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보도 2차 피해, 언론계 반성 시급

토론회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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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 토론회가 열렸다.  
 
‘나주 어린이 성폭행 사건’과 관련해 언론의 과도한 보도로 2차 피해를 입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수천만원의 손해배상을 받게 된 가운데, 언론 보도로 인한 범죄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언론개혁시민연대와 언론인권센터 주최로 10일 오후 4시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실에서 열린 ‘언론보도 2차 피해, 이제는 끝내야 한다’ 토론회에서 김종호 변호사는 “성폭행의 악몽은 피해자 가족 내부의 노력으로 이겨낼 수 있는 것이나, 언론 보도로 인한 피해는 피해자 가족의 노력과 상관없이 외부에 의해 잊혀야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 변호사는 “언론은 권리 위에 잠자거나 잠 잘 수밖에 없는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차별화한다”며 “사회적 약자였던 피해자 가족은 이러한 언론의 차별화에서 손쉬운 먹잇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12년 8월 당시 고종석은 전남 나주시 자택에서 자고 있던 피해아동을 이불째 납치해 성폭행하고 살해하려한 혐의로 무기징역과 성충동 약물치료 5년, 전자발찌 부착 30년, 신상정보공개 10년이 확정됐다. 사건 당시 이 사건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면서 수많은 언론사가 경쟁적으로 관련 기사를 쏟아냈다. 언론사들은 피해자 집 내부를 공개하고 피해아동의 일기장, 상처부위를 촬영한 사진을 보도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4부(부장판사 배호근)는 이 사건 피해자와 가족들이 제기한 손해배상 등 청구소송에서 채널A 2300만원, SBS 3000만원, 경향신문 2500만원 등 총 7800만원을 배상하고 관련 기사 일부를 삭제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채널A만이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토론에 참여한 패널들은 법원의 이번 판결이 앞으로 언론 보도행태에 유의미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불과 20여년 전에는 윤리적 다짐의 수준으로 끝났지만, 시간이 흐른 지금 범죄 피해자에 대한 윤리지침이 준수되지 않았을 때 언론의 책임이 불가피해졌다”며 “(이번 판결로) 그 시기가 당겨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는 법원 판결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법원은 가해자와 피해자 어머니가 친밀한 관계였다는 점이 범죄에 원인을 제공했음을 암시한 보도 등 일부 기사 내용에 대해 ‘공익성’을 이유로 위법성을 조각했다. 이에 대해 김 변호사는 “이 사건은 언론에 의한 2차 피해가 우려되는 극악무도한 아동 성폭력 사건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며 “일반적인 범죄보도와 동일한 기준으로 공익성을 심사하는 것은 재판부의 기계적 발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양재규 언론중재위원회 교육팀장도 “과연 공익이란 무엇인가”라고 반문하며 “이 사안이 공개되면 어떤 공익이 달성되는지 따지고 검증하는 작업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기자들의 반성의 목소리도 이어졌다. 박수진 헤럴드경제 기자는 “누구나 다 알고 있고 (보도준칙을) 지켜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에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당시 현장에 갔던 후배기자에게 물었더니 ‘당시 기자들 사이에 (보도 경쟁) 광풍이 불었고, 마음을 다잡지 못했던 것 같다. 피해자 어머니에게 사과를 전한다’고 하더라. 데스크에서 기사가 하달되면 취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습 때 배운 (기자 윤리 등) 교육 내용을 기억하는 경우는 안타깝지만 거의 없다”고 말했다.


송지혜 시사인 기자도 “최근 ‘칠곡 계모 사건’에서도 (언론의 무차별적 보도가) 이어지는 것을 생각하면 이 소송으로 인해 현실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언론 본연의 역할조차 생각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 보도로 인한 2차 피해를 개선하기 위해 △범죄보도에 대한 기자 재교육 △언론 스스로의 자정 노력 등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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