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MBC '올림픽·월드컵 중계 의무화' 법안, 본회의만 남겨둬

'보편적 시청권 보장' 방송법 개정안 9일 법사위 통과
KBS·MBC 중 최소 한 곳은 '국민관심행사' 중계 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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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월드컵 같은 ‘국민관심행사’를 하나 이상의 지상파 방송사가 반드시 생중계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방송법 개정안이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하며 본회의 처리만을 남겨두고 있다. 2032년까지 남은 세 차례의 올림픽과 100주년 월드컵 독점 중계권을 가진 JTBC가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황에서 이번 개정안이 ‘보편적 시청권 보장’이란 애초 입법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032년 올림픽·월드컵까지는 지상파 생중계 의무 예외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5월7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를 통과한 방송법 개정안을 수정 가결했다. 2월 JTBC가 홀로 중계한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관심 속에 막을 내리면서 유료방송 독점 중계에 대한 문제 제기가 본격화한 지 반년 만이기도 하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은 ‘국민 접근성 보장’을 위한 제도 개선을 주문하고 나섰고, 6월 북중미 월드컵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3월 관련 법안 발의, 4월 법안 심사, 5월 전체회의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이뤄진 바 있다.

서영교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439회국회(정기회) 제2차 법제사법위원회 제2차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뉴시스

개정안의 핵심은 올림픽, 월드컵 같은 ‘중대한 국민관심행사’의 경우 하나 이상의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사업자와 그 방송사업자가 운영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실시간 중계를 하도록 의무를 부과한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을 JTBC와 KBS가 공동 중계했던 것처럼 독점 중계권이 누구에게 있던 지상파는 반드시 포함하도록 한 것이다.

다만 법사위 심사 과정에서 달라진 게 있다. 기존 과방위안은 부칙에서 지상파 생중계 의무 조항 등을 “이 법 시행 이후 개최되는” 대회부터 적용한다고 했는데, 법사위는 이를 “법 시행 이후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부터”로 수정해 의결했다. 다시 말해 JTBC가 이미 계약을 체결해 중계권을 갖고 있는 2032년까지의 올림픽·월드컵 대회는 지상파 실시간 의무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이다.

앞서 과방위 법안 심사 당시 해당 부칙 조항을 두고 JTBC는 물론 MBC 등 지상파 방송사도 소급 적용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고 위헌 논란도 제기됐지만, 정부여당은 그대로 밀어붙였다. 이복우 과방위 수석전문위원이 “입법에서 가장 중요한 입법의 원칙이 법률 불소급의 원칙”이라며 엄중하게 판단해 달라고 하자 당시 법안심사소위원장이던 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엄중하게 판단할 테니까 행정실에서 너무 엄중 안 해도 된다”고 반박하기도 했다. 같은 당 노종면 의원이 “정말 소급 입법 금지에 해당되냐”고 재차 확인했을 때도 김현 의원은 “헌법재판소에서 하면 몇십 년도 걸린다”면서 “헌재 걱정해서 법을 못 만든다, 그러는 건 좀 안 맞다”고 말했다.

헌법학자 출신인 김종철 방송미디어통신위원장도 위헌성 지적에 동의하지 않았다. 김종철 위원장은 5월7일 과방위 회의에서 “중계권 계약 자체는 이미 체결됐지만 중계방송을 할 상황인 2028년 하계올림픽 등은 아직 도래하지 않아서, 중계권 재판매라는 것은 사실관계가 아직 완성이 되지 않았다”며 “이 사실관계가 완성되지 않은 부분들에 대해서는 공공정책을 위해서 일정한 입법을 할 수 있는 재량이 있다”고 주장했다.

‘위헌성’ 부인하더니, 법사위 회의 당일 수정안 제출?

그렇게 과방위 문턱을 넘은 법안은 법사위에서 다시 같은 지적을 받았다. 윤상열 법사위 전문위원은 체계자구검토보고서에서 헌법상 평등원칙에 위배될 소지, 소급 입법적 성격 등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냈다.

결국 9일 법사위엔 이 같은 지적 사항을 반영한 수정안이 제출됐고, 그대로 의결됐다. 과방위 야당 간사인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 출석한 김종철 위원장을 향해 “이 수정안을 왜 오늘 아침에 가져오느냐. 미리 해소했으면 고민 안 될 것 아니냐”고 지적하기도 했다.

