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신문' 만드는 12가지 원천

최진순 기자의 온&오프 <1>

“신문의 미래는 있는가”

젊은 세대의 이탈, 광고물량의 격감, 무가지-인터넷 등 다매체 다채널 환경에서’신문의 혁신’이란 화두는 더 이상 낯선 것이 아니다. 10여년 전부터 신문업계는 나름대로 혁신을 실천하고 있기도 하다.

근래 들어 신문업계가 내놓고 있는 대응 전략은 멀티미디어 플랫폼을 갖추고, 독자(讀者) 참여 기반을 넓히는 것으로 모아진다. 지난해 뉴욕타임즈의 ‘통합뉴스룸’이 국내 신문업계의 참고 모델로 자주 인용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뒤늦게나마‘콘텐츠’퀄리티 제고에 나서고 있어 주목할만하다. 과거 온라인 영역을 새로운 매출창구로만 이해하던 고집스런 시각이‘저널리즘’의 문제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이 결과 종이신문 내부에 ‘인터넷뉴스팀’이 부상하고, 신문기자가 동영상 뉴스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온라인과 오프라인 뉴스조직이 연계, 디지털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신문기자 스스로도 블로그를 통한 ‘취재 뒷얘기’작성 등 온라인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다. 한 기자의 홈페이지는 누적 방문자수 1천만을 돌파했고, 또 다른 기자는 전문성을 인정받아‘1인 미디어’시대를 열었다.

그러나 신문의 미래에 대해서는 여전히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지역신문발전위원회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만247명을 대상으로 한 신문구독 현황에 따르면 “구독하는 신문이 없다”는 응답자가 57%를 차지했다.

또 2004년 기준 신문산업은 수익성과 안정성, 활동성 등 모든 영역에서 곤두박질쳤다. 지방지와 스포츠지들의 역성장 추이는 더욱 심화하는 등 신문업계간 양극화도 확인됐다.

물론 지난해 일부 신문사가 흑자기조라는 발표가 나왔지만 임금삭감, 구조조정 등 ’단기처방’에 따른 것이지, 시장에서 결코 ‘콘텐츠’의 가치를 인정받은 결과는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는 방안이 앞다퉈 쏟아지고 있다. 아예 스포츠, 연예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미디어 기업 내외부에 유통시키는 전방위적인 조직을 설립하는가 하면, 콘텐츠 인큐베이팅을 맡는 전담기구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DMB, 와이브로, IPTV 등 유무선 융합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투자도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의 편차와 기복이 심한 편이다. 자본을 투입할만한 재원 조달력이 없는 대부분의 신문기업은 더더욱 불안한 분위기다.

국가가 신문발전을 위해 정책적 지원과 협력에 나선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전체 신문산업이 구조적으로 성장의 발판을 만들기에는 시간적, 물리적 난관이 많다. 이미 스포츠신문은 파산의 행렬에 들어섰고 상당수 신문기업 종사자들은 경제고에 시달리고 있다.

결국 신문업계는 신문을 살리기 위한 처방전을 끊임없이 발부하고 있다. 관건은 신문 내부에서 ‘혁신’을 할 수 있는 기제를 갖고 있느냐이다. 자연히 ‘발상의 전환’이 되뇌여진다.

신문 내부에 혁신에 대한 충분한 물적, 철학적 토대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기자들의 자세 변화가 계속 주문되고 있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뉴스조직의 합리적이고 유연한 문화를 바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그것은 신문 내부의 사람-조직-자원 혁신의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이 때에 등장하는 변화와 성공의 조건들은 다음의 것들로 정리할 수 있다.



   
 
   
 

 


1. 스타 기자

대중적 인기를 포함 지명도와 상품성을 확보한 기자를 얼마나 많이 거느리고 있느냐에 따라 그 뉴스조직의 가치가 비례한다. 기자 역시 스스로 ‘브랜드’를 관리하는 전략적 자세가 있어야 한다. 몇 년 전부터 한 신문사 오너가 ‘스타기자’를 내세우는 것도 스타기자가 매체 경쟁력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2. 튀는 문화

스타기자는 어디서 오는가? 뉴스조직의 문화가 얼마나 ‘튀느냐’에 달려 있다. 젊은 기자들의 왕성환 대외 활동, 블로그 등을 통한 재치있는 글 등을 “사람도 없는 판에 그런 시간에 기사나 잘 메꿔”라는 식의 면박만 주는 뉴스조직이 많다. 튀는 문화를 권장해야 한다. 근엄하고 수직적인 뉴스조직 아래에서는 콘텐츠의 참신성이 일어날 수 없다.

3. 보상 체계

기자들에게 충분한 휴식과 금전적 보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취재활동의 공(功)은 물론이고 온라인 등 다방면의 활약에 대해 객관적인 평가의 기준과 보상체계를 갖고 있어야 한다. 보상은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일 뿐만 아니라 열정을 불러 모은다. 이때 보상 체계를 갖출 여력이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그런 시스템으로 움직일 것임을 믿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4. 서열 파괴

그러자면 뉴스조직 종사자들이 성과와 능력에 의해 평가되는 것은 당연하다. 오늘날‘콘텐츠’기업은 모든 것이 계량적으로 결과가 나타난다. 그래서 능력있는 구성원들에겐 거기에 걸맞는 직급을 주고 있다. 지식대중이 기자들을 압도하는 세상에 십수년에 ‘차장’타이틀은 지나친 ‘지체’다. 뉴스조직을 조화로운 경쟁과 긴장의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조직의 탄력성은 결정적이다.

