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언론의 생존 넘어 성장의 시대 열어가겠다"

[기협 인터뷰] 경향신문 송영승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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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에 자유로운 독립언론…수익 다각화만이 살 길


경향신문 송영승 사장은 지난 6월 연임에 성공했다. 경향은 2000년 이후 2년의 임기를 다 채우지 못하고 중도 사퇴한 사장들의 경영 공백 누적과 광고 악화로 경영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송 사장은 지난 3년간 흑자를 기록하며 적자경영을 탈피했다. 그는 지난달 28일 서울 중구 정동 경향신문 5층 사장실에서 한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생존을 넘어 성장의 시기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또 연임에 성공한 사장 2기를 ‘임금 정상화’, ‘사업다각화’, ‘진보언론 성장의 시기’로 꾸리겠다고 약속했다.

-연임에 성공했다. 경영의 안정과 성장을 기대하는 내부 목소리가 크다.
“처음에 사장 할 때는 할 수 있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하다 보니 경영의 전체 틀이 보이고, 잘하면 회사 발전에 벽돌 한두 장은 더 쌓겠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 이른바 ‘독립언론’인 경향신문을 성공적인 경영모델로 확립하고 싶은 게 개인적 바람이다. 저널리즘 원칙에 충실해 특정한 정파의 이익에 복무하지 않고 재정적으로 건실한 신문을 만드는 데 헌신하겠다. 이번 연임으로 경향이 고질적으로 겪은 리더십의 불안정성은 일단 줄어들 것으로 본다.”

-경향은 최근 3년 연속 흑자를 낼 정도로 경영상황이 많이 호전됐다.
“경향의 최근 몇 년은 생존 자체가 관심사였을 정도로 어려웠다. 이제 흑자를 내고 성장과 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쪽으로 경영 기조를 전환할 수 있는 단계에 왔다. 2년 전부터 회사가 디지털 모바일 부문 투자와 사업 다각화로 중심 이동을 시작했다. 1단계로는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뤘다고 본다. 이 분야에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해 선도적으로 성장하는 분야로 만들겠다. 아직은 수익이 나기엔 미미한 수준이지만 장기적 투자라는 생각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

직원 처우 향상, 경영 최우선 과제 설정
-임금정상화가 거의 다 됐다지만 동종업계에서 높은 수준은 아니다.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다. 열심히 일하는 기자들에게 걸맞은 처우를 해야 좋은 신문이 나온다. 경영 성과를 사원들에게 돌려준다는 데 확고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임기 내 수치를 제시할 수는 없지만 생활 걱정 없이 기자로서 품격을 지킬 수 있는 수준으로 임금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대근 현 편집국장 취임 후 파격적인 1면과 학술적인 접근의 지면에 대해 찬반이 엇갈린다.
“외부의 평가는 긍정적인데 내부에서 엇갈리는 것 같다. 변화를 추구하는 주체가 겪어야 할 숙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변화와 개혁을 할 때 구성원들의 공감과 자발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이 국장이 변화를 많이 추진하다 보니 편집국 일부 기자들에게 업무가 집중되고 피로도가 가중돼 반발하는 반응이 나오는 것 같다. 국장을 포함한 간부들에게 전반적인 점검을 하고 2단계로 도약하자고 얘기했다. 편집국장의 드라이브도 좋지만 구성원들 공감대와 소통에도 비중을 둬야할 시기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겪으면서 진보 내 여러 가지 스펙트럼이 나타났다. 한겨레와 경향의 관점도 다소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편집국장 시절, ‘민주화 20년의 열망과 절망’ 시리즈를 하면서 진보진영의 성찰과 각성을 촉구했다. 이번 통합진보당 사태도 그렇다. 일부 진보진영은 대북문제, 핵과 3대 세습, 인권 문제에 대한 평가를 유보하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본격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필요성이 있다. 일부에서는 ‘좌파색깔론’으로 비판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진보도 쇄신해야 한다는 노선으로 가야 진보진영이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경향도 대체로 그 스탠스라고 본다. 진보라는 말에 다 숨는 ‘얼치기 진보’가 되지 말고 어떤 진보인지 따져야 한다. 저는 제작일선을 떠났지만 편집국이 내부 토론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

-경향과 한겨레는 진보언론으로서 동반자적 관계라고 평가된다.
“경향과 한겨레는 한국 언론에서 진보언론으로 규정하지만 언론계 전체에서 차지하는 몫은 소수다. 이전에 한겨레 양상우 사장과 몇 번 만나 진보 쪽의 목소리를 확대하기 위해 연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자고도 했다. 충분히 공감한다. 진보신문이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고 이를 비중 있게 전달하는 동시에 진보와 보수로 양분된 프레임에서 벗어났으면 한다. 저널리즘에 충실한 신문으로 한겨레와 겨룬다면 좋은 경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조·중·동과는 대척점에 서서 많이 싸웠다.
“조·중·동은 한국만의 특수한 현상인 거 같다. 일개 언론이라고 보기에는 정당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정치를 좌지우지하고 개입한다. 정권을 만들려 드는 속성이 변하지 않았다. 같은 언론사라고 해서 묵인하기보다는 비판을 계속하는 게 맞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그 신문이 가지고 있는 한국적 속성은 분리해 비판할 것은 비판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종편 등장 이후 신문광고 시장에 대한 우려가 컸는데.

