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뉴스'를 통해 본 재벌의 언론시장 진출

미국 대표적 우파 보도채널...보수적 선정성으로 시장 장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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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디어법이 시행되면 한국에도 보수우파 방송이 등장할까. 사진은 미국의 대표적인 우파 방송인 폭스뉴스의 뉴욕 본사 전경.(EPA=연합뉴스)  
 
미디어법이 시행될 경우 우리나라에도 본격적인 보수적 방송이 등장할까?
이에 따라 미국의 대표적인 우파 성향 방송인 ‘폭스뉴스’가 주목받고 있다. 폭스뉴스는 미디어재벌인 루퍼드 머독의 뉴스코프에 소속된 보도전문채널. 미국 내에서는 강경 보수우파를 대변하는 대표적 언론이다.

미디어재벌 루퍼드 머독의 ‘효자’

폭스뉴스는 CNN, MSNBC 등 뉴스전문 케이블TV 업계의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시청자수 1위를 기록하며 ABC, CBS, NBC 등 지상파 방송의 뉴스마저 위협하고 있다.

시청률조사기관인 닐슨의 집계에 따르면 지난 4~6월 프라임타임대 시청자수에서 폭스뉴스는 2백48만4천여명을 기록해 2,3위인 MSMBC와 CNN의 시청자수를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

폭스뉴스는 “이제 CNN과 경쟁은 끝났다”고 호언하고 있다. 뉴스코프 내에서도 폭스뉴스가 소속된 케이블TV 사업 쪽은 가장 높은 영업이익을 올려 효자 노릇까지 하고 있다.

폭스뉴스가 이같이 상종가를 올리는 이유는 선정적이고 노골적인 강경 보수성향의 뉴스진행자들이 민주당 집권 이후 허탈감에 빠진 보수적 백인과, 정치에는 무관심하지만 ‘쇼’에 익숙한 시청자층을 결집시키고 있기 때문이라는 평이다.

진보 성향의 출연자를 불러놓고 ‘입 닥쳐(Shut up)’를 연발하기로 유명한 빌 오라일리를 위시로 이라크 전쟁 당시 미국의 반전 운동가들을 매국노라고 비난했던 숀 해니티가 간판스타다.

특히 CNN에서 옮긴 글렌 벡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이후 날선 이념적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글렌 벡은 방송 도중 흥분해 눈물을 흘리기도 하는 선동적인 진행으로 잘 알려져 있다. “오바마는 인종차별주의자” “미국이 좌경화될 위험에 처했다” 는 등 극우적 코멘트도 아끼지 않는다. 그는 미국 최초로 한국계로서 대법관 물망에 올랐던 고홍주 예일대 학장에 대해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를 지지하고 있다”며 공격하기도 했다.

최진봉 텍사스주립대 저널리즘스쿨 교수는 폭스뉴스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출연자를 불러놓고 상대 의견을 일방적으로 묵살하는 등 철저한 모욕 주기를 통해 시청자들의 재미를 자극한다”며 “사회적 이슈의 본질은 외면하고 말초적 흥미만을 살려서 사람들의 눈길을 끄는, 저속한 방송을 만드는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보이콧폭스’등 시민단체 결성
폭스뉴스의 슬로건은 ‘공정과 균형(Fair and balanced)’이다. 그러나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리버럴’ 진영에서는 폭스뉴스가 미국·백인·공화당·기독교 편향적인 보도 행태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보이콧폭스’라는 시민단체가 결성돼 활동 중인가 하면 폭스뉴스의 이면을 폭로한 ‘아웃폭스드(Outfoxed)’라는 다큐멘터리 영화까지 나왔을 정도다. 이 영화에 따르면 폭스뉴스의 경영진은 ‘편집노트’라는 지침을 기자들에게 수시로 내려보내 보도 방향을 지휘한다.

폭스뉴스는 루퍼드 머독과 로저 에일스가 “진보에 사로잡힌 미국을 구하겠다”며 1996년 출범시켰다. 머독의 오랜 동업자로 2005년 폭스뉴스의 회장이 된 에일스는 닉슨, 레이건, 부시 등 미국 공화당 출신 대통령의 미디어 자문을 지낸 대표적인 보수계 인사다.

9·11 테러 직후에는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는 메모를 보낸 사실이 드러나 그의 영향력이 확인된 일도 있었다.

에일스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경선 주자였던 2007년에는 공식 석상에서 오바마를 알 카에다의 오사마 빈 라덴에 비유해 민주당 측으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기도 했다.

거대 미디어그룹이 언론시장 장악
루퍼드 머독의 뉴스코프는 53개국에 7백80여 개 미디어 기업을 거느린 거대 미디어그룹이다.
최대 미디어 시장인 미국에 진출하기 위해 호주 국적을 버리고 미국에 귀화한 루퍼드 머독이 이같이 미디어재벌로 성장하는 데는 1996년 제정된 ‘텔레커뮤니케이션법’의 영향이 컸다. 이 법은 한 언론사가 소유할 수 있는 방송사와 신문사 수를 제한하던 규제를 없애고 언론사의 전국적 소유를 허용했다. 이 결과 뉴스코프를 비롯해 6개의 미디어그룹이 미국 언론시장의 90%를 장악하게 됐다.

최근 미디어법 파문에 휩싸인 우리나라에도 시사하는 바가 있다. 최진봉 교수는 “재벌이 언론시장에 진출하면 폭스와 같이 소수 거대 미디어 그룹이 전체 언론시장을 장악하게 된다”며 “재벌의 언론사 진출은 그래서 제한돼야 한다. 재벌은 정치권력의 영향력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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