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하기'냐, '제2르네상스'냐?

(특집/미래의 신문) 생존의 기로에 선 신문 시장
각 사 실정에 맞춰 '매체 파워' 육성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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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체 간 이합집산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종이신문의 입지가 나날이 위축되는 가운데 각 신문사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 매체 간 이합집산이 활발히 진행되면서 종이신문의 입지가 나날이 위축되는 가운데 각 신문사마다 생존을 위한 다양한 전략 수립에 분주한 모습이다.  
 
‘빙하기의 공룡’으로 전락할 것인가, ‘제2의 르네상스’를 구가할 것인가.

신문 미래를 둘러싼 엇갈린 예측이 나오는 가운데 ‘이대로 안 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한국언론재단(이사장 정남기)이 지난해 4월 28일부터 5월 2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천2백명을 대상으로 ‘수용자 의식 조사’를 한 결과, 신문의 유료 정기 구독률은 1백명(가구) 중 절반에도 못 미치는 48명(가구)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1998년 64.5%, 2000년 58.9%, 2002년 53.0% 등과 비교했을 때, 해마다 구독률이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수치와 맞물려, 미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UNC) 필립 마이어 교수는 <소멸하는 신문>(The Vanishing Newspaper)란 저서를 통해 “현재와 같은 속도로 신문 구독자 수가 감소해 나가면 2043년 초쯤 지구상에서 신문은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물론 최악의 상태를 가정했으나 신문 시장, 특히 우리 신문시장을 둘러싼 대내외 환경은 점점 악화되면서 제2의 르네상스를 구가할 것이란 예측이 힘을 잃고 있다.



신문업계에서 논의되는 주요 화두를 가지고 반전을 노리는 신문 업계의 움직임을 살펴본다.





◇미래 신문 판형은 = 지난 5월에 열린 ‘WAN 서울총회’에선 판형 변화에 대한 논의가 주요 이슈가 됐다.



이 자리에서 일부 참석자들은 독일의 ‘디 벨트’나 영국의 ‘인디펜던트’ 등 해외 일부 신문들이 타블로이드 판형으로 전환, 10~20%정도의 판매증가 효과를 봤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들은 콤팩트형 신문이 젊은 층과 여성 층 독자들에게 크게 어필하면서 판매 증가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국 등 일부 지역에선 광고 단가가 일반 판형에 비해 10~15%정도 줄어들었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우리의 경우 중앙일보 등 일부 신문들이 섹션이나 주말판 등을 통해 판형 변화에 대해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으나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부정적인 입장이 여전히 지배적이다.



이는 유럽과 달리, 젊은 층이나 여성 독자층이 매우 얇기 때문에 판형 전환에 따라 판매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것.



오히려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광고와 지대 수익의 비율이 7대3인 우리 신문의 수입구조에 있어 판형 변화는 자칫 광고 수익 하락하는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재단 김영욱 미디어연구 팀장은 “컴팩트형이나 타블로이드판의 경우 ‘시각화’가 힘들뿐 아니라 시각 위주의 편집이 중시되는 우리의 상황과 맞지 않는 등 리스크가 크다”며 “오히려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적은 지역신문에선 시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기사에 대한 전략적 제휴 = 지난 6월 미 유력지 가운데 하나인 ‘워싱턴 포스트’와 ‘월 스트리트 저널’은 양자 간의 기사를 교환하는 등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맺었다.



이는 신문시장 위축과 관련, 대립적인 경쟁구도에서 탈피해 건전한 경쟁과 협력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현상이 우리 신문 시장에 얼마만큼 적용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은 다소 엇갈린다.



한 신문사 경영기획실장은 “향후 3~5년 이내 신문시장의 재편 움직임이 일 것”이라고 전제하며 “현재와 같이 과포화상태에선 신문 가운데 절반이상이 도태될 확률이 높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치열할 것이고, 이에 따라 중앙일간지 간에 기사교환도 일어날 공산이 크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CBS의 ‘노컷뉴스’의 경우 지난해 지방 언론 18개 사와 ‘기사와 사진’ 등을 제휴, 게재할 수 있는 포털사이트를 구축하기도 했다.



