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뉴스스탠드' 언론에 '득 될까, 실 될까'

개별기사에서 언론사 목록 노출로 전환…낚시성 보도 차단 효과 기대
트래픽 감소→수익 악화로 이어질 듯…와이드뷰어 편집 방향 '미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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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달 네이버(NAVER) 주최로 열린 ‘뉴스캐스트 개편 언론사 설명회’에서 윤영찬 NHN 이사가 내년 1월1일부터 새롭게 선보이는 뉴스스탠드(News stand)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뉴스캐스트 등장 이후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기사를 쓰기 위해 10여 명의 기자들이 일하고 인턴 기자까지 두고 있다. 언론사가 언제까지 이런 시간낭비를 해야 되나. 언론사 매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어느 누구도 말하지 않고 있었다.”(경제일간지 A본부장)

그동안 언론사의 트래픽을 높이는 데 주요한 원천으로 꼽혀온 네이버 뉴스캐스트 시스템이 전면적으로 개편된다. 언론사 별로 ‘낚시성 기사’의 주범으로 꼽혀왔던 언론사들의 정책이 바뀔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또한 전반적으로 언론사 트래픽이 하락할 것으로 보여 인터넷광고에 의존해온 언론사들의 수익 악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언론사가 직접 편집 ‘와이드뷰어’
NHN이 운영하는 네이버는 2013년 1월 1일부터 현재의 뉴스 서비스를 개편해 ‘뉴스스탠드’로 만든다고 밝혔다. 애플 iOS의 뉴스가판대를 본 뜬 것으로 기존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언론사 이름과 15글자 내외의 제목이 노출되던 것에서 언론사의 로고가 노출돼 이를 클릭하면 해당 언론사가 편집하는 ‘와이드뷰어’가 팝업으로 열린다.

현재의 개별 기사 단위의 소비방식을 해당 매체의 홈페이지 상단을 그대로 반영한 언론사판 단위의 소비구조로 전환함으로써 언론사의 편집을 이용자에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기존 뉴스캐스트에서 노출하는 기사 수(9개)보다 많은 20여 개의 기사를 동시에 노출함으로써 이용자들이 선호하는 매체의 뉴스를 보다 많이 소비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와이드뷰어 상단에 별도의 배너광고 영역을 확보함으로써 언론사에 재정적 도움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광고수익 공유모델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기존의 트래픽 과열 경쟁 구조 개선을 위해 동결했던 신규 제휴도 다시 재개할 예정이다. 다만 처음부터 기본형과 선택형 언론사의 카테고리를 나누어 제휴를 진행했던 이전 방식과 달리 신규 매체는 일단 선택형 언론사로 진입하게 되고 ‘MY뉴스’ 기능을 통한 이용자의 언론사 선호도를 근거로 6개월마다 상위 52개 매체가 기본형으로 결정된다.

NHN 윤영찬 미디어센터장은 “뉴스캐스트로 인한 언론사간의 과도한 경쟁과 선정적 보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개선책을 고민해 왔다”며 “언론사별 다양한 논조와 시각을 접하고 이용자들의 선택에 의해 뉴스가 소비되는 건강한 미디어 생태계 구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온라인 뉴스시장 축소 전망도
전문가들은 뉴스스탠드 개편이 언론사 트래픽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일부 언론사 온라인 담당자들은 트래픽이 낮게는 30%에서 많으면 70%까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네이버 메인화면에서 눈에 보이는 제목 대신 이용자들이 직접 언론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영향력, 인지도 등이 높은 메이저 언론사로 쏠림 현상이 두드러질 수 있다.

