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63)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서 있었다

사진기자 인생 팔 할은 운일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단순히 실력만으로 이 자리에 서게 됐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한 해에 많아야 열 명 남짓 사진기자를 뽑는다. 수많은 사람 가운데 내가 이 일을 하게 된 것부터가 여러 우연이 겹친 결과일지 모른다.


지난해 경남 산청 수해 현장을 취재했다. 뒤늦게 도착한 현장은 앞서 다녀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좇는 일이다. 이미 보도된 사진과 기사를 찾아보며 목적지를 정했다. 그렇게 찾아간 곳 중 하나가 율량사였다.


율량사에 도착했을 때 장화를 신은 스님 한 분이 앞서 걸어가고 있었다. 뒤를 따라갔다. 무너진 대웅전 옆으로 스님이 불경을 외는 모습이 뷰파인더 안으로 들어왔다. 무너진 절과 경을 외는 스님.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장면이 한 프레임에 담겼다. 운이 따라준 사진이었다.


얼마 전 국가소방동원령이 발령된 경남 밀양에 취재하러 가서 만난 한 선배가 “그 사진 잘 봤다”고 안부를 물었다. 칭찬이 민망했다. 그 사진은 사실 선배를 뒤따라가다 찍은 것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사진의 진짜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날 그곳으로 향했던 선배인지도 모른다.


결국 다시 없을 한 장은 바람이 지나간 자리에 내가 서 있었는가의 문제인지도 모른다. 운이 좋게도, 때로는 운이 나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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