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세요. 열린세상 순서입니다. 첫 소식입니다”
KBS제주방송총국이 자체 제작하는 ‘KBS 뉴스7 제주’엔 매주 월요일 방송되는 ‘열린세상’ 코너가 있다. 열린세상을 통해 사회·복지 소식을 전하는 박수현·이준영·전지혁씨는 카메라테스트와 면접을 통해 선정된 앵커이자, 장애인이다. 장애인식 개선과 사회참여 확대를 취지로 지난해 11월 2명의 발달장애인 앵커와 함께 뉴스를 전했던 KBS제주는 올 4월부터는 앵커의 장애 유형을 뇌병변, 지적장애 등으로 넓히고 참여 인원을 확대한 열린세상 시즌2를 선보이고 있다.
시선 처리, 정확한 발음과 같은 뉴스 전달력만을 고려했다면 발달 및 뇌병변 장애인 앵커를 기용한다는 건 쉽지 않은 선택이었을 테다. 처음 아이디어를 제시했던 유용두 KBS제주 보도국장은 취지엔 공감하나 걱정이 컸던 뉴스룸 구성원들을 이렇게 설득했다. “우리 방송만이라도 장애인을 자주 비춰주자”고.
지난해 봄 방송국 견학을 온 발달장애인들의 안내를 도왔던 그는 뉴스룸에서 원고를 함께 읽어보는 시간을 가지며 가능성을 봤다. 중증도에 따라 다르지만 또박또박, 제대로 글을 읽는 이들을 보고 ‘내가 편견을 가지고 있었구나’ 싶었다. 유 국장은 “혼자 고민하다 데스크들을 모아놓고 얘기했다”며 “사람들은 나와 다르다는 이유로, 익숙하지 않다고 거부감을 느낀다. 어쩌면 방송에도 장애인들이 잘 보이지 않으니 더 어색하게 보는 것이란 취지로 설득했는데,‘그럼 한 번 해보자’는 의견으로 대부분 바뀌었다”고 말했다.
3분여간 진행되는 코너 하나를 방송에 올리기까지 험난한 과정이 뒤따른다. 7시 뉴스팀 데스크이자 앵커 교육, 녹화 진행 등 실무를 맡고 있는 강인희 기자는 원고 작성 단계부터 앵커에게 친숙한 단어를 쓰려고 노력한다. 행정 용어 등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원고를 잘 읽다가도 자신감이 확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매주 월요일 원고를 받으면 앵커들은 부모님과 목요일 오전 10시 녹화 때까지 그야말로 맹연습을 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주변 환경 변화와 컨디션에 따라 기복이 심할 수밖에 없는데, 녹화 날 실수라도 하면 속상함에 울음을 터트리는 앵커도 있다. 쉽지 않은 과정 속 뉴스PD, 기술국, FD, CG팀 등 모든 뉴스룸 구성원이 동선 안내, 프롬프트, 편집 등 세심한 조정과 기다림의 작업들을 함께하고 있다.
카메라 앞에서의 압박감을 견뎌내며 뉴스 진행을 하는 앵커들을 가까이서 지켜봐 온 강인희 기자는 이들이 분명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즌1 당시 사회복지사분들이 앵커들이 자기가 TV에 나오는 사람이라는 걸 인식하면서부터 행동도 나아지고, 자신감이 높아졌다는 긍정적인 변화를 전해줬다”며 “앵커 부모님들에게도 기회를 줘서 감사하다는 말을 듣곤 하는데, 이들과 같이 일하며 제가 배우는 게 더 많다”고 했다.
처음 제기된 우려와 달리 열린세상이 첫 선을 보인 이후 지역 사회, 시청자들의 응원과 지지가 쏟아졌다. 해당 소식을 전하는 보도를 두고 KBS제주 인스타그램 계정에선 ‘발달장애 인식이 한걸음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 ‘장애인들이 자연스럽게 비장애인들과 섞여 살았으면 좋겠다. 너무 멋지다’, ‘이러면 수신료가 안 아깝지’ 등 칭찬 댓글 일색이다.
강 기자는 “처음 열린세상이 방송되고 개인적으로도 ‘바로 이거다’라는 여러 연락과 메시지를 받고 우리의 취지가 도민들의 생각과 맞닿았구나 싶었다”면서 “사실 이 시도가 궁극적으론 더 이상 특이하지 않게 보이는 날이 오면 좋겠다. 이게 그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유 국장도 “전혀 대단하지 않고, 어느 방송사든 마음만 먹으면 다 할 수 있다고 본다”며 “공영방송이 수신료 재원을 가지고 운영을 하면서 차별화할 수 있는 것, 존재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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