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사 대표의 수십억원대 투자사기와 횡령에 이어 권력형 게이트 의혹으로까지 확대된 아파트. 제주시 애월읍에 17개동, 425세대 규모로 지어진 대기업 계열 유명 브랜드 아파트입니다. 고분양가 논란 끝에 전체 세대가 미분양 돼 지난해 통째 공매 절차를 밟기도 했습니다.
평소 이곳을 지나며 밤에도 대부분 불이 꺼져 있어 ‘왜 그럴까’ 궁금증을 가졌습니다. 올해 초 아파트 시행사 전 직원의 제보를 받고 취재를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하나씩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역주택조합으로 시작한 아파트 개발사업은 민간분양 개발사업으로 전환하면서 3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개발대출(프로젝트파이낸싱·PF)을 받고 지어졌습니다. 이 과정에서 아파트 시행사 대표가 투자 목적으로 불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습니다. 또 사업 인허가 등 행정 절차 과정에서 도내 유력 정치인들에게 로비를 시도한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금품수수뿐만 아니라 유흥주점 접대, 불법 당원 명부 전달 의혹 등 권력형 게이트로까지 비화했습니다.
취재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PF 대출을 받는 과정에서 금융 주관사와 신탁회사가 제대로 사업 자금을 관리했는지 취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저 ‘왜 저 아파트에는 아무도 살지 않을까’라는 작은 의문에서 시작한 취재였습니다. 하지만 그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아파트 단지가 ‘유령도시’가 되기까지 그 이면에는 민간 개발사업의 구조적 문제와 권력형 게이트 의혹, 금융사들의 도덕적 해이가 있었습니다. 이번 상은 첫 질문을 끝까지 놓지 말라는 격려라고 생각합니다. 남아 있는 의혹을 끝까지 취재해서 대한민국 ‘민간 아파트 개발사업의 그늘’을 낱낱이 조명하겠습니다.
고상현 제주CBS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