48면 기준)를 1만부 줄이면 연간 6억원 내외(신문 1면당 제작원가 4원×48면×연간 발행일수 312일×1만부)의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고 독자수가 줄면서 엉성해진 판매망을 손 놓고 쳐다만 볼 수 없다는 게 신문업계의 가장 큰 고민거리다.
한 신문업계 관계자는 “지국 망이 무너지면 30만부대 이하로 떨어지는 것도 시간문제”라며 “두 개 이상의 신문을 배포하는 지국장의 경우 지원비가 많은 신문사만 적극 판매하고 나머지 신문은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신문 관계자들은 그동안 부수확장에 들어간 비용을 콘텐츠에 재투자하고, ‘모바일 시대’에 걸맞게 신문 영향력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종이신문 부수에 목을 맬 것이 아니라 모바일, 인터넷 등 다양한 방식으로 신문의 영향력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


실제 미국 뉴욕타임스는 2013년 5월 USA투데이를 제치고 미국 판매부수 2위에 올랐다. 미국 미디어감시기구(AAM)에 따르면 2013년 3월말 기준으로 뉴욕타임스의 구독자는 지난 6개월간 18% 증가한 187만부를 기록했다. 2011년 온라인 유료화 선언 이후 온라인 독자수가 급격히 늘었기 때문인데 뉴욕타임스의 온라인 독자 수는 113만명으로 신문만 보는 독자(67만6000명)보다 2배가량 많다.


신문사 관계자들은 “광고주들이 발행부수나 유료부수를 보고 광고 집행이나 광고 단가를 결정하기보다는 보험성 광고가 많다”며 “현행 ABC부수인증 제도를 개선하고 온·오프를 통합해 영향력을 측정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기존 ‘밀어내기’식 부수확장 정책을 과감히 수정하고, 유명무실한 공동 배달제를 확대·개편해 신문사들의 비용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김정섭 성신여대 교수(미디어영상연기학부)는 “신문의 역할은 공적 기능을 기대하는 반면 신문 경영은 시장논리에만 맡겨 놓는 것은 다른 매체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어긋난다”며 “문화부의 인프라 지원 하에 장기적으로 인쇄·배송·윤전 등의 시스템을 통합해 신문 제작비용 부담을 줄이고, 이에 따른 투자 여력을 콘텐츠에 재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신문사 관계자는 “과거 신문유통원의 공동배달제가 메이저신문으로부터 공격받은 이유는 배달만 담당하기 때문에 ‘중지 독자’에 대한 확장이 필요했던 메이저신문사의 이해관계와는 맞지 않았다”면서 “그러나 메이저신문 역시 지국 유지에 대한 부담 탓에 공배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과거와는 달라졌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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