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적 언론사 지배구조 '어떻게 할 것인가'

YTN, 정권개입 가능구조 차단 마련 시급
연합뉴스, 이사진 정치적 편향 해결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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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YTN은 2008년 사장 선임과정에서 비롯된 해직사태가 5년째 이어지는 등 가장 큰 시련을 겪었다. 사진은 지난 5월 총파업 중 사측이 김종욱 노조위원장 등 집행부 3명에 대한 징계 방침을 밝히자 항의 집회를 열고 있는 YTN 노조원들.  
 
대선 미디어 이슈 중 공영방송을 비롯한 준공영 언론사들의 지배구조 개선 문제 역시 관심거리다. KBS, MBC의 지배구조 개선 방향은 논의가 비교적 이뤄진 편이나 ‘공영적 언론사’로 평가되는 연합뉴스, YTN은 아직 깊이있는 검토가 부족한 실정이다. 연합뉴스 또한 올해 초유의 장기파업사태를 맞이했고 YTN은 사장 선임문제로 불거진 해직사태가 5년을 끌고 있다. 두 언론사의 지배구조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권개입 여지 높은 YTN
2003년 3월, 주주총회에 추천할 YTN 사장 후보를 결정하는 이사회에서 대주주인 한전KDN측 이사는 사장 추천서류를 제출했다. 우리사주 대표 자격으로 참관하던 YTN노조 간부가 동의를 얻어 발언에 나섰다. “어젯밤까지도 누구를 추천할지 모른다고 하더니 지금 가져온 서류는 뭡니까. 결국 낙하산 사장이란 소리 아닙니까.” 결국 그 인사는 사장에 선임되지 못했고 처음 가동된 사장추천위원회를 통해 추천된 7명의 후보 중에 차기 사장이 결정됐다.

구본홍 사장의 돌연 사퇴 후 배석규 사장 직무대행이 정식 사장이 된 2009년 10월 이사회도 정부 개입 의혹이 일었다. 바로 이틀 전만 해도 한전KDN 측은 국감에서 “(사장 선임을) 신중하게 하겠다”고 공언했다가 돌변한데다 다른 주주들은 이사회 날 안건조차 모르고 참석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이 일화들은 사장 선임에서 YTN 지배구조의 약점을 드러내는 예로 회자된다. 공기업이 다수 지분인 YTN의 특성상 정권이 사장 선임에 개입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그러나 보도전문채널이라는 공공성을 지키려면 공기업 중심의 지배구조를 함부로 손대는 것은 위험소지가 있어 대안이 요구된다.

현재 YTN의 주요 주주는 한전KDN(21.4%), KT&G(19.9%), 미래에셋생명(15.0%), 한국마사회(9.5%), 우리은행(7.4%), 우리사주조합(0.2%) 등이다. 이같은 소유구조가 확립된 데는 전사(前史)가 있다.

증자 과정서 현 구조 확립
YTN은 1993년 초기 자본금 150억원으로 출범했다. 국가기간통신사인 연합통신이 30%의 지분으로 제1주주였다. 쌍방울, 제일산업, 한국관광공사, 한국상업은행이 각각 10%씩을 소유했으며 민중병원이 7% 지분을 차지했다. YTN 사장은 연합통신 사장이 겸임했다.

그러나 YTN은 방송장비 구입이 자본금을 넘어서 은행부채에 의존하고 적자 구조에 허덕였다. 지배구조의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증자가 유일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당시 대주주인 연합통신의 경영 사정 또한 여의치 않아 증자 능력이 의문시됐다. 결국 연합통신과의 분리 작업이 시작됐다. 이에 1997년 연합통신의 지분 30%가 한전KDN에 매각됐다. 한전KDN은 YTN의 경영정상화를 위해 600억원을 증자하기로 계획을 세웠으나 연이어 터진 IMF구제금융사태는 증자를 꼬이게 만들었다.

교착상태에 빠진 증자는 1998년 9월 장명국 사장이 취임하면서 계기가 마련되기 시작했다. 우선 한전KDN이 30억원을 추가 출자하고 YTN 직원들은 체불임금의 절반인 30억여원을 우리사주조합 형태로 출자했다. 그 외 녹십자 등이 새 주주로 영입되면서 자본금을 확충했다. 이후 담배인삼공사, 마사회, 상업은행이 증자에 참여했다. 이때 YTN 지배구조의 현재 얼개가 확립된 것이다.

현 정권하 민영화 위협 노출
이 같은 지배구조가 도마에 오르기 시작한 것은 2008년 YTN사태 이후부터다. 정권 측에서 ‘YTN 민영화설’을 잊을만하면 제기했다. 2008년 8월 박선규 당시 청와대 비서관은 청와대 출입 YTN기자에게 노조의 양보를 종용하며 “이미 YTN 주식 1만주를 팔았다”고 밝혔다. 신재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차관도 YTN 기자에게 “(노조가 계속 저항하면) 이명박 정부 5년 내 YTN 주식을 모두 처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신문·방송 겸영 허용을 앞두고 모 대형신문사가 YTN에 관심을 갖고 지분 우회 매입에 나섰다는 소문이 돌았다. 지난해에는 한국경제가 “YTN 민영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일부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본보 취재로 확인되기도 했다. 실제 공기업 대주주들도 큰 경제적 이해도 없고 경영권을 행사하는 것도 아니어서 ‘정권의 오더’가 있으면 처분에 나설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YTN의 민영화는 정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지만 위험부담 또한 크다. 특혜 시비가 불가피하고 정부 역시 손익계산이 복잡한 사안이다. 사내 구성원 입장에서 봐도 공정성 침해 여지가 있고 고용불안이 야기될 수 있는 민영화는 바람직한 선택지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여야 대선후보 모두 YTN 지분 7%를 가진 우리은행이 편입돼 있는 우리금융지주의 조속 민영화를 공약으로 제시하고 있어 다음 정권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YTN 지분에 대한 문제 역시 거론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다.

