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보도채널 진출 선언 논란

업계 "정치적 독립성 약해 '정부 방송' 우려"
연합 "국내외 폭넓은 취재망…공적 역할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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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합뉴스가 발행한 9월 3일자 사보(社報).  
 
지난 3일 연합뉴스(사장 박정찬)는 ‘연합뉴스 방송 진출 돛 올랐다’라는 제목의 사보를 통해 사실상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선언했다. 사옥 재건축에는 8백억원, 방송진출에는 3백억원의 예산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방송사업기획단(단장 성기준 기획총무 상무)을 꾸리는 한편, 산하에 실무추진단과 상근 실무팀을 두는 등 최근 들어 행보도 빠르고 구체적이다.

그러나 비판과 반발도 만만치 않다. 주로 5월 뉴스통신진흥법의 통과로 매년 정부예산 3백억여 원을 지원받는 것에 이어 보도전문채널 진출을 모색, 또 다른 특혜논란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동종업계 반응 ‘싸늘’
동종업계 및 비판자들은 연합이 정부 예산을 바탕으로 통신에 이어 방송보도까지 장악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게다가 정치적 독립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또 하나의 ‘정부 방송’이 탄생할 수 있다고 비판한다.

무엇보다 국가기간통신사의 본분을 망각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정부 예산을 쓰는 만큼 통신 분야에서 내실을 다지는 게 우선이라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언론학자는 “국민 세금을 기반으로 방송 진출 등 위험한 경영 확장에 나서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가”라며 “국가기간통신사로서의 공적 책무보다는 사익만을 추구하는 듯한 인상”이라고 질타했다. 또한 “정치적 독립성을 확보할 만한 강력한 제도가 없어 정부 편향방송도 우려된다”고 말했다.

뉴스 도매상에서 벗어나 소매상(방송 사업자)이 되겠다는 부분도 부적절하다는 반응이 많았다.
방송사의 한 관계자는 “국가기간통신사가 소매상이 돼 일반 방송·신문사와 경쟁하겠다는 것은 이미 도매상이기를 포기한 것”이라며 “정부예산을 받는 도매상이면서 방송을 하는 소매상도 되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라고 말했다.

한 신문사 관계자는 “신문이 방송에 진출하겠다는 절박함은 생존 측면이 강하지만, 연합에 무슨 절박함이 있느냐”며 “영상뉴스를 찍어 파는 뉴스에이전시도 가능한데 왜 굳이 보도채널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연합이 보도전문채널에 진출할 경우 YTN 민영화가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왔다.
정연우 세명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뉴스통신진흥회의 감독을 받는 연합이 보도채널에 진출하면, 정부가 굳이 YTN 지분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라며 “YTN 소유구조 개편 논의, 즉 민영화가 진행될 수 있고 YTN도 돈벌이 방송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이 때문에 종합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속보성과 전문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윤호진 방송영상진흥원 교수는 “사업다각화로 매체의 전문성과 특유의 속보성 등 역량이 분산될 수 있다”며 “‘원맨 멀티 태스킹’이 말은 좋지만 외국사례에서도 좋지 않은 결과가 오히려 더 많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의 논리
연합은 이런 여론에 난색을 표하고 있지만 보도채널 진출을 통해 또 다른 공적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텍스트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연합뉴스의 한 관계자는 “미디어 환경이 급변함에 따라 영상뉴스 소비자가 점점 늘고 있다”며 “영상뉴스 판로가 확보되지 않는 한국 상황에서 플랫폼을 가지는 것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또한 “종합편성채널의 경우 적절치 않다는 비난이 있을 수 있지만 보도채널은 공적인 역할이 가능하고 연합이 가장 잘할 수 있는 분야”라며 “해외 특파원과 지역 주재 기자 등 국내외의 폭넓은 취재망과 디지털 기술을 연결시켜 수용자 복지에 기여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AP, AFP, 신화통신 등이 이미 뉴스채널을 확보하고 있고 일본 교도통신, 베트남 통신 등이 디지털 채널을 발족하는 상황에서 세계와 경쟁해야 한다는 점도 부각시키고 있다.

언론학계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재벌, 족벌 방송보다는 공적인 견제가 지속적으로 가능한 연합의 보도채널 진출에 긍정적 시각도 있다.

김승수 전북대 신방과 교수는 “거의 모든 종합·경제지들이 방송채널을 운영하고 외국자본까지 들어올 수 있도록 한 마당에 연합뉴스만은 안 된다는 논리는 설득력이 없다”며 “다만 정당성 부분에서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최영재(한림대 교수) 뉴스통신진흥회 이사는 “어차피 연합뉴스도 주식회사”라며 “방문진 체제의 MBC와 같이 시장과 공적 분야의 조율을 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민왕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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