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생중계 정도로 생각한 그녀들의 복싱 경기가 영상 클립과 쇼츠, 뉴스 리포트, 라이브, 다큐 제작으로 뻗어나갈 줄 몰랐다. KBS청주방송총국 보도국 디지털콘텐츠팀이 제작한 KBS충북 유튜브 오리지널 ‘낭만 파이터’ 이야기다.
충북 증평군에서 자동차 부품 공장을 운영하는 59살 이현정씨와 글로벌 의류회사 대표 65살 박정이씨의 복싱 맞대결을 알리는 포스터가 시작이었다. 6월 유튜브 기획 소재를 찾느라 SNS를 뒤지던 조진영 기자의 눈에 한 영상이 들어왔다. 9월5일 증평군수배 격투기대회에서 두 여성이 복싱 경기를 한다는 소식이었다(격투기협회 공인 타이틀 매치였지만 안전을 위해 복싱 룰을 적용했다). 알고 보니 두 사람의 열정을 담은 영상이 SNS를 타고 100만 조회를 넘으면서 맞대결이 성사된 참이었다.
명색이 팀이지만 기자 1명에 프리랜서 VJ 1명이 전부라 처음엔 유튜브 라이브 생중계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나이도 잊은 채 1년 넘게 주먹을 갈고 닦은 두 사람의 진지한 모습에 예산을 들여서라도 기획으로 제작하고 싶었다. 유튜브 라이브에서 판을 키운 건 구병회 보도국장이었다. 조 기자는 “두 분의 맞대결 포스터 사진을 국장한테 보여드렸는데, ‘이분들 그냥 취미로 하는 게 아니다. 폼과 장비가 예사롭지 않다. 컨택해 보라’고 했다”면서 “국장이 아마추어 복싱을 했는데, 알아보신 것 같다”고 했다.
KBS청주는 다큐멘터리 특집 예산을 들여 인생의 후반기에 글러브를 끼고 격투기에 도전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제작하기로 했다. 휴먼스토리와 예능적 요소를 적절히 섞어 유튜브와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하고 생중계, 리포트, 30분짜리 미니 다큐 형태의 종합 콘텐츠로 만들었다.
88 서울올림픽 복싱 금메달리스트 김광선 KBS 해설위원이 두 선수와 각각 스파링을 하면서 예능적인 요소는 극대화됐다. 두 사람의 주먹을 직접 받아 본 금메달리스트는 이현정의 파워와 박정이의 스피드를 강조했고, 그렇게 힘으로 밀어붙이는 ‘코뿔소’, 빠른 움직임의 ‘날다람쥐’ 캐릭터가 잡혔다. 김광선 해설위원이 등장한 유튜브 쇼츠는 조회수 27만회를 달성할 정도로 화제를 모았다.
박정이씨 섭외 비하인드가 있다. 박씨는 중국, 미국 출장 등으로 바쁜 데다 카메라에 찍히는 걸 꺼렸다. 출연을 고사하면 어그러지는 판이었다. 조 기자는 서울로 향했다. 고급 용지로 만든 기획안을 제안서 형태로 뽑아 가고, 꽃다발도 준비했다. 간곡한 정성이 통했는지 박씨가 마음을 열었다. 그는 나중에 ‘조 기자에게 낚여 촬영했는데, 재미있게 담아줘서 고맙다’고 전했다고 한다.
두 사람의 특별한 한판 승부는 5일 KBS충북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됐다. 양문석 KBS청주 아나운서가 전체 진행을 맡고 김광선 해설위원과 KBS부산 ‘아침마당’ 패널로 활동하는 방송인 이남미씨가 합을 마쳐 해설했다. 조 기자는 “복싱 룰 경기라 기술 해설보다 두 선수의 도전 스토리 전달에 초점을 두려 김광선 해설위원과 이남미 MC를 섭외했다”고 말했다. 경기 장면을 시청하는 유튜브 동시 접속자는 100명 안팎이었지만, 두 선수 입장 장면을 담은 인스타그램 게시물 조회수는 박정이씨 52만회, 이현정씨 34만회를 달성했다.
KBS청주가 제작한 미니다큐는 10월9일 오후 5시30분 KBS 1TV(충북권역)에서 방송된다. 이 다큐는 증평에 사는 이현정씨가 중심이다. 조 기자는 “인구 3만명 정도의 작은 동네에서 새로운 이야깃거리를 던지는 사람들이 있고, 그게 전국적으로 관심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면서 “다큐 자체는 이현정씨의 일상과 증평에서 일어난 일들에 집중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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