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 언론사는 무엇인가

[언론 다시보기]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

구글의 생성형 AI 프로그램 제미나이를 이용해 ‘제미나이 입력창을 띄운 노트북 화면’을 이미지로 제작한 뒤 수정 편집한 것.

A 언론사 B 기자는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를 분석한 후 기사를 작성했다. 필요한 그래프와 이미지 역시 AI를 활용, 제작해서 본문에 삽입했다. 기사 초안에 대한 교정·교열을 AI에 맡겼고 AI가 추천해 준 몇 가지 제목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골라 문구를 살짝 다듬어 사용했다. 이렇게 완성된 기사는 A 언론사 홈페이지에 업로드되었다.

가상의 이야기지만, 흔히 있을 법한 상황이다. 이 사례와 관련해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보겠다. 첫째, 이 기사에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작성되었습니다’라는 표시를 달아야 할까? 둘째, 만일 이 기사에 허위조작정보가 포함되어 있다면 최대 5배의 가중 손해배상이 이뤄져야 할까?


출제자(!)의 의도를 이미 간파한 독자들도 있을 텐데, 질문의 핵심은 현행법하에서 언론사의 법적 지위다. 힌트를 드리자면 첫 번째 질문은 AI 기본법상 지위에 관한 것이고, 두 번째 질문은 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변화된 언론사의 법적 지위와 관련이 있다.


7월21일 발효된 AI 기본법에는 투명성 의무가 명시되어 있다(제31조). 투명성 의무란 AI 생성물에 ‘이 결과물은 생성형 AI에 의해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반드시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그런데 이러한 표시 의무의 부과 대상은 어디까지나 ‘AI 사업자’일뿐, 일반 AI 서비스 ‘이용자’는 아니다. 그러면 뉴스 생산 과정에 생성형 AI를 활용하고 있는 언론사는 AI 사업자일까, 아니면 이용자일까.


과기정통부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AI 기술이나 서비스를 단순히 업무나 창작의 ‘도구’로 활용하는 이용자”는 “제공받은 AI 제품·서비스와 생성물을 활용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투명성 확보 의무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 이용자의 구체적인 예로 가이드라인은 영화제작사를 들고 있다.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영화제작사가 이용자라면 언론사도 이용자일 것이다. 결국,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오’다.


두 번째 질문에 답하기에 앞서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주요 개정 사항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혐오·차별표현이 불법정보의 범주에 새로 추가되었다거나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가중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었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언론사의 법적 지위에도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AI 기본법과 마찬가지로, 개정 전 정보통신망법에는 ‘사업자’(정보통신서비스사업자) 아니면 ‘이용자’라는 두 종류의 행위 주체만 상정되어 있었고 이 중에서 언론사는 이용자에 해당했다. 그런데 개정 정보통신망법에서는 ‘게재자’라는 제3의 개념을 도입했다. 게재자란 정보통신서비스를 이용해 정보통신망에 직접 제작하거나 선별한 정보를 게재해 유통하는 자를 의미한다(제2조 제3호의3). ‘게재자’ 개념이 도입됨에 따라 언론사 역시 ‘이용자’에서 ‘게재자’로 그 지위가 바뀌고 다양한 의무가 부과되었는데 그중 하나가 ‘가중손해배상’인 것이다.


물론 개정 정보통신망법이 ‘게재자’ 개념을 도입한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사업자와 이용자라는 이분법적 구분 체계하에서는 각종 온라인 콘텐츠를 소비만 하는 사람도 이용자이고 언론사나 수십만 구독자의 유튜버도 모두 이용자였다. 새로운 규제 도입을 위해 일반 이용자와 전문 콘텐츠 유통자를 개념적으로 분리할 필요는 있었다. 이렇게 해서 두 번째 질문의 답은 ‘예’가 되겠다. 참고로, 구독자가 10만 명 미만이거나 월평균 조회수 10만회 미만인 언론사는 가중 손해배상 의무에서 제외된다(시행령 제35조의4).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

끝으로, 정보통신망법 개정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AI 기본법상 언론사의 법적 지위 역시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지금은 ‘이용자’라서 투명성 확보 의무가 없지만 향후 법 개정 혹은 해석을 통해 언제 의무가 부여될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법으로 의무를 강제하기보다 자율규제 하라는 입법자의 의도일 수도 있다. 언론계에는 이미 한국기자협회를 비롯한 6개 언론단체가 만든 <언론을 위한 생성형 인공지능 준칙>이 있다. 이 준칙은 AI를 뉴스 생산에 이용했다면 그 사실을 표시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이용 수준이 데이터 분석·오탈자 확인 정도에 그쳤다면 표시 의무를 면제한다. 하지만 그래프·이미지 제작 등에 이용했으면 표시해야 하고 제목 추출 등에 이용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 그러니까 준칙까지 고려한다면 첫 번째 질문에 대한 답은 ‘예’가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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