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시장 돌파할 고품격 잡지 창간"

[기협 인터뷰]중앙 m&b 길정우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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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라이프스타일·뷰티·패션으로 중국·동남아 등 세계 틈새시장 공략



   
 
   
 
해박한 지식, 기민한 감각으로 국제·통일문제 전문가로서 이름을 날렸던 중앙일보 길정우 기자를 기억할 것이다. 그가 전략기획담당 이사 등을 거쳐 중앙m&b 창립 10년째 해에 뉴 리더로 부임했다. 멀티미디어그룹 JMnet(제이엠넷)에서 길정우 대표의 새로운 역할에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 의욕적인 리더의 치열한 구상으로 빼곡하리라 짐작했던 집무실에는 오히려 넉넉함이 있었다. 인터뷰를 위해 재킷을 고쳐 입는 그의 어깻짓 너머로 창밖 이웃 학교의 고즈넉한 운동장이 눈에 들어왔다. 여름 오후의 진한 향기가 묻어 있었다.


-중앙m&b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6개월이 넘었다.
여섯달 동안 7개의 잡지를 만들었다. 그림이 그려지는 듯 하다. 잡지의 경향이랄까, 돌아가는 것을 알겠다. 그동안 크게 두가지를 염두에 뒀다. 우선 국제 시장에 내놔도 인정받을 수 있는 고품격 잡지를 만들려 했다. 그리고 매체가 다양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부수는 많지 않아도 전문화된 잡지, 새로운 타이틀을 고민했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잡지는 다양한 플랫폼 디바이스를 섭렵할 수 있는 경영전략을 갖는 게 중요하다. 오자마자 시작한 게 온오프 연계 사업이다. 5월 쎄시의 ‘스타일홀릭’을 시작했다. 모바일폰에 일간지와 차별화된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IPTV에서 우리 잡지 콘텐츠를 볼 수 있는 TV매거진도 준비한다. 하나TV, 메가TV에 적정한 콘텐츠, 비주얼을 뿌려줄 수 있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지면 콘텐츠에 동영상, 인터넷쇼핑 등 부가가치를 더할 것이다.

-해외진출이 활발하다. 슈어 대만판과 여성중앙 일본어판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던데.
일본 잡지시장이 뿌리가 깊다. 외국잡지가 경쟁하기 어렵다. 코스모폴리탄 일본판이 연초 폐간했을 정도다. 잡지시장의 순환이 아주 빠른 곳이다. 장수하는 잡지도 있지만 신매체는 폐간율이 높다. 이 속에서도 여성중앙 일본판은 퍽 선전하고 있다. 슈어는 작년 11월 대만에 진출했다. 만족스런 상태다. 슈어는 라이선스인데, 중국에서 내년 3월에 창간호를 낼 쎄시는 현지 합작투자 형태다. JMnet이 중국시장에 진출하는데 교두보를 만든다는 의미가 있다.

-외국 진출한 잡지는 현지 제작과 제공 콘텐츠의 비율이 얼마나 되나.
우리도 인스타일, 코스모폴리탄의 콘텐츠를 마음대로 쓸 수는 있다. 하지만 우리 독자에 맞는 잡지를 만들다 보면 20% 정도 밖에 못쓴다. 우리도 잡지 경향에 맞는 선에서 국내제작을 해야 한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는 70% 정도 우리가 만든 콘텐츠를 쓴다. 대만도 60% 정도 우리 콘텐츠를 사용한다. 우리 여성독자가 해외 트렌드에 민감하다. 다양한 콘텐츠에 관심도 많다. 제작진이 독자들의 그런 요구를 충족시키다 보니 능력도 배가된다. 자연히 외국에서 우리 콘텐츠를 쓰는 비중이 더 올라간다.

