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이 제 역할만 다했어도…'나꼼수' 인기는 슬픈 일"

'나는 꼼수다' 출연중인 시사IN 주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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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진우 기자. (시사IN 제공)  
 
‘이명박 대통령 헌정방송’이란 타이틀을 단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인기가 급상승한 데는 시사주간지 ‘시사IN’ 주진우 기자의 몫이 컸다.

현재까지 26회가 방송된 ‘나꼼수’에 주 기자가 합류한 것은 8회 방송 ‘청계재단의 진실’부터다. 도곡동 땅에서부터 BBK 주가조작, 그리고 청계재단으로 이어지는 자금 흐름에 주 기자 특유의 꼼꼼함이 더해지며 대중들에 확신에 가까운 믿음을 줬다.

각종 의혹들도 마찬가지였다. 방송이 거듭될수록 ‘각하’ 주변에 산재돼 있던 퍼즐들은 하나의 그림으로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 “각하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다”며 풍자와 조롱을 섞는 것도 잊지 않았다.
이 대통령의 아들 시형씨의 내곡동 땅 매입과정,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의 1억원 피부 클리닉 등이 ‘나꼼수’와 시사IN을 통해 보도되면서 선거판은 요동쳤다.

“부끄럽다”는 이유로 몇 차례의 사양과 회유가 오간 끝에 지난달 27일 서울 종로구 교북동 시사IN 사무실에서 주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나꼼수’의 인기를 실감하나.
우리 방송은 아주 편파적이다. 팩트에 기반한 소설을 쓴다. 그러나 ‘나꼼수’가 힘을 갖는 것은 이런 수많은 팩트들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꼼수’가 계속해서 인기를 얻는 것은 원치 않는다. 언론 몇 개만 제대로 돌아가도 ‘나꼼수’가 이렇게 인기가 있을 수 없다. 인터넷이나 아이튠즈 들어가서 내려받아서 들어야 되는 귀찮은 구조다. ‘나꼼수’의 이런 인기는 슬픈 일이다.

-내곡동 사저 보도는 어떻게 보도하게 됐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예비군 훈련장 인근에 MB타운이 조성된다는 게 기사의 핵심이었다. 대통령과 아들, 그리고 대통령의 형 이상득 의원과 그의 아들이 소유한 그린벨트 땅이 개발된다는 것이었다. 아들 명의로 사저터를 산다는 게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었고, 터무니없는 시세로 매입한 땅값도 문제였다. MB타운이 좀 더 진행됐을 때 보도를 하려고 했으나 낌새가 이상해서 갑자기 쓰게 됐다.

-나경원 후보의 1억원 피부과, 남편 김재호 판사의 기소청탁 의혹 등의 보도를 놓고 나 후보 측에서 허위사실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을 했다.
그 정도의 보도를 하면서 증거도 없이 함부로 기사를 쓰겠나. 증거도 모두 있고 소송에서도 120% 이길 자신이 있다. 기자들 손발 묶으려고 하는데 쫄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언론의 자유를 묶어 놓으려고 해서 자꾸만 슬퍼진다.

-주 기자에 대한 소송이 많은 편이다.
우리나라에서 소송가액 기준으로 최고 몸값일 거다. ‘김경준 메모’로 BBK검사 10명으로부터 제기된 소송 등을 포함해서 8개 정도 걸려 있다. 서초동 법원에 한 번 다녀오면 일주일 동안 괴롭다. 소송이 하도 많아서 이 소송이 들어오면 저 소송 걸린 걸로 상쇄하면서 지낸다.

-주 기자를 ‘폭로꾼’으로 보는 일부의 시선도 있다.
이제까지 소송해서 진 적은 없었다. 최근 한 소송에서 명예훼손으로 2500만원의 손해배상금을 문 게 처음이었다. 대형 로펌을 동원한 십수억원의 소송에서 일부 패소를 했다. 98%의 내용은 인정했지만 나머지 1~2% 부분을 이기기 위해 소송을 건다. 이를 두고 나를 언론인을 빙자해 근거 없는 사실로 폭로를 일삼는 폭로꾼으로 몰고 간다.

-힘들다고 생각하지 않나.
이명박 정부 들어서 온 사방이 쑥대밭이 돼 버렸다. 우리 국민들이 이렇게 평온한 게 이상할 정도다. 한진중공업 크레인에 올라간 김진숙을 보고 강정마을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을 보라. 해고돼서 목숨을 끊는 노동자도 있다. 내 고통은 그들에 비하면 부끄럽다. 나는 그저 기자로서 할 일을 하고 있을 뿐이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 진보언론들의 후보 검증이 기계적 중립적이었다는 아쉬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힘이 약해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보수언론의 프레임에 진보언론들이 말려들었다. 특히 박원순 후보가 기부를 받아서 재단 운영하는 것을 마치 비리자금을 받은 것처럼 보도하는 걸 보고 안타까웠다. 헤드라인도 기계적인 균형을 지켰다. 박 후보에게 도덕적 순혈주의를 강요하는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특종 기사들이 많은 편이다. 노하우가 있나.
한나라당이나 청와대에서도 ‘쟤는 나쁜 놈인데’ 하면서도 기삿거리를 주기도 한다. 제보도 많이 들어오는 편이다. 회사에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99%는 자신의 얘기를 들어달라는 하소연이다. 같이 들어주고 욕해준다. 기자가 기사 쓰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자의 보도영역이 점점 위축되어 간다.
우리들은 나라나 사회를 위해 일하는 사람이다. 파수꾼이자 예방주사를 미리 놓는 사람이다. 이런 기자를 상대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걸고 돈으로 협박한다. 소송을 당하면 주변에서 도와주시는 분들도 많아 힘이 난다. 돈을 물어주더라도 힘없는 사람들 편에 서서 기사를 계속 쓸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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