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다규제에 갈길 먼 인터넷 표현의 자유

[언론다시보기]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  
 
지난 18일 서울남부지방법원은 가수 손담비 ‘미쳤어’ 춤과 노래를 부른 어린이 동영상의 삭제를 요청한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저작권법상 공정이용과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오히려 저작권법 103조에 따르면 저작권협회가 부당한 권리행사를 한 것이 돼 UCC제작자에게 손해배상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이른바 ‘미쳤어 동영상 사건’으로 잘 알려진 이 UCC는 뜨거운 환호를 받았던 UCC였다. 이 사건은 제작자의 딸인 5살짜리 여자 어린이가 가수 손담비의 노래와 춤을 따라 부르는 동영상을 비상업적인 블로그에 올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저작권협회가 이를 문제 삼아 포털사이트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고 이에 포털이 UCC를 삭제하면서 사회적으로 저작권과 창작권, 그리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논란이 있었고 결국 법정 다툼으로 비화된 사건이다. 비록 1심이지만 이번 판결은 저작권과 표현의 자유에서 공정이용 그리고 패러디, 2차 창작물에 대한 판례가 확립되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또 저작권이 만능의 권리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의 한계 속에 있어야 하는 것임을 확인해 주었다.

정보 공정이용 가로막는 규제
세계적으로 인터넷 환경은 가히 2차 정보혁명이라 불릴 정도로 급진전되고 있다. 웹1.0 출현으로 네트워크의 확산과 새로운 미디어, 의사표현의 플랫폼이 등장했다면 최근 변화는 미디어 측면에서 새로운 도전으로 간주된다. 인터넷 미디어 생태계는 웹2.0 환경에서 개방과 공유를 새로운 가치로 삼고 있다. 미디어 영역에서 전문화된 기자가 제공하는 기존 뉴스 네트워크가 존재한다면, 아마추어들이 소소한 일상을 그리거나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1인 미디어도 확산되고 있는 것이 세계적인 흐름이다. 심지어 1인 신문과 1인 방송국까지 등장하고 있다. 웹 환경의 진전으로 미디어 환경은 뉴스 생산과 소비라는 이원구조에서 상호작용이라는 다층구조로 재형성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한국은 초스피드로, 시시각각 진화하는 인터넷 발전에 비해 대응은 거북이 행보다. 이는 미디어 분야에서도 나타난다. 전통적인 뉴스 생산자와 수용자구조에서 유통이라는 포털 뉴스서비스가 등장했고, 블로그, 소셜 네트워킹 등은 취재환경과 뉴스소비구조의 일대 혁신을 가져왔다. 기자들도 뉴스생산을 웹 방식으로 바꾸고 있으며 다양한 네트워크를 구축해서 취재원으로 이용하고 있는 것은 이제 보편적인 현상이다. 급격한 변화상이 전개되고 있지만, 일부 법들은 인터넷에서의 자유로운 공공정보 이용과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전근대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 대표적인 것이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선거법 등을 위시한 각종 규제법이다.

인터넷 규제는 앞서 지적한 저작권의 공정이용 문제를 차치하고라도 임시조치, 선거법 93조 1항의 선거운동 금지, 새로운 단문 소통도구인 트위터의 선거이용 금지 등 이루 헤아릴 수조차 없다. 그리나 문제는 이 조항이 단지 한국 인터넷서비스 사업자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 입안자들이 국경이 없는 인터넷 환경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를 알려준다.

예컨대 포털사이트 다음 지도서비스에서 정부기관과 군사시설은 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구글어스는 생생히 이 시설물을 보여준다. 경도와 위도까지 상세히 표시된다. 만약 적대국가가 한국 정부, 군시설을 알고자 하면 다음 지도서비스를 이용할까. 그리고 국내 UCC서비스는 저작권법으로 하루에도 수천 건이 삭제 요청된다. 그런데 해외 서비스인 유튜브는 적용대상이 아니다. 물론 유튜브의 방식이 바른 것은 아니다. 문제는 저작권자와 이용자 간의 공정한 룰을 만들 필요성이 있는데 이에 대한 노력이 없이 일단 처벌하고 막아버린다는 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런 식이면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에 대한 역차별 논란도 무리가 아니다.

열린 네트워크 대응하는 열린 법 적용 필요
인터넷은 열린 미디어이다. 단순히 취재와 뉴스 소비구조만이 아닌 전방위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열린 네트워크 미디어이다. 사용자들은 글로벌 기준을 따르는데 아직 법 규제는 국내라는 한정된 지리적 틀에 갇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터넷은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참여지향적인 미디어 도구이다. 기존 오프라인 미디어와 인터넷 미디어는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미디어의 영역을 확대할 것이다. 그런 관점에서 근대적인 법 규제의 테두리를 벗어나 인터넷 진화의 흐름에 맞는 새롭고 탄력적인 법의 정비가 시급하다. 아마 그 시작은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가 높아 위헌시비가 있는 정보통신망법, 저작권법, 선거법, 국가안보 관련법 등의 정비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송경재 경희대 인류사회재건연구원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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