-한류 바람의 덕분도 있는 듯 하다.
아시아 국가들의 한류 관심에 비하면 오히려 늦었다. 쎄시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이유도 그렇다. 한류 바람이 이제 피상적으로 흘러가서는 안된다. 중국 사회에 천착하는 단계가 돼야 한다. 우리가 기여할 수 있다. 단순 한류가 아니라 우리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접목시키겠다. 중국에서 성공하면 베트남, 태국 등 동남아 시장에도 더 늦기 전에 진출할 것이다. 그렇게 시장을 넓히려면 영어 콘텐츠가 필요하다. 영어판 잡지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 우리가 만든 고급 콘텐츠 중 외국에 통할만한 기사를 골라 영어로 제작하는 것이다. 이미 회사 안에 팀을 구성해 활동 중이다. 기사만 판매할지 책을 낼지 고민 중이다. AP통신의 사장 톰 컬리는 올해 말부터 엔터테인먼트, 문화 등 ‘소프트 콘텐츠’를 준비하겠다고 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한국다운 고급 콘텐츠를 만들면 AP에 역제공도 가능하다.

-왜 그렇게 해외로 나가나.
국내시장이라는 게 무작정 확대될 수 있는 게 아니다. 잡지 콘텐츠는 신문과 달리 변화가 느리다. 신문시장에 닥쳐온 여러가지 도전을 잡지계는 2~3년 후가 돼야 느낀다. 이번 국제잡지연맹(FIPP) 총회에서 나온 의제들을 세계신문협회(WAN) 총회와 비교해 봤다. 2~3년 전 신문업계에서 고민한 주제들이었다. 한국에서 새 매체를 창간하기란 매우 힘들다. 시장이 작다. 광고 의존도는 높다. 광고 수입은 경기에 민감하다. 그것만 믿고 잡지를 하려면 리스크가 너무 크다. 쇼크를 줄이기 위한,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 방편 가운데 하나가 해외진출이다. 한류 바람이 끝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국 사회와 한국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때가 올 것이다. 우리보다 경제적 수준이 좀 떨어지는 사회일수록 그렇다. 해외진출에는 국내시장의 한계 때문에 나간다는 소극적 의미가 있다. 한편 창출할 새로운 시장이 분명히 있다는 적극적 의미가 있다.

-중앙m&b의 잡지가 유수 외국 잡지들과 해외에서 어깨를 겨룰 경쟁력이 있을까.
경쟁력을 아직 십분 발휘 못하고 있다. 독자의 다양한 취향, 트렌드를 선도하는 잡지를 제작할 수 있을 정도로 기자의 역량이 탁월한가? 국내 독자만 생각해도 아직 개발해야 할 영역이 많다. 해외독자를 염두에 두고 질을 높이면 국내 잡지 제작도 수준이 따라 올라간다. 고만고만한 잡지들이 경쟁하며 70점, 80점 짜리 콘텐츠를 만들던 국내시장도 업그레이드될 수 있다. 세계 속의 한국 경제, 문화, 외교적 위상 등이 꾸준히 증진될 걸 염두에 두면 한국인의 라이프스타일, 여성들의 생활, 뷰티 패션은 틈새시장을 만들 수 있다. 중국이 경제발전 단계에서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따라하듯 중국 여성에게도 동경, 파리, 뉴욕보다는 한 단계 아래 한국이라는 틈새에 시장이 형성될 것이다. 우리 중국 파트너도 말했다. “그 시장은 확대될 영역이 충분하다”고.

-5월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잡지연맹(FIPP) 정기총회에서 ‘디지털 출판이 전통미디어에 미치는 영향과 적응 전략’이란 주제로 직접 한 발표가 좋은 평을 들었다던데.
한국인 발표자는 나뿐이었다. 우리 잡지업계를 대표한 셈이 됐다. 반응이 좋았던 이유가 있다. 우리가 오프라인 콘텐츠를 디지털에 적용하는 샘플 즉 모바일, IPTV, 동영상서비스 등 아직 우리도 시장에 내놓지 않았지만 실험하고 있는 것을 다 시연해 보여줬다. 실질적으로 비즈니스화해서 돈까지 벌 수 있다는 가능성도 알려줬다.

