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앵커교체 후폭풍 거세


보도국장∙보도본부장 동반 퇴진, 공정방송 제도화 요구
지역 MBC 뉴스송출 중단 결의∙사장실 복도 점거 시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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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기자들이 13일 오후 8시반 서울 여의도 방송센터 D스튜디오에서 총회를 열고 이성주 비대위원장의 선창에 따라 보도국장 및 보도본부장 동반 퇴진과 공정방송 제도화를 요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MBC 경영진의 신경민 앵커 교체 결정 이후 후폭풍이 거세지고 있다.

MBC 차장∙평기자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제작거부를 계속 이어가기로 결정하고, 전영배 보도국장 불신임안을 가결시킨 데 이어 지역 MBC노조 19개사 지부는 14일 오전 8시부터 지역뉴스 송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위원장 이근행)는 성명을 내고 경영진의 결정을 규탄하는 한편 14일 경영센터 사장실 복도 점거 시위를 벌이기로 했다.

비대위는 이날 채택한 ‘앵커 교체 강행을 규탄한다’는 이름의 성명에서 ∆보도본부장, 보도국장 사퇴 ∆권력의 압력에 굴복한 앵커 교체 철회 ∆뉴스 공정성 회복을 위한 논의 착수 등 3가지 요구 사항을 밝혔다.

“전영배 국장 '청와대 압력 나도 안다' 발언 및 ‘박연차 리포트 삭제’ 지시”

비대위는 전영배 보도국장의 불공정 보도 사례를 공개하며 보도국장과 보도본부장의 동반 사퇴를 요구해 파문이 예상된다.

비대위는 성명에서 “전영배 보도국장 조차 지난 7일 보도본부 기별 대표들과의 면담에서 ‘청와대의 압력이 있다는 걸 나도 안다’고 답변했으며 청와대가 오래전부터 신경민 앵커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공공연히 드러내고 노골적으로 교체를 요구해왔다는 것은 보도본부 구성원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경영진의 오늘 결정을 ‘비판을 용납하지 않는 권력의 오만한 압력에 대한 치욕적인 굴복’으로 규정한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이날 가결시킨 보도국장 불신임 투표에 대해 “MBC 역사상 기자들의 국장 불신임은 처음이며 전영배 국장은 이미 구성원들의 신뢰를 잃었다”며 비판했다.

또한 “지난 11일 제작거부의 와중에 아침뉴스의 톱기사가 방송을 불과 30분 남겨두고 갑자기 사라졌다”며 “‘박연차 회장이 지난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대통령의 측근 기업인 천신일 회장에게 수십억원을 전달한 의혹이 있다’는 기사였다. 전날 뉴스데스크에서 톱기사로 보도된 특종이 새벽 5시반 보도국장의 전화 한 통으로 아침뉴스에서 사라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신뢰를 생명으로 여기는 기자들은 더 이상 그를 보도국장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송재종 보도본부장도 경영진의 일원으로서 전영배 보도국장 인사와 보도본부에서 일어난 이 모든 전횡과 파국에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하라”고 요구했다.




   
 
  ▲ 1백여명의 기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총회에서 사회를 본 왕종명 기자(마이크 든 사람)가 비대위 집행부를 소개하고 있다.  
 


"보도국장 임명동의제 등 공정방송 위한 제도 마련 착수해야"

기자들은 “우리가 사상 초유의 제작거부 투쟁과 국장 불신임으로 이루고자 하는 것은 공정보도와 권력감시에 충실한 MBC뉴스”라며 “경영진은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 보도국장 임명동의제와 공정한 뉴스편집을 만들기 위한 논의에 즉각 응하라”고 촉구했다.

비대위는 13일 기자 1백여명이 참석한 총회를 통해 위원장에 이성주 기자, 부위원장에 김연국 기자를 선출하고 왕종명 기자 등 6명의 집행부를 구성했다.

이성주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우리는 승리하기 위해 발걸음을 내딛었다”며 “이제 함께 어깨걸고 옆 동료를 부축하고 일으켜 세워 승리의 그날까지 가자”고 말했다.

김연국 부위원장은 “빨리 일터로 돌아가 자부심을 갖고 공정방송을 실현하고 싶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승리하자”고 밝혔다.

집행부로 선출된 김지경 기자는 “이전에 근무했던 회사에서도 파업의 경험이 있다. 열흘 파업 뒤 직장폐쇄와 해고∙징계를 받았다"며 "쉬운 일은 아니지만 승리를 원한다면 집행부의 얼굴을 다시한번 봐달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비대위는 앞으로 앵커 및 수습기자까지 제작거부에 동참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 MBC 방송센터 앞에서 열린 촛불집회에서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이 발언하고 있다. 시민들이 최 위원장 앞에 촛불로 'MBC'를 새겨놓았다.  
 


"경영진은 앵커교체로 공영방송 MBC를 부정했다"

MBC노조도 ‘사장은 공정방송에 대한 의지를 밝혀라’라는 이름의 성명을 내고 “사측이 오늘 앵커 교체를 강행한 것은 공영방송 MBC를 부정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다”며 “운명 공동체여야 할 구성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은 경영진이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에, 권력 비판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는가”라고 비판했다.

MBC노조는 “엄기영 사장은 앵커 교체가 정치적 압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면 구체적 행동으로 증명하라”며 ∆보도국장 교체 ∆공개 사과 ∆공정방송 담보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 등을 요구했다.

또한 “경영진은 우리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국을 자초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기자총회가 열리던 시각, MBC 방송센터 앞에서는 신경민 앵커 교체를 반대하는 촛불집회가 열렸다.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MBC 경영진은 국민의 힘을 회의하지 말고 흔들리지 말라"며 "이를 방관하는 사람은 민주주의와 언론의 적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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