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법 2개월, 플랫폼 사업자들 자율규제 현황·고민은
2일 인터넷자율정책기구 심의현황 공개… "허위조작 판단 0건"
"정치이슈 많을 거란 예상 빗나가"… 생활밀착형 게시물 70%
허위조작정보 근절을 명분으로 한 개정 정보통신망법(망법)이 시행 두 달여를 맞은 가운데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그간 심의 현황을 공개했다. 시행 초기이지만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의 신고가 많을 것이란 당초 예상과 달리 상품·서비스 후기나 홍보성 게시물이 심의 대상 대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KISO는 법 취지와 우려를 함께 고려해 자율규제를 이행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법안 자체의 모호성과 일부 규정 실효성 등에 관한 플랫폼 사업자들의 고민도 읽힌다.
KISO는 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회원사로부터 심의를 요청받은 허위조작정보 신고에 대한 심의현황을 공개했다. 7월7일 망법 시행으로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주요 플랫폼들은 허위조작정보 등에 대한 자율규제 의무를 부과 받았는데, KISO는 이들 플랫폼을 회원사로 둔 민간 자율정책기구다. 앞서 KISO는 법 시행 전 운영정책과 가이드라인 등을 수립했고, 시행 후엔 플랫폼들이 자체 판단으로 조치하지 못한 신고 내역에 대해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회 운영 등으로 대응해왔다.
이에 따라 지난 두 달여간 KISO엔 27건의 심의요청이 접수됐다. 심의 도중 삭제됐거나 명예훼손성 침해로 임시조치가 이뤄진 4건 등을 제외한 23건에 대해 최종 심의를 마쳤고, 그 결과 허위조작정보로 판단된 사례는 나오지 않았다. 특히 대다수 신고 건은 생활밀착형 게시물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업체 및 숙박 관련 정보, 음식점 영수증 리뷰, 미용시술 후기, 상품 할인 정보 같은 게시물이 전체 70%(19건)를 차지했다. 나머지는 분쟁·비방, 흥미·오락형 게시물, 학술·종교 영역 주장이나 의견 등이었다.
김민호 KISO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장(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간담회에서 “당초 상정 안건 대부분이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 아닐까 예상했으나 정보 전달이나 상품·서비스 후기나 홍보 등 게시물이 대부분이었다”며 “호텔 로비 사진을 걸고 고시원을 소개한 블로그의 과장 상품 추천, 어떤 약물을 만병통치약처럼 전한 사례 등으로 저희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결과였다”고 했다.
당초 망법에 대한 수많은 우려 중 하나는 법원도 판단이 어려운 허위조작 여부를 민간기업이 판단하게 하는 지점이었다. 특히 민간기업이 논란을 피하고자 게시물의 삭제·차단을 우선할 수 있고 이에 따른 표현의 자유 전반의 침해 우려가 컸다. 이와 관련해 KISO는 이날 허위조작정보 판단에 대해 여러 단계의 절차와 명확한 심의 범위 설정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KISO 허위조작정보 자율정책 가이드라인’에 따라 신고된 게시물이 허위 또는 조작에 해당하는지 먼저 검토하고 인정되지 않는 경우 이후 판단을 생략하고 ‘해당없음’ 결정하고, 허위·조작성이 인정돼도 애초 법안 설계대로 손해를 끼칠 의도나 부당 이익 목적 등을 단계적으로,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한다는 설명이다. 명예훼손이나 사생활 침해 등 개인 권리침해에 대해선 기존 임시조치 제도를 활용하도록 안내하되 주관적 평가나 의견, 학술·과학·종교적 논쟁 대상은 판단 대상에서 제외한다고도 전했다.