-그러한 시도인 여성중앙의 TV프로그램 ‘이브의 선택 5%’, 쎄시의 모바일서비스 ‘스타일홀릭’의 반응은 어떤가.
왜 콘텐츠 제작자들은 멀티미디어 시대의 새로운 서비스를 주저하는가. 수익모델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익모델이 확인된 곳에 진출하면 이미 늦다. 아이디어를 실천해서 독자층과 광고주를 창출해야 한다. 그래야 선순환 구조로 간다. 작은 회사들은 쉽게 할 수 없다. 우린 JMnet이 있으니까 가능하다. 쓸 수 있는 재원, 인적 자원이 있다. 선도해야 하는 책무, 바로 우리가 할 일이다. 이브의 선택이나 스타일홀릭은 실험적 차원, 새로운 독자와 시청자를 이끌어내는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성공했다. 모든 오프라인 매체는 조직 안에 온라인 마인드를 만들 수 있는가를 고민한다. 여성중앙만 만들었던 사람들이 중앙방송 사람들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한다. 하나의 훈련이 된다. 실험하고 교육시키지 않을 이유가 없다.

-대부분의 오프라인 매체들이 수세적으로 뉴미디어에 접근하고 있다. 단순한 브랜드 이미지 제고 차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m&b도 마찬가지 아닌가.
2000년 초에 신문의 온라인 전략을 깊게 고민했다. 워싱턴포스트(WP), 뉴욕타임스(NYT)의 온라인 담당자를 다 만났다. 그들도 수세적이었다. 이것 갖고 돈 벌겠다는 확신이 없었다. 미국신문은 구인 광고가 수입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 이게 온라인으로 넘어가면 입을 타격을 막기 위해 온라인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금은 WP도 NYT도 멀티미디어 시대의 필수라는 진리를 터득했다. 수세적으로라도 먼저 출발했기 때문에 흐름이 보편화된 시대에도 앞서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 또 정보 홍수의 시대에 살면서 우리 같은 콘텐츠제작회사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뭘까. 보통 사람들이 만드는 콘텐츠와 차별화되는 고품격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단순한 UCC에 우리 프로페셔널 스킬, 전문 PD들의 제작력을 접목시킨다면 훨씬 고급이 된다. UCC가 유행할수록 전문성있는 UCC가 더욱 빛을 발한다. 부가가치를 높이는 노력은 마땅히 해야 한다.

-뉴미디어 사업이 성공하려면 온오프의 대등 관계 등이 보장되도록 인력과 조직을 재설계해야 할 텐데.
잡지가 신문에 비해 온오프의 장벽이 낮다. 다행스럽다. 온오프 장벽은 전세계가 느낀다. 신문은 매일 마감시간과 씨름한다. 온라인 제작에 신경쓰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 그에 비해 잡지는 여유가 있다. 온오프 장벽이 구조적으로 낮다. 일간지에서 동영상은 비주얼 자체에 의미를 둔다. 좀더 전문적인 동영상은 잡지에서 만드는 게 더 맞다. 그런 뉴미디어 마인드의 구조적 정착을 위해 인센티브도 준다. 동영상 제작에 시간을 할애한 사람들에 상응하는 대가를 준다. 이제는 속도가 좀 붙는다. 그러나 아무래도 수익모델이 나오는 게 관건이다. 속도는 느리지만 우리나라처럼 소비자 패턴이 멀티미디어 시대에 적응하는 나라도 없다. 멀티미디어 환경에서 활용도가 높아지는 광고가 유입되고, 새로운 광고주가 창출되면서 수익구조가 생길 것이라고 기대한다.