“처음에는 굉장히 걱정을 많이 했다. 광고시장을 교란시켜서 특히 규모가 작은 회사에서는 위협적인 것이 될 것이라고 봤다. 실제 경영계획에도 포함이 됐다. 그러나 과도하게 걱정했나 싶을 정도로 미미하다. 그러나 아직 모(母) 신문을 동원해서 광고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남아 있어 기업들도 많은 걱정을 하고 있다. 대비는 해야 할 것 같다. 쉽게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때는 TV에서 한번에 10개 채널이 뉴스를 하고 있는 거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한국 뉴스 시장이 이렇게 클까. 회의적이다.”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비판 멈추지 않겠다
-대선이라는 빅 이벤트가 있다. 정권의 향배에 따라 언론사들도 큰 영향을 받는다.
“우리도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지난 MB정권 5년 동안 권력의 광고탄압을 극심하게 받았다. 기업에 보이지 않는 압력을 넣어 광고를 못하게 했다. 권력의 향배와 신문사의 상관관계를 피부로 절실하게 느낀다. 하지만 과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 덕을 본 것도 없다. 우리는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좌측 깜빡이를 켜고 우회전을 한다’며 한·미 FTA, 한나라당과의 연정 등을 많이 비판했다. 앞으로 어떤 정권이 들어서더라도 경향은 계속 비판할 것이다.”

-자본권력과의 싸움은 앞으로 신문의 위기를 가늠할 중요한 척도가 될 것이다.
“한국 언론에 정치권력보다 더 본질적인 문제가 자본권력이다. 정치권력은 일시적인데 광고를 좌우하는 자본권력에서 자유로운 신문은 없다. 그게 늘 마음에 걸린다. 자본이 편집권에 과도하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닌데 독립언론의 경영책임자 입장에서는 항상 부딪히는 고민이다. 교과서적인 답변이겠지만 수익모델을 찾는 수밖에 없다. 거대자본으로부터 편집권을 지키려면 전통적인 광고 판매로는 한계가 있다. 수익 다각화 외에는 답이 없다.”

-3년 가까운 기간 동안 사장에 재임하면서 느낀 기자와 사장의 가장 큰 차이점은.
“기자나 사장이나 언론인이다. 그러나 관점의 차이는 있다. 기자는 저널리즘 자체에 관심이 많은데 사장은 회사의 이익을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다. 조직의 책임자니까 사안 자체만 볼 수도 없고, 편집국 기자들만 볼 수도 없다. 기자 때처럼 간결하고 명쾌하게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사장이 기자보다 작은 존재일 수 있다. 기자 때가 훨씬 재미있었던 것 같다.(웃음)”

-올해로 경향 입사 만 30년이다. 한 언론사에서 30년을 근무하기가 쉽지 않은데.
“20대에 입사한 뒤부터 경향신문, 기자, 언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만큼 얻고 배운 것도 많았다. 고맙다. 사장 연임까지 했으니 경향에 남은 후배들에게 조금이라도 기여를 하고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 회사, 한 직장, 똑같은 건물을 30년이나 다녔다니 나도 참 흔치 않은 사람이다(웃음). 논설실장, 편집국장, 사장까지 하면서 내게는 고민도, 고통도 많았다. 내 마지막 온 힘을 쏟아 경향신문을 독립언론의 모델로 구축하는 데 전력을 다해볼 생각이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sit.or.kr




호걸형 리더십으로 3년 연속 흑자 이뤄내

“아유, 내가 무슨 사장을…. 그냥 논설위원실에서 사설 쓰는 게 맞지.”

사장직 제의를 받은 지난 2009년 가을, 송영승 사장은 서울에서 슬그머니 도망쳤다. 강원도 모처에서 거나하게 술을 마시고 그 자리에 드러누웠다. “난 아니야.”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수차례 고사했지만 주변의 추대를 끝내 뿌리치지 못했다.

그렇게 시작한 사장이었지만 회사를 살리겠다는 의지와 자신감만은 더욱 강해졌다. 삼성광고 중단, 부동산 부채 등 경영위기는 산적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적자였던 신문은 3년 연속 흑자로 돌아섰다.

송 사장은 1982년 경향신문에 입사한 뒤 대부분의 기자생활을 정치부에서 보냈다. 그는 정치부장, 논설위원, 편집국 부국장, 논설위원실장, 미디어전략연구소장, 편집국장 등을 거쳐 2009년 10월 사장에 취임했다. 편집국장 재임 시절 강단 있고 소신 있는 국장으로 평가를 받았다.

사장 시절에도 특유의 호걸형 리더십이 돋보였다는 게 내부 평이다. 지난해 지병을 얻어 어려운 시기를 겪었으나 이를 이겨내고 올해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이제 그는 정권교체라는 중요한 시기에 경향의 3년을 다시 책임지게 됐다. 임기는 2015년 6월까지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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