황용석 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교수는 “이용자 조사를 해보면 꽤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는 한 마이너 언론사의 경우 인지도와 관련 없이 낚시성 제목으로 기사를 클릭해 해당 언론사의 상당수 트래픽을 형성하고 있다”며 “뉴스캐스트에 의존해 온 언론사들은 생존이 상당히 어려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메이저 언론사라고 안심할 수는 없는 상태다. 인터넷 뉴스 시장 자체가 급격히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뉴스스탠드 시스템에서는 여러 번의 클릭을 거쳐 실제 기사 본문으로 넘어간다. 이용자들의 불만 증가와 충성도 감소가 예상되는 이유다. 이에 따라 이용자들이 뉴스스탠드보다는 네이버 뉴스 홈페이지를 이용하거나 다른 포털로 이동하는 등 뉴스소비 행태가 급변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김위근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뉴스스탠드 시스템에서는 포털에 접속하는 이용자들은 주요 언론사 기사들을 모아 보는 장점이 없어진다”며 “네이버의 뉴스 섹션으로 접속해 뉴스만 소비하는 이용자들의 뉴스소비 패턴이 변화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온라인 뉴스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와도 연결된다. 뉴스 트래픽이 감소하면 인터넷 광고주들은 뉴스에서 게임이나 성인용 콘텐츠 쪽으로 눈을 돌릴 소지가 높다. 20~30대가 주축인 온라인 시장에서 전통의 메이저 매체들이 선호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결국 메이저 언론사들도 낙관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온라인 구독’ 편법 경쟁도 예상
이 같은 예측 외에도 변수는 존재한다. 언론사가 와이드뷰어 뉴스편집을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 낚시성 기사로 채울 것인지, 자사 지면 등에서 보이는 뉴스 형태 구현과 비슷한 편집을 할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또 52개사의 언론사 가운데서 앞자리에 위치하는 언론사 기준제시도 모호해 언론사들은 저마다 셈법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종합일간지 한 관계자는 “뉴스캐스트 초기에도 낚시성 기사가 문제가 되리라고는 예측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며 “현재로선 광고수익 배분 등 여러 가지 변수가 많은 상태라 뉴스스탠드 서비스가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고 밝혔다.

핵심은 언론사들이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최근 한 온라인 매체 단체는 실무자 모임을 열어 뉴스스탠드 이후의 대응을 화두로 삼았으나 대부분 “뾰족한 방법이 없다”며 원칙적인 수준의 논의에 그쳤다고 한다. 속보나 낚시성 기사를 통한 경쟁에서 콘텐츠의 질적 경쟁으로 넘어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근본적인 처방전이 없다는 데에 고민의 중심이 있다. 특히 닷컴을 운영하는 신문사의 경우 편집국 조직의 중심이 여전히 종이신문에 치우쳐 있어 실질적인 뉴스룸 통합조차 지체되고 있다는 점에서 전망이 어둡다.

당장 온라인 뉴스룸에서 질적으로 우수한 콘텐츠가 생산되기 어려운 한계가 있어 이용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각종 이벤트 등 편법적인 수단이 이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마디로 과열 판촉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종이신문의 경우처럼 ‘온라인 구독자 늘리기 전쟁’이 벌어져 시장이 더욱 혼탁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결국 뉴스캐스트 실시 초기 언론사들이 직접 편집권을 가지면서 ‘질적 경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속보-낚시성 기사 경쟁으로 귀결된 경험의 재탕이 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언론계 공동대응 필요성 제기
이에 따라 언론계의 심도있는 고민과 공동 대응이 절실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금까지 각개전투식으로 진행돼온 언론사의 뉴스 유통방식과 온라인 뉴스조직의 위상, 온라인 유료화 등 뉴스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기자는 “이제 뉴스 유통은 물론 기획, 생산까지 어우러지는 온라인 뉴스모델에 대한 고민, 이용자의 신뢰와 공감을 얻는 소통 강화없이는 어떤 언론사도 온라인에서 지위를 보장받기 힘들다”며 “업계의 생존을 위한 공동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용자와 포털 측에도 온라인 저널리즘 강화를 위해 중요한 역할이 주문되고 있다. 뉴스스탠드 체제에서 더 큰 권한을 갖게 된 이용자들은 유익하고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와 저널리즘을 격려해 뉴스생태계를 건강하게 만드는 열쇠를 쥐고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포털은 최근 전세계 주요 언론사들이 저작권 강화를 위한 집단행동을 취하는 점을 감안해 언론사와의 공존공생에 더 성의있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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