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돌아보니 지난여름은 야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고교 선수들의 열기로 가득했던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를 취재했기 때문입니다. 수많은 순간 중 예선전 취재 때 제주고 주홍찬 선수가 홈으로 달려오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그날 제주고 투수의 투구 동작을 좇던 중 유니폼 왼쪽 어깨에 달려 있던 검은색 ‘근조(謹弔)’ 리본이 눈에 띄었습니다. 쿨링 브레이크 때 더그아웃을 찾아 연유를 물었습니다. 주홍찬 선수는 엊그제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팀원 모두 리본을 달았다고 했습니다. 짧은 인사만 남긴 채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얼마 뒤 타석에 선 주홍찬 선수는 2루타를 쳤습니다. 눈시울이 붉어지면서도 2루 베이스까지 어머니를 생각하며 온 힘을 다해 달렸습니다. 이어 동료의 홈런이 터졌고 그는 환하게 웃으며 홈을 밟았습니다. 경기가 끝난 뒤에야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며 어머니에게 사랑한다는 마지막 인사를 전했습니다. 저마다 역경을 딛고 홈으로 들어오는 주자들의 모습을 봐왔지만, 올여름 그의 홈인은 더 특별했습니다. 슬픔 속에서도 팀을 위해 끝까지 자신의 야구를 이어가던 그의 모습이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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