5. 창조적 마인드를 키우는 교육프로그램

좋은 시스템을 갖춘다고 끝나는 것은 아니다. 고급하고 차별성 있는 콘텐츠는 기자들에 의해서 나온다. 기자들에게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전수해야 한다. 효과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보유하는 것은 기자들을 변모시키고 ‘재충전’의 필요성에 동의하게 만든다. 한 포털 사이트가 ‘창의성을 키우는 사내강연’을 정례화하고 있는 것은 시사할만하다. 교육은 ‘창의성’으로 집중돼야 한다.

6. 통합과 개방

뉴스조직의 통합을 일방적으로, 단시간에 추진해서는 안된다. 뉴욕타임스는 10년 이상 ‘통합’을 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물리적, 기술적인 수준의 통합을 수개월만에 완성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콘텐츠’의 질적 변화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 서로 다른 조직을 통합하는 일은 어떤 차별의 벽도 없애는 완전한 ‘개방’이 있을 때 ‘콘텐츠’의 쇄신을 산출하면서 완성된다.

7. 다양성

뉴스조직이 다루는 콘텐츠는 이제 (조직내의) 일치된 목소리를 담는 것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졌다. 획일화된 교육과 이념의 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콘텐츠의 지향점을 보다 미시적으로 펼쳐 놓고 독자들의 라이프 사이클과 조밀한 접점을 형성해야 한다. 일례로 최근 국내 주요 시사 월간지가 죽을 쑤고 있다. 애용하던 낡은 관점의 콘텐츠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하고 미래지향적 관점이 콘텐츠 생산 과정에 녹아들어야 한다.

8. 독자DB

콘텐츠를 제공하는 신문기업 대부분이 체계적인 독자DB를 미확보하고 있는 것은 개탄스러운 일이다. 왜곡된 신문유통이 빚은 ‘참극’이지만, 아직도 늦지 않았다. 독자DB를 통한 CRM을 가장 우선 순위에 두어야 한다. 경쟁력있는 신문기업들 중에서 독자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지 않는 곳이 없다. 이미 일본 신문들은 타깃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 독자DB는 디지털 시대에 보다 결정적인 과제다.

9. ‘구멍가게’ 마케팅 벗어나야

스포츠신문이 위기에 처한 것은 콘텐츠 생산의 독점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스포츠신문이 만나는 시장인 스포츠, 연예 산업이 이미 글로벌화하고 있다. 스포츠 구단과 연예 매니지먼트사가 스스로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신문기업의 마케팅이 ‘빨아대는’ 광고와 사업에 연연하는 한 지속가능한 성장은 불가능하다. 콘텐츠의 생산-소비 지점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의 형식과 내용도 달라져야 한다.

10. 자원의 디지털화

국내 신문사들은 짧게는 수십년에서 길게는 백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한다. 하지만 사진, 기사 등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어느 정도로 진행돼 있을까? 상당수 신문업계가 스스로 생산한 콘텐츠 관리에 허술하다. 최적화된 콘텐츠 관리가 이뤄지지 않으면 더 이상의 질적 개선을 담보할 수 없고,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

11. 참여와 소통

가장 저비용으로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이 대화하는 일이다. 유통시장, 독자(소비자, 기업 광고주)와 끊임없이 소통해야 한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안되고 있다. 왜일까? 참여와 소통을 막는 고전적인 ‘업무 패러다임’도 문제지만 기자들 스스로도 아직까지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자는 기사를 만드는 사람이 아니라 소통하는 사람이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기자가 독자들과 만나고 밀착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지역신문들을 중심으로 ‘지역 커뮤니티’를 아우르는 전략이 충만하다. 현재 독자들의 발언은 ‘시민저널리즘’으로, 대안미디어로 진전돼 ‘매체 영향력’으로 환원되고 있다.

12. 오너의 리더십

지금 신문기업 앞에 펼쳐진 시장은 꾸준하고 완만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 어떤 것도 확실성을 주고 있지 않다. 오랜 기간 누적된 경영침체로 조직전체가 느슨해져 있다. 이런 가운데 오너는 신문기업의 미래 비전을 조속히 내놓아야 할 책무가 있다. 오너는 신문기업의 생존전략을 도출하기 위해서 첫째, 외부의 전문가 그룹을 적극 활용하고 둘째, 방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며 셋째, 젊은 기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할 것이다.

현재 신문은 기로에 서 있다. 지식대중의 콘텐츠가 기자의 정체성을 위협하고, 비디오 등 멀티 콘텐츠가 텍스트 위주의 기반을 갖는 신문을 잠식할 기세다. 신문은 인터넷과 양립하면서 딜레머를 던지고 있다. DMB에서 와이브로까지 펼쳐진 시장에서 수십년간을 시장에 안주해온 신문기업이‘블루 오션’을 찾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종이라는 플랫폼에서 획득한 신문의 전통과 신뢰도를 넘볼 수는 없다. 그러나 혁신의 원천을 갖추고 있지 않는 신문, 그래서 혁신할 수 없는 신문의 미래는 없다. 잔인하지만 그것은 사실이다. 당신이 몸담고 있는 신문에 위와 같은 혁신의 원천이 없거나, 스스로도 혁신에 동참할 수 없다면 “떠.나.라.”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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