또 지난해 뉴스Y의 출범으로 사실상 공영적 성격의 보도전문채널이 2개가 양립하게 돼 이 구도가 언제까지 유지될 것이냐는 일각의 추정도 나오는 형편이다.

YTN 내에서는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나 연구가 미진한 실정이다. 5년씩 장기화된 해직사태 해결이 무엇보다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최근 YTN노조가 준비 중인 YTN의 포괄적 발전방안 ‘프로젝트Y’ 의견 수렴 과정에도 지배구조 개선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앞으로 연구 과정에 포함될 가능성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YTN사태 이전에는 노조 차원에서 우리사주조합 지분을 늘리자는 논의도 있었으나 현실적 한계가 있고 현재는 일부 직원들이 주식을 처분해 오히려 우리사주 지분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그밖에 공기업 중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되 사장추천위원회의 명문화 등을 통한 제도적 보완책을 마련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YTN의 한 기자는 “YTN은 현 정권 이후 사장추천위원회, 보도국장 추천제 등 공공성을 유지하는 민주적 제도가 무력화된 상태”라며 “이런 상황에서 정권 교체기를 맞이해 일방적으로 지배구조 문제까지 제기되기 시작하면 더 큰 혼란이 올 수도 있다. 내부 구성원은 물론 언론계가 대비를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 연합뉴스 노조는 지난 3월 23년만에 파업에 돌입했다. 103일간의 파업으로 자체 최장 기록까지 세웠다. 이 역시 사장 연임 과정에서 촉발됐다. 지난 3월 연합뉴스 노조의 총파업 출정식 모습.  
 
여야  6대 1 구조의 연합

연합뉴스는 올해 23년만에 노조 파업 사태가 일어났다. 직접적 원인은 공정보도 침해, 뉴스Y 출범에 따른 인력 운영 갈등이었으나 사태 과정에서 대주주의 역할 역시 문제점으로 떠올랐다. 노조가 지난해 말 3기 이사진 선임 과정부터 문제를 제기했다가 올해 초 사장 연임 반대를 공식 표명했으나 대주주인 뉴스통신진흥회는 별다른 의견 수렴 노력없이 연임안을 통과시키면서 103일간의 파업을 잉태시켰다.

연합뉴스는 지분 30.77%를 소유한 뉴스통신진흥회가 최대주주다. 그 외 KBS가 27.78%, MBC가 22.30%, 기타 신문사 등이 19.15%를 소유하고 있다. 뉴스통신진흥회의 최대 권한은 연합뉴스 사장을 임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뉴스통신진흥회 이사 구성이 연합뉴스 공정성 보장의 쟁점으로 떠오른다.

현재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모두 7명. 대통령 2명, 국회의장 및 여야 3명, 신문협회와 방송협회 각각 1명 추천으로 구성된다.

진흥회 이사진 성향 분포는 경우의 수가 다양하다. 대통령의 소속 정당, 국회 의석수, 신문협회-방송협회 회장이 누구냐에 따라 들쭉날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악의 경우 여야 성향 비율이 6대 1로 극단화될 수 있는 구조다. 대통령 소속당이 국회 다수당일 경우 벌써 4명이 여권 성향이 돼 절반을 넘긴다.

뉴스통신진흥회는 사장 선임에 3분의2 동의가 필요한 특별다수제를 채택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과거의 경험에 비춰 방송협회장 역시 집권당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최근 ‘야권 성향 신문’ 인사가 신문협회장을 맡은 경우는 2000~2002년 최학래 한겨레 사장이 유일한 실정이어서 여권편향적 이사진 구성 시비를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2기 이사장에는 최규철 전 이명박 후보캠프 언론특보가 임명돼 우려를 사기도 했다.

실제 현 3기 뉴스통신진흥회 이사진은 6대1의 비율을 보이는 것으로 평가받아 “여권편향적 이사진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국회서 관련 개정안 준비
대선이 변수지만 만약 연합뉴스 사장 유고가 발생한다면 2014년까지 임기가 남아 있는 현재 이사진 구조에서는 정치적 편향 사장 선임 시비가 발생할 소지가 남아 있다.

이 때문에 대통령의 추천권을 없애고 국회 몫 4명, 신문·방송협회 각각 1명, 전국언론노조 등 관련단체 1명씩 이사를 추천하자는 안도 나오고 있다.

이사진 추천방식 개정을 포함한 뉴스통신진흥법 개정안은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인 최민희 민주통합당 의원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 7월 관련 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한 최 의원 측은 국정감사와 대선 등으로 법안 준비 작업이 늦어지고 있으나 대선 이후 발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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