JTBC는 앞서 2032년까지 네 차례의 올림픽과 두 차례의 월드컵 중계권을 모두 독점으로 확보한 바 있다. /중앙그룹 제공

정리하면, 2028·2032 하계올림픽과 2030 동계올림픽 및 월드컵은 지상파가 반드시 중계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방미통위는 중계방송권 재판매와 관련해 중계방송권자 등에 공동계약을 권고할 수 있다. 북중미 월드컵 때 방미통위가 JTBC와 지상파 방송 3사간 중계권 재판매 협상을 중재한 것처럼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지상파-유료방송 채널의 공동 중계 합의를 다시금 끌어낼 수도 있다.

‘의무’는 생겼는데 ‘돈’은 없는 지상파… 어찌하리오

문제는 JTBC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현재 보유한 올림픽·월드컵 중계권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JTBC는 월드컵 1차전 직후 발생한 부도 사태로 중계권료를 납부하지 못하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으로부터 ‘송출 중단’ 경고를 받는 등 위기를 겪었다. 당시엔 정부까지 나서서 총력 대응해 우리 국민이 월드컵을 못 보게 되는 사태는 막았지만, 2032년까지 남은 올림픽과 월드컵은 장담할 수 없다. 향후 JTBC 회생 및 매각 등의 과정에서 중계권 계약 자체가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일 JTBC가 불이익을 감수하고라도 중계권을 포기할 경우 지상파 방송사가 이를 다시 사들일 가능성도 지금으로선 회의적이다.

2034년 이후 열릴 올림픽·월드컵 중계권 협상도 낙관할 순 없다. 중계권료는 계속 오르는데 지상파 방송사의 경영 상황은 근본적으로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계 의무를 이행한다는 건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FIFA 등을 상대로 한 협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제기됐다. 9일 법사위 회의에서도 김태규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 방송사들이 걱정하는 건 이걸 강행 규정으로 해놓으면 IOC나 FIFA를 상대로 협상력이 약해진다는 것”이라며 “무리한 요구가 들어왔을 때 협상력을 발휘할 여지를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했다.

박형수 의원도 지상파 참여를 강제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지상파도 몽땅 적자 상황인데, 어느 한군데는 (중계에) 참여해야 한다면 방송사 입장에서 보더라도 정부가 (비용을) 보전해 주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 강제하는 게 맞는가”라며 “근본적으로는 사적자치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종철 방미통위원장은 협상력 약화 우려에 대해선 “이번에 도입된 다양한 제도, 특히 공동 협상 제도를 활용해서 실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답했고, 사적자치를 제한한다는 지적에는 “현재 우리 방송법 체계가 보편적 시청권 보장을 중요 목적으로 하는 공적 책임하에 방송사 특히 지상파 방송사에 특별히 허가해 주는 제도”라며 “특허에 해당하는 공적 책임을 이 정도는 해야 한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6월25일 경기도 수원시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번 개정안에서 지상파 TV 사업자 재허가 심사 시 ‘국민의 통합과 보편적 시청권 보장에 기여한 정도’를 반영하도록 한 것도 그런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이처럼 지상파 방송사는 올림픽·월드컵 등의 중계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그 이행 여부가 재허가 심사에도 반영된다. 거액의 중계권료를 선뜻 살 수도, 사지 않을 수도 없는 구조다.

JTBC의 동계올림픽 독점 중계가 발단이 되어 만들어진 방송법 개정안. 그 법안이 과방위를 통과해 법사위에 회부된 사이 JTBC는 그 중계권 계약 등이 부메랑이 되어 부도 위기를 맞았고, 이에 따라 이미 계약이 끝난 중계권조차 어떻게 될지 불투명해졌다. 우리 국민은 2년 뒤 열릴 LA 올림픽을 지상파 TV로도 시청할 수 있을까. 2034년 이후 모든 올림픽과 월드컵 대회도 KBS나 MBC, 혹은 두 방송사 모두에서 무사히 볼 수 있을까. 여전한 불확실성 속에서 이번 방송법 개정안은 이변이 없는 한 추석 전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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