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 선출 늦추려 편성위 이용" 비판에…박장범 "사실 아냐"

종사자 위원들 "사장 임기 연장 위해 편성위를 악용 말라"
10차례 회의에도 편성규약 개정 난항…이사회서 책임 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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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장범 KBS 사장이 편성위원회 논의 내용을 자신의 가처분 소송에 활용했다는 비판에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앞서 박 사장은 법원에 ‘새 이사가 12월31일경 임명될 수 있다’는 취지로 주장하며 이사회의 차기 사장 선임 절차 중단을 요청했다. 이에 편성위원회 종사자 측 위원들은 “편성위에서 12월31일과 같은 구체적인 시점은 언급된 적이 없다”며 “편성위를 임기 연장에 악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7월31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14기 첫 이사회가 열렸다. /KBS 제공

KBS 이사회는 22일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편성위원회 진행상황 보고’ 안건을 상정했다. 앞서 이사회는 KBS 편성위원회에 오는 29일까지 임직원 및 시청자위원회 몫 이사 추천 절차를 완료할 것을 요청했는데, 이에 대한 진행상황을 보고받기 위해서다. 회의에는 박장범 사장을 비롯해 김우성 부사장(편성위 사업자 측 대표)과 최광호 KBS 기자협회장(종사자 측 대표)이 참석했다.

이날 이사회에선 박 사장이 편성위 논의 내용을 새 사장 선출을 지연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최광호 협회장은 “9차 편성위원회 당시 시청자위원회 선출과 관련해 종사자와 사업자의 의사가 동등하게 반영되는 구조에 합의했던 것에 대해 저희는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기뻐했다”면서 “그런데 그 상황이 저희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활용됐다는 사실을 최근에 알게 돼서 내부적으로 큰 혼란이 있었고 심리적인 타격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최 협회장은 “박 사장이 지금 진행하고 계신 가처분에 편성위에서 논의된 내용이 저희가 의도한 바와는 전혀 다르게 잘못 사용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면서 “편성위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은 12월31일과 같은 구체적인 안건이 편성위에서 합의가 있었던 것처럼 소송 자료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에 굉장히 큰 당혹감을 느꼈다”고 비판했다.

22일 박장범 KBS 사장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장범 사장은 최 협회장의 발언 도중 “공개된 회의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공개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박 사장은 이후 발언 기회를 얻어 “가처분 소송은 이사회와 또 사장인 저와, 이사회 결의와 관련된 법원의 긴급한 조치를 구하는 소송이다. 편성위와 관련해 이사회 보고를 받는 자리에 왜 제가 제기한 소송이 언급되어야 하는지 당혹스럽고 부당하다”고 밝혔다.

또한 “소송은 각자의 주장을 투명하게 판사에게 제시하고 법률적 판단을 받아 법원의 결정에 수용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 것”이라면서 “제가 이사회를 상대로 벌이고 있는 가처분 소송과 편성위원회가 연관된 사안인 것처럼 자칫 꾸미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사장은 8월31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을 제기했다. 이사회가 8월26일 의결한 ‘제28대 사장 임명 제청을 위한 절차와 방법에 관한 건’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것으로, 새로운 사장을 선임하기 위한 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취지다.

이후 박 사장은 15일 남부지법에 가처분 신청취지 변경신청서를 제출했다. 박 사장은 “2026년 12월31일까지 해당 의결의 효력을 정지해달라”고 요구하며 그 이유에 대해 “미추천 이사 중 시청자위원회 추천 및 임직원 추천 이사의 추천이 해당 시기쯤 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은 이날 이사회 직후 성명을 내고 “편성위를 임기 연장에 악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박장범 사장이 추가 서면을 법원에 제출했을 당시 편성위 상황을 복기해보면 논의에는 본격적인 속도가 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박 사장이 가처분 신청 취지를 변경한 이후 회의 분위기는 급변했다”면서 “지금까지 논의 상황을 볼 때 모두 이례적인 상황이었다. 사측의 입장 변화도, 전광석화와도 같은 입장 공표도 마찬가지였다”고 밝혔다.

이어 “종사자 측은 큰 원칙들이 합의를 본 점은 나름의 성과라 판단하고 다음 회의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해당 합의는 우리도 모른 채 엉뚱한 데 활용됐다”면서 “사안의 시급성을 감안해 신의를 갖고 합의했다고 믿었던 원칙이 결국 박장범 사장의 가처분 인용을 위한 근거 만들기용이 아니었는가 하는 의심에 이르게 됐다”고 비판했다. 또한 “박장범 사장 개인 소송 과정에서의 편성위 악용 행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강조했다.

“편성위 왜 속도 못 내냐” 지적엔…“과반 노조 여부 두고 갈등 있었기 때문”

9일 정재권 KBS 이사장이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편성위가 10차 회의까지 진행됐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이날 이사회에서는 사측이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구창훈 이사는 “편성규약과 관련해 사측에서 어느 정도의 진정성을 가지고 초안을 만들어 봤는지, 그리고 그걸 가지고 협상을 했는지 의문이 있다”면서 “타사(EBS, MBC)는 한두 번에 끝냈던 편성규약 개정을 KBS는 10여 차례 (회의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시청자위원회 관련 합의밖에 못했는지 답변을 해달라”고 지적했다.

이에 박 사장은 “MBC랑 EBS 구성원들 잘 아실 텐데 그런 말씀하니까 당혹스럽다”면서 “KBS는 과반 노조이냐 아니냐를 가지고 다툼이 최근까지 있었던 회사다. 다른 데는 90% 이상이 압도적으로 한 노조가 과반 노조”라면서 “KBS와는 전혀 다른 구조다. (논의가 늦어진 것은) 편성위 구성에서 종사자 대표는 노조의 구분 없이 전 직원의 의사가 민주적이고 공평하게 투명하게 반영되어야 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또한 “서로 믿고 논의, 표결해서 만장일치로 합의한 것을 그 다음 회의에서 부정하면 누가 신뢰를 깬 거냐”고 반문했다. 사실상 종사자 측 위원들을 겨냥한 발언이다. 앞서 종사자 측은 16일 열렸던 8차 회의에서 개정된 편성규약의 내용을 조문별로 부분 공표하는 데 동의했다. 그러나 박장범 사장이 가처분 청구취지를 변경한 사실이 알려진 직후 22일 열린 10차 회의에선 ‘(편성위 합의 내용을 공표하는 것이) 가처분 인용의 논리로 악용될 수 있다’며 완결성을 갖춘 편성규약을 의결하고 공표해야 한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이날 회의에선 편성위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논의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정재권 이사장은 “과거 흥미롭게 봤던 프로그램이 끝장 토론 같은 프로그램이다. 밤을 새워서라도 특정 주제를 두고 토론을 하고 결론을 내기도 하고, 토론 자체가 충분한 정보를 주기도 했다”면서 “이 사안을 편성위에서 정말로 중시한다면 지금까지의 논의 과정을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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