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성 돋보인 작품 많아…기성세대 틀 깨고 창의적 발상으로 이어지길

2014 전국 초중고 학생 논술대회 심사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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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성 심사위원장·YTN웨더본부장

“대한민국 사회는 하나의 큰 세월호이다.”(고다흡/목운중학교)
한국기자협회 초중고 학생 논술대회를 통해 드러난 ‘세월호와 대한민국’은 ‘지금, 여기’에 있는 우리들의 민낯이고 현주소였다.
학생들은 여전히 세월호의 아픔을 기억하고 있었고 그 트라우마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있었으며 그 속에서 대안을 고민하고 있었고 대한민국의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


모두 1500여 편의 출품작 가운데 예심을 거쳐 올라온 작품은 초·중등부 각각 25편, 고등부 56편 등 모두 106편이었다. 논술에서 언급된 대표적 키워드는 ‘안전’, ‘늑장 구조’, ‘리더십’, ‘언론’이었다.
심사위원들은 문장력과 논리 전개, 창의성, 맞춤법과 원고지 사용법 등 내용과 구성을 제대로 갖추었는지를 놓고 최종 심사에 들어갔다.


초등학생 부문의 경우 전체적으로 감성적 글쓰기가 많았으나 몇몇 작품에서 나타난 명징한 사회의식은 심사위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교육부장관상을 받은 이상협 군은 성수대교-삼풍백화점-세월호로 이어져온 대형 안전사고를 언급하면서 70년대의 경제발전과 80년대의 민주화도 안전한 사회가 정착되지 못한다면 우리사회의 미래는 불투명하다고 진단했다.
‘나비효과’ 비유를 통해 논리를 전개한 한채연 양과 “이제는 안전한가요”라는 화두를 던진 김태윤 군의 논술 역시 최종심에서 경합한 수작이었다. 


중학생 부문의 경우 창의성이 돋보인 작품들이 많아 심사위원들이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였다.
교육부장관상의 영예를 차지한 오선민 학생은 “양심만으로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만들기엔 우리 사회 현실이 그렇지 못하다”고 지적하면서 ‘사회 감시’ 기능을 수행해야 할 언론의 역할을 강조했다. ‘타이타닉’과 ‘목민심서’를 예로 들면서 독창적인 논리를 전개해 나간 송하석 군의 글도 호평을 받았다.


고등학생 부문의 경우 최종 결정까지 심사위원들 간에 긴 토의가 이어졌다. 결선에 올라온 대부분의 작품들은 대체로 매끄러운 문장으로 구성면에 있어서는 흠잡을 데가 없었으나, 내용면에 있어서는 독창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논술의 형식은 잘 갖추었지만 내용은 평이했다는 것이 심사위원들의 중론이었다. 초중등학교에서 다져진 글쓰기가 고등부 진학 후 깊은 사유 과정을 거친 뒤 창의적 글쓰기로 이어지지 못하고 수능 대비형 기능적 글쓰기로 정체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바로 그것이었다. 페이스북 등 SNS에 친숙한 청소년들이 스마트 매체를 통해 유연한 사고를 하기 보다는 오히려 특정한 틀 안에 갇힌 사고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있었다. 


이같은 배경에서 심사위원들은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문제점을 모두 드러낸 것”이라는 전제로 시작해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대안을 제시한 정재헌 군을 교육부장관상 수상자로 최종 결정했다. “학교라는 공간은 단순히 입시를 준비하는 곳이 아닌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수 있는 인재를 배출하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재헌 군의 주장에 심사위원들은 공감했다. 


단어가 문장이 되고, 문장을 통한 글쓰기가 기성세대의 프레임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틀을 깨고 미래를 열어 가는 창의적 발상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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