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과 포털


   
 
  ▲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  
 
포털사이트가 올해 대통령 선거의 이슈 메이커로 부상하고 있다. 요지부동의 포털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정치권의 셈법이 작용하고 있어서이다.

인터넷 트래픽 조사기관인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6월 기준 8대 포털뉴스의 시장 점유율은 91%를 넘었다. 이중 국내 포털 양강인 네이버뉴스와 미디어다음의 시장 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이런 포털이 미디어 전쟁으로 표현되는 선거에서 중요한 것은 당연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포털은 뉴스를 제공해온 언론사와 오랜 갈등을 겪고 있다. 갈등의 본질에는 포털이 TV 뉴스 시청률과 신문 열독률을 넘어서고 있는 위기가 존재한다. 수천만명의 인터넷 이용자들이 포털뉴스를 근거로 여론을 읽고 확산하기 때문이다.

이 한국적 위기구조는 언론과 포털만의 관계로 끝나지 않고 정치에서부터 대중문화 등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 포털 초기화면의 뉴스박스에 어떤 뉴스가 편집, 배치되느냐에 따라 그날의 스타와 안티가 탄생되고 개봉영화나 기업 및 제품의 흥망도 결정된다.

이미 포털은 이 나라 인터넷 마케팅의 극점이며 실시간 머니 게임의 본령으로 우뚝 서 있다. 포털 스스로도 그 방면으로 직간접적인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포털이 아무리 사회적 책임을 모면하려고 해도 포털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형성돼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민단체들은 포털이 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자에 유리한 뉴스편집을 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포털은 잘못된 모니터링 방법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포털 주장대로 언론사를 통해 제공받는 뉴스를 그대로 매개할 뿐이라는 항변은 한국언론에 대해 모르고 있거나 변명하는 구실에 불과하다.

한국언론의 정치과잉과 편식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포털식 뉴스 매개 시스템은 더욱 심각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포털은 단순히 유통하는 것이 아니라 기사의 경중과 가치판단에 따라 편집행위를 하고 있다. 그럼에도 편집자의 오류나 성향에 따라 중립성이 무너질 수 있는 점은 내부 뉴스 편집 준칙을 내세우며 모르쇠로 일관한다.

또 시민단체들은 뉴스 편집 데이터를 공개하라고 요구하지만 포털 측은 이런저런 이유로 공개를 꺼리고 있다. 포털뉴스를 둘러싼 공방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포털 뉴스의 공공성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한 이용자위원회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다. 특히 네이버 이용자위원회의 대표는 한 정당과 관련성이 있다는 언론보도가 나가자 스스로 물러나는 해프닝까지 연출했다.

최근에는 한 대선 후보자의 측근이 포털에 불리한 기사를 내려달라는 전화를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포털사업체 임원은 국정 감사장까지 불려 나와 이런저런 해명을 해야 했다. 언론노조와 대선미디어연대는 이런 포털을 개혁과제에 올렸다.

포털이 이용자위원회를 운영하거나 정치뉴스 댓글을 차단하는 식의 알리바이만으로는 스스로의 도덕성을 인정받기 어려울 정도다. 즉, 포털의 항변만으로는 사회적 신뢰를 확보할 수 없을 정도로 상처가 깊어졌다.

대통령 선거일이 50일도 남지 않았다. 대선 관련 정치 뉴스 서비스를 잠정적으로 중단하든가 그렇지 않으면 안팎의 소통내용과 편집 흐름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포털뉴스 종사자들은 외부의 압력으로부터 허약한 존재다. 그들의 사회적 존재감은 전통 미디어에 비해 아직은 낮은 편이다. 자연히 포털 안팎의 권력과 자본은 이해관계를 일치시켜 포털뉴스를 은밀하게 장악할 수도 있다.

포털사이트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회적 논의는 큰 의미가 있다. 뉴미디어 환경에 대한 차분한 이해를 기초로 합리적인 법제도를 조속히 마련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는 포털을 성급하게 재단하는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되고, 포털도 개방적이고 유연한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치권이 대선 승리만을 위해 ‘포털 흔들기’에 나선다면 오히려 낭패를 볼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사이버 공간에서 유권자의 소통과 참여를 장려하는 원칙을 지키는 후보가 누구인가는 점증하는 포털 영향력을 둘러싼 논란 속에서 최대 이슈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최진순 한국경제 미디어연구소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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