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이 AI 이미지를 일부러 가짜같이 만드는 이유

서수민 서강대 교수, 경기언론인클럽 주최 'AI와 저널리즘, 지켜야 할 원칙들' 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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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생성형 인공지능(AI) 이미지를 일부러 ‘가짜’같이 만듭니다. 예를 들면 만화나 일러스트처럼 만드는 건데, 이렇게 실사가 아닌 티를 내는 이유는 신뢰와 연결되는 것이고, 문해력이 높은 독자만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오해 가능성을 줄이고 매체 신뢰도를 유지하기 위해 최대한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겁니다.”

생성형 AI 기술이 날로 발전하며 실사 같은 영화를 단 몇 초 만에 만들 수 있는 시대다. 그만큼 언론인이 취재·보도에서 AI를 활용하는 분야도 다방면으로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조금은 속도를 조절하고 저널리즘 윤리를 고민해야 한다는 당부가 나왔다.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16일 강연에서 언론사의 AI 이미지 활용에 신중한 접근을 요구하며 제시한 체크리스트 예시.

16일 경기언론인클럽 주최로 경기문화재단 3층 아트홀에서 열린 <AI와 저널리즘, 지켜야 할 원칙들> 강연을 맡은 서수민 서강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여러 AI 저널리즘 원칙 중 특히 기자들이 이미지·영상 활용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했다. 단순히 틀린 정보를 피하는 것을 넘어, 실제와 다르게 믿도록 만들지 않는 ‘비기만의 영역’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언론사가 뉴스 시사 영역에서 AI 영상·이미지를 생성할 때 “예쁘고 보기 좋게”만 생각하고 만들어선 안 된다는 건데, 독자·시청자들이 실제 기록물로 오인할 가능성이 높은 콘텐츠는 원칙적으로 제한하고, 특히 역사적 사건이나 사고 현장 등 실제 인물이나 장소를 AI로 재현한 콘텐츠는 매우 신중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서 교수는 강조했다.

서 교수는 그러면서 한 국내 일간지가 AI로 만든 시위 현장 같은 이미지를 기획 기사 사진으로 실은 점을 문제적 예시로 들었다. 그는 “AI가 사람 얼굴 데이터를 어디서 얻었는지 모른다. 합성하는 과정에서 실존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다. 초상권 측면에서 ‘나는 이 시위를 간 적 없다’고 소송을 걸 수도 있는 문제”라며 “편집한 사람 입장에선 ‘있어’ 보이고 깔끔해 보인다고 생각하겠지만 사실성, 진실성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AI 생성형 이미지나 영상을 낸 이후 다른 이용자가 전체 맥락과 다르게 편집하는 등 악용될 여지도 생각해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기자들이 AI를 쓰며 기록되는 정보에 대한 보호, 프라이버시 침해 문제도 앞으로 중요해질 전망이다. 서 교수는 “기자들이 회사 명의의 AI 계정을 제공해도 개인 계정으로 쓰는 경우가 있다. 회사에서 감시당할 수 있다는 이유인데, 개인 계정은 민감 정보가 회사 밖으로 유출되기 쉬운 문제가 있다”며 “해결 방법은 없을지 연구자로서 고민하는 부분인데, 공공 아카이브 형태의 안전한 시스템을 구축하자는 요청을 정부에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후 검증 대비를 위해 AI 활용 기록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 교수는 “굵직한 기사일수록 프롬프트 내용, 도구 이름, 버전 정보 등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며 “언론중재법은 보도 후 6개월, 민법상 손해배상 소멸시효는 10년이다. 앞으로 언론중재위원회 신청, 소송 등의 현실적인 문제도 살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I 활용, 저연차 기자들 성장 기회 박탈할 수도

AI 이슈에서 빠질 수 없는 노동 측면과 관련해서 서 교수는 특히 저연차 기자의 성장 기회 차단 문제를 지적했다. ‘네버스킬링’(Neverskiling) 개념을 제시하며 그는 AI 기술이 언론인이 피드백과 시행착오를 통해 성장하고, 실력을 쌓아나갈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기자 훈련 과정이 간소화되고 단신은 AI로 쓰게 두는 식이다. 취재력이 좋고 글을 잘 쓰는 기자에겐 AI가 날개를 달아주지만, 거기까지 가지 못한 세대는 성장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며 “기자들의 역량이 쌓이지 않는 건 언론계 전반의 지속가능성 문제로도 연결된다. 고용과 교육 시스템 개선이 필요한데 다 바꿀 필요는 없지만 계속된 피드백, 도제식 교육은 여전히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AI가 등장하며 언론계에선 기자 등 인력 비용을 아끼는 추세도 나타나고 있다. 이에 서 교수는 언론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정책적 인센티브도 중요하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지역 언론 고용 세제 혜택 추진을 좋은 사례로 들었다. “언론사 입장에선 기자 고용에 투자하면 그만큼 보상을 받는 제도”라는 설명이다.

서수민 서강대 교수가 16일 강연에서 예시로 든 한 언론사의 AI 활용 워크플로우.

무엇보다 언론사가 AI 저널리즘 원칙을 확립하는 과정에 현장 기자의 참여가 꼭 필요하다는 조언도 나왔다. 서 교수는 “윤리는 처벌이 아닌 자율 준칙의 영역이 바람직한 만큼, 솔직한 공유와 질문, 공개를 가능하게 하는 뉴스룸 문화가 필요하다”며 “조직 내 팀장과 차장 역할도 중요해졌다. 높은 노동 강도로 일하는 현장 기자와 데스크 간 소통이 끊긴 상황에서 중간자적인 이들의 역할은 중요하다”고 말했다.

AI 저널리즘 윤리 준칙 내용에 대한 정답은 없다. 윤리 준칙을 만들되 선언적인 문구에서 나아가 사내 소통을 통해 매체별, 분야별, 언론사 특성 등에 맞게 세심한 시스템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게 서 교수의 설명이다. 속도가 중요한 통신사라는 특성을 살려 AI를 적극 도입해 금융 분야 속보를 자동화해 6초 내 전달하는 로이터, BBC 스타일로 다시 쓰는 AI 자동화 툴이 잘못 전달하는 비율이 45%나 된다며 사람이 자세히 검증하는 접근을 하고 있는 BBC, 원칙적으로 기사와 이미지 작성에 생성형 AI를 쓰지 않도록 한 가디언 등의 다양한 사례가 제시됐다.

서 교수는 “적지 않는 언론사에선 이미 날씨, 스포츠, 증시 기사를 자동화하고 있다. 사내 원칙상 AI를 쓰지 말라고 한다면 이 간극은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될 수 있다”며 “속도가 중요한 재난 등은 인간 감독 시스템의 수위를 낮추되, 안보 문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검증을 하는 등 우리에게 맞는 게 무엇일지 고민하고 토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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