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언론도 아니야~ "이야기

/ 언론다시보기 / 방송인 김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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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종이신문사, 인터넷신문사, 방송사 등 언론매체들이 예전에 비해 세기 힘들만큼 많아졌다.

하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을 느끼고 열심히 발로 뛰는 기자들이 있는가 하면 기사들을 사실 확인없이, 눈으로만 뛰어서 다시 재생산하는 기자들이 있는 것 같다.

시대가 디지털시대인지라 눈으로 뛰는 것도 효과가 빠른 방법이겠지만, 나는 아날로그를 더 선호한다. 디지털안엔, 웬일인지 인간미가 녹아있지 않은 삭막함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잘못된 기사를 써 놓고도 사과를 잘 안하는 기자이야기에 대해 말할까 한다.

기자도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할 수도 있다. 그러나 기자가 실수를 할 경우, 역사에 남는 기사이기 때문에 그 역사를 바로 써야 하는 것이 또한 기자다. 기자는 이 시대에 세상을 바라보는 가장 바른 눈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경향신문에서 잘못된 기사를 솔직히 사과하고 다시 기사를 올린걸보면서, 그 자세가 경이롭기까지 했었다면, 여러분이 이해를 하실까?

나는 25년동안 방송을 했다. 그동안 시민사회단체들과도 많은 인연을 맺었고, 여러 가지 활동도 했다. 25년동안 별의별일이 왜 없었겠는가? 그중에 한 가지 내가 슬퍼했던 것은 잘못된 기사가 나갔는데, 되돌리기가 힘들었던 일 때문이다.  이미 인쇄돼 나와 버린 글은 내가 아니라고 해도 이미 읽은 사람들 머릿속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어있으니, 어디다 하소연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았을 뿐이다.

나는 6년전, 뉴스를 보다가 효순미선이가 미군장갑차에 안타까운 목숨을 잃었고 그 부모님의 우는 모습을 봤다. 잘못된 소파(SOFA)규정 때문에 미군은 어떤 처벌도 이 나라에선 할 수가 없단다. 우리딸들 앞날이 걱정되고, 이것만은 고쳐주고 싶었다. 난, 반미주의자도 아니다. 나도 미제 좋아한다. 영어도 잘 하고 싶다.

그래서 당시에 촛불집회에 나갔었다. 그리곤, 나도 먹고사는데 바빠 그 일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지난해 대선 즈음에, 한 메이저 신문에 “정치하는 연예인 폴리테이너”라는 제목의 기사와 함께 친절하게도 내 사진이 칼라로 나와 있었다.

신문의 3분의1을 차지했던 그 기사에는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에 노사모와 함께 참여한 김미화는 노무현대통령의 힘을 입어 시사프로도 맡고 승승장구하고 있고, 반대로 이회창후보를 지지했던 연예인들은 방송사에서 불이익을 당해 잘 안나가고 있노라고....” 나는 어이가 없었다. “아주! 소설을 써라 소설을 써!”

어떻게 이런 어마어마한 글을 쓰면서 사실확인 전화 한 통도 없이 이렇게 칼라사진까지 넣어서 확신에 찬 기사를 쓸 수 있을까? 난 그 기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 기자는 당당하게 그 기사가 잘못 쓴 기사가 아니라고 했다.

“김선생님, 잘 보세요, 누가 김미화씨 보고 노사모라고 했습니까? 노사모와 함께라고 써 있지 않습니까? 효순미선 추모 촛불집회에 노사모가 한 명도 없었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습니까?”

말장난도 이런 말장난이 없었다. 아마도 기자들은 기사를 쓰면서 빠져나갈 구멍을 다 생각해놓고 기사를 쓰나보다 싶었다.

“나는 20년 넘게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이 자리에 와 있습니다. 열심히 살아온 내 모든 것을 헛되게 만들지 말고, 정정보도를 해주세요.”

그러나, 그 기자는 끝내 거절했다, 정정보도는 절대 있을 수 없고, 반론보도는 실어주겠단다. 정정보도는 잘못을 인정하면서 보도하는 거고, 반론보도는 나는 잘못이 없는데, 저쪽에서 다른 의견이 있다더라, 아닌가?

그래서 나는 언론중재위원회를 선택했다. 변호사를 선임하고, 위자료청구와 정정보도문을 요구했다. 그때서야, 위자료만 안 받으면 정정보도를 하겠단다.

보름뒨가? 그 신문 후미진 아래쪽 한 귀퉁이에 박스처리도 없이 정정보도가 눈에 최대한 안띄게 나갔다, 나갔는지 안나갔는지 모르게.

사람들은 처음기사만 기억할 뿐 정정보도는 기억하지 못할 것이다. 읽기 어려운 자리에 조그맣게 났기 때문에. 아마도, 그 신문사는 그걸로 신문사 자존심을 세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참 씁쓸한 일이었다. 누구나 기자와 다투는 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대선때만 아니라면 나도 그냥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면서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대선때는 재미있는 기사이기 때문에 많은 언론사들이 기정사실화하고, 확대재생산을 할텐데. 잘못 쓰고도 이미 나갔으니, 잘못 쓴 쪽은 오히려 당당하고, 당해야 하는 나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번엔 안 되겠다 싶었던 건데, 그렇게 했는데도 두 군데 인터넷신문에서, 그 기사를 그대로 내보냈었다. 일일이 전화를 걸어, 언론중재위원회로부터 정정보도를 받아낸 기사다 내려달라, 요구를 한 후에야 기사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미 퍼날러져서 떠도는 기사는 어쩌란 말인가?

그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노래 한대목이 내 마음에 확 꽂혔다. 마이클잭슨이 부른 노랜데, 야! 이 가사 기가 막히게 내 심정을 잘 표현했네 싶었다.

“유 아 낫 얼론(You are not alone)~ 유 아 낫 얼론~ .” “넌 언론도 아니야~ 넌 언론도 아니야~ .” 내 맘대로 해석하고 혼자서 웃었다. 김미화 (방송인)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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