이와 달리, 천편일률적인 현재의 기사 형태로는 이런 시도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신문방송학)는 “신문 선진국의 경우 상호보완적인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기사 교환이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우리 신문의 콘텐츠는 크게 차별화하기 힘들기 때문에 향후에도 유력지 간 기사 교환은 불가능하고 또한 무의미하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마이너신문’이나 ‘지역신문’은 위상과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가운데 타 사와의 전략적 제휴가 불가피한 상태다.





◇무료신문이 대안인가 = 최근 런던 이브닝 스탠다드, 메트로 등을 발간하는 미디어그룹 ‘DMGT사’는 이와는 별도로 ‘스탠다드 라이트’란 무료신문을 점심시간에 배포했으나 기존 유료신문 판매엔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밝혔다.



우리의 신문 시장의 경우도 이와 유사하게 문화일보에서 ‘a.m7’, 한국일보에서 ‘스포츠한국’, 스포츠서울에서 ‘굿모닝 서울’을 발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스포츠서울은 지난 한 해만 1백억원의 적자를 낸데 이어, 올해에도 월 평균 6억대의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지난달 정간을 결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소스 멀티유저’라는 차원에서 각 사들이 자구책을 위한 일환으로 무료신행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학자들은 한 신문사에서 나오는 동일 매체에 대해 광고주들이 별개의 매개로 인식할 것인가에 대해선 부정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특히 신문광고를 ‘회사 이미지 광고’로 인식하는 광고주를 어떻게 설득해, 광고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매체로 인식시킬 건에 대해선 여전히 남겨진 숙제라고 주장했다.





◇향후 기자인 위상과 역할은 = 과거엔 사건·사고 현장엔 당연히 기자들이 있을 것으로 여겼고, 또한 그래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각종 전자·통신기기의 발달로 이런 개념이 모호해졌다.



실제로 런던 테러 등 각종 사고 현장에서 나온 사진이나 동영상 등은 현장을 직접 목격한 평범한 시민들의 제보로 보도하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런 현상이 암시하는 바는 기자의 위상과 역할에 대해 ‘대전환기’가 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거 정보를 수집하는 것이 기자였다면 향후 기자들은 이를 가공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추동이 되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일례로 과거에는 단순히 증시와 관련해 현상을 보도했다면 이젠 이를 뛰어넘어 현상을 예측하고 뒷받침하는 역할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



즉 여로를 미리 파악하고 이에 대한 ‘맥락’을 짚어주고, 나아가 뉴스 소비자인 독자들에게 충분히 이해, 전달해야 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신뢰성이 담보됐을 때 ‘위기가 곧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또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신뢰성을 위한 ‘뉴스 인증제’가 실시될 경우 기자들의 위상이 재정립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선진 언론들은 이를 위해 △오보방지 프로그램 개발 △익명 보도 최소화 △표절방지 소프트웨어 개발 등 신뢰성을 공고히 하기 위해 발 빠른 개선책을 내놓고 있다.





◇과연 생존하는 신문은 = 신문 재편은 대기업 등 지원관계나 정부의 정책 등 여러 변수가 걸린 문제다.



그러나 누구나 현 신문시장 구조가 ‘불균형적인 포화상태’임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신문 재편은 불가피한 현실이다.



일부에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신문사도 있을 것이란 예상하고 있으나 이보단 매체 간 ‘힘의 간극’이 더욱 커져, 나름대로 생존 활로를 찾기 위해 더욱 분주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가운데 많은 전문가들은 신문 시장이 향후 5~10년 사이에 재편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특히 중앙일간지 중 과반이 생존 위기에 직면할 것이며, 이 때문에 생존을 위해 나름대로 특화된 신문으로써의 길을 모색하는 바람에, 현재와 같은 전국적인 종합일간지 형태는 많이 감소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지 역시 현재 시장규모보다 축소, 2강 체제로 형성될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런 요인으론 △신문 산업구조의 한계 △광고의 퀄리티 △미디어부문 무한경쟁 체제 돌입 등을 내세웠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언론은 메이저와 마이너란 구조보다는 ‘유력지’와 ‘비 유력지’ 간으로 나눠진 위상 속에서 자사 위치에 맞는 ‘매체 파워’를 키워 나가는 것이 생존의 관건이 될 것이란 주장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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