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치 이메일 뒤져 의도성 부각

MBC PD수첩 검찰 수사발표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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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 비판하면 형사처벌’ 언론보도 위축 노려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를 수사해 온 검찰이 PD와 작가 5명을 불구속 기소함에 따라 진실은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수사결과 발표 이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의문과 함께 정부 정책을 비판한 언론보도를 형사처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부장 전현준)는 지난해 4월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 위험성을 보도할 당시 PD수첩 제작자인 조능희 CP(책임프로듀서)와 송일준 PD, 이춘근 PD, 김보슬 PD, 김은희 작가 등 제작진 5명에게 명예훼손과 업무방해죄를 적용해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PD수첩 제작진이 ‘다우너 소(주저앉은 소)는 광우병에 걸렸을 가능성이 크다’는 등 사실을 왜곡하고 허위사실을 유포해 정운천 전 농림식품부 장관과 협상대표였던 민동석 전 농식품부 정책관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또 PD수첩 방송 이후 미국산 쇠고기 수입·판매업자 7명이 매출감소 등 1백억원대의 영업손실을 입었다며 업무방해 혐의도 적용했다.

검찰은 다우너 소를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라고 단정해 보도하고, 방송을 불과 5~6시간 남겨 둔 상황에서 미국 20대 여성의 사인을 CJD(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에서 vCJD(인간광우병)로 바꾸는 등 30여 개 장면에서 사실 관계를 과장하거나 허위 내용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문화방송본부(본부장 이근행)는 성명에서 “검찰이 왜곡보도로 제시한 다우너 소, 아레사 빈슨의 사망 원인, 한국인의 유전자 형 등은 지난 1년 동안 검찰이 PD수첩을 압박하기 위해 전가의 보도처럼 써 먹고 또 써 먹은 내용으로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고 반박했다. 조능희 책임 CP는 기자회견에서 “빈슨의 어머니는 CJD와 vCJD라는 표현을 혼용했으며, 그는 vCJD를 CJD로 잘못 말했다는 것을 인정했다”고 말했다.

PD수첩의 보도를 정운천 전 장관의 명예훼손으로 연결 지은 검찰의 공소제기가 무리한 법리라는 지적도 있다. 검찰은 사실을 왜곡하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고 이 과정에서 개인의 명예가 훼손됐다면 형사처벌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지만 일부 사실 관계가 틀렸다고 해서 관련 장관의 명예를 훼손한 것으로 기소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황희석 변호사는 “검찰은 법리적으로 명예훼손이 성립되지 않은 사건을 기소해 정치적 목적을 달성했다”면서 “체포, 언론사 압수수색, 이메일 공개 등 PD수첩 수사 전 과정을 통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PD수첩 꼴이 난다’는 경고 메시지를 언론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작가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한 데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검찰은 광우병 위험성을 왜곡하는 데 악의와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김은희 작가의 이메일 7년치를 뒤져 일부 내용을 공개했다. 그러나 검찰이 공개한 이메일 내용 가운데 광우병 보도와는 무관한 내용까지 담겨 있어 범죄사실과 관계없는 사생활을 노출했다는 비난이 한나라당에서까지 일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의원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수사의 본질은 PD수첩의 왜곡 보도 여부이지 제작진의 평상시 대화, 정치적 선호, 이념적 성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작가는 검찰이 자신의 개인 이메일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며 서울중앙지검 정병두 1차장 검사와 전현준 형사6부장 등 수사팀 5명을 명예훼손과 직무 유기 등 혐의로 고소했다. 또 “PD수첩 작가, MB에 대한 적개심으로 광적으로 했다”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조선일보 방상훈 사장 등도 검찰에 고소했다.

광우병국민대책회의 전문가자문위원으로 활동해 온 교수, 변호사, 의사, 수의사 및 언론인들은 지난 19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느티나무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제작진의 의도를 지극히 개인적인 이메일 내용을 통해 밝혀야만 하는 검찰의 비상식적 행태에서 정치검찰이라는 의심을 넘어 한국의 민주주의가 보장하는 언론의 자유를 원천적으로 부정하려는 정권의 음험한 음모를 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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