-새로운 플랫폼 시장 파악과 소비자 분석 등 전문적인 고민도 필요할 텐데.
한국의 경우 모바일, IPTV 등 하드웨어가 앞서간다. 콘텐츠는 뒤따라간다. 과연 그렇게 쫓아갈 역량이 있느냐가 문제다. 모델이 나온 상태가 아니라서 리스크를 각오해야 한다. 우리는 다행스럽게 새로운 기술의 발달에 맞출 수 있는 투자여력은 있다. 세계에서 선진기술회사와 선진미디어회사가 참여하고 있는 것은 항상 예의주시한다. 수익이 창출될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들이 하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장래를 위해 여력이 있으면 참여하는 게 맞다. 뉴미디어 분야에서는 선점효과가 오래가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는 선발회사(Leading Company)로서 책무가 있다. 남들보다 빨리 동참하고 실천해야 한다. 후발주자들이 쫓아와서 억울하더라도 안전경영만 해서는 선두의 의미가 없다. 여기 부임해서 강조한 게 있다. 1등매체를 갖고 있는 미디어 회사는 자세가 달라야 한다. 여성중앙, 쎄시는 그 분야에서 1등이다. 1등매체를 만드는 사람은 1등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1등은 확실한 1등이 돼야 한다. 2,3등 매체가 더 이상 경쟁상대로 여길 수 없는, 앞서가는 매체를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다. 아슬아슬한 1등은 2,3등을 갈등하게 한다. 2,3등은 자기 고유 시장에서 제작하고 마케팅하게 해줘야 한다.

-JMnet 안에서도 m&b가 앞장서서 아카이브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걸로 안다.
m&b가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시너지 기여도 제일 높으니까. 70~80%는 됐다. 1년 반 정도 후면 서비스 론칭이 가능하다. 사실 과연 미래 독자들이 아카이브를 찾을 만큼 우리 잡지가 경쟁력이 있는지 그게 더 걱정이다. 콘텐츠 업그레이드가 더욱 중요하다. 기술적으로도 유저 중심의 기능은 아직 멀었다. 단순히 잡지 넘기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 입체적이고 다양한 서비스가 돼야한다. 멀티미디어 시대의 유저들을 끌어당기려면 그래야 한다.

신진작가 발굴 등 ‘준비된 만화’ 제작
한국 만화계 선도는 물론 해외 진출도


-올초 중앙북스를 출범시켰다. 랜덤하우스와의 분리 이후 출판계로 새로운 진출이다. 앞으로 계획은.
일단 랜덤하우스중앙 시대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 모든 장르에 걸쳐 진출할 것이다. 그중에서도 ‘건강’을 특화시키겠다. 고령화 시대에 맞는 콘텐츠를 만들 생각이다. 만화 부문도 핵심이다. 성공한 국내 유통만화는 일본 번역물이 많다. 전세계 만화시장을 일본이 독점하고 있다. 그게 더 고착화되기 전에 한국 만화를 해외시장에 데뷔시켜야 한다. 요원한 계획은 아니다. 경쟁력은 있다. 다만 국내만화에 투자할 생각을 하지않기 때문이다. 앞으로 4~5년은 중앙북스가 한국만화계를 중흥하는데 기여하겠다. 기존 작가는 물론이고 신진 작가 발굴에도 투자하겠다. 단순히 만들어놓은 만화를 사서 출판하는 데 그치지 않겠다. ‘준비된 만화’를 제작하도록 할 것이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염두에 둔 다양한 디바이스 겨냥도 가능하다. 메이저 언론사가 한국만화계로 투자 진출하는 건 처음일 것이다.

-잡지의 추가 창간 계획도 있는가. 대표이사 임기 중 “이것만은 꼭 이뤄놓고 물러나겠다”하는 것은.
세계잡지시장을 돌아다녀보니 우리 잡지업계는 너무 영세하다. 큰 외국잡지 그룹은 1백개 타이틀 정도를 만들어낸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크다는 JMnet 전체가 열댓개 수준이다. 한국 잡지업계도 몸집을 키워야 한다. 스스로 신규매체를 창간할 수도 있고, 기존 업체와 제휴 병합하는 방법도 있다. 관심을 항상 갖고 있다. 해외에 진출해서도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나중에 돌이켜보건대 새로운 기술발달에 빨리 적응해서 매체의 잠재력을 키워낸 CEO였다는 평가를 듣고 싶다. 2010년에는 중앙m&b가 매출규모 1천억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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