김민호 위원장은 “이번 심의 결과는 온라인상의 모든 부정확한 정보가 권리침해 사안을 허위조작 정보의 영역으로 포섭하기보다는 가이드라인이 정한 요건과 판단 기준을 충족하는 정보에 한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KISO 자율규제의 운영 원칙을 보여준다”며 “앞으로도 표현의 자유와 알 권리를 최대한 존중하면서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원칙 아래 심의 사례를 축적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해 자율규제의 예측가능성과 신뢰를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플랫폼 고심 읽혀… 법안 ‘모호성’, 일부 규정 실효성 등 과제도
이날 간담회는 플랫폼 사업자들을 대변하는 KISO가 법률에 따라 부과된 책임을 이행하면서 갖는 여러 부담을 간접적으로 드러냈다. 사업자 단체로서 규제 당국이나 정치권에 대한 직접적 언급은 없었지만 지속 제기된 망법 조항의 ‘불확실성’, ‘모호성’이 실제 규제를 이행해야 하는 입장에서 어떤 고민을 하게 만들었는지가 나타났다.
KISO의 가이드라인 중 ‘허위조작정보 세부 판단 기준’ 마련 과정에 대한 설명이 대표적이다. 일례로 “누구든지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불법정보를 유통하여서는 아니 된다”(망법 제44조의7)는 조항 중 ‘누구든지’란 표현과 관련해 KISO의 가이드라인은 해당 범위를 명확히 하는 과정을 거쳐 “주체는 자연인, 법인, 단체를 포함함”, “정보의 최초 생산자뿐 아니라 단순 유포자도 주체에는 포함될 수 있음”이라 명시했다.
망법 조문의 ‘피해를 끼칠 의도’,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 ‘허위정보’, ‘조작정보’, ‘타인의 인격권 또는 재산권 침해’, ‘공공의 이익 침해’ 등 주요 표현별로 기준과 고려사항이 마련됐다. 이에 따라 ‘허위정보’에 대해선 “수치·통계, 사건 발생 여부, 공식 기록과의 비교 등 팩트체크가 가능한 영역인지 여부를 판단”하고 “해당 정보가 유통된 맥락, 사용된 어휘의 통상적인 의미, 문맥의 연결을 종합한 맥락에 기반하여” 본다. ‘조작정보’에 대해선 “원본의 무결성이 훼손되었는지”, “맥락을 의도적으로 편집·삭제·재조합하여 왜곡이 발생했는지” 등을 살피는 식이다.
이 같은 기준 마련에 관여한 김현경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서울과학기술대 IT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은 이날 “굉장히 모호하고 저희도 처음이라 신중하게 요건 하나하나를 꼼꼼하게 살펴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 그리고 온라인에서 우리가 지향하고자 하는 건전한 사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걸 알아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간담회 말미 플랫폼 사업자들로서 보완 입법이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묻는 질문에 김민호 위원장은 “말씀드리는 게 적절하진 않지만 그래도 개선을 한다고 하면 불확정 개념을 좀 명확하게 규정하는 부분”이라며 “아까 보셨지만 전부 굉장히 애매하다. 의도나 목적, 침해, 공익 이런 것들이 다 애매하기 때문에 이런 불확정한 개념을 누가 봐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확정적 개념으로 만들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플랫폼 사업자들이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맺을 수 있다고 한 조항도 살필 지점이 있다. 망법은 허위조작 판단 등과 관련해 플랫폼이 사실확인 단체와 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특히 국제팩트체킹네트워크(IFCN) 인증사는 공식적인 ‘사실확인단체’가 될 수 있고, 이에 따라 투명성센터의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인증 없는 단체와도 협력관계 구축은 가능하다는 게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입장이다.
아직 사실확인단체에 대한 인증이나 투명성센터 설립이 이뤄지지 않음에 따라 현재 국내 대형 플랫폼들은 KISO의 기준에 의거해 자율규제를 시행하는 상태다. 관건은 향후 플랫폼 사업자들이 협약을 맺을 동인이 있는지 제도 실효성 여부다. 김민호 위원장은 이에 대해 “현재 우리가 의지할 수 있는 사실확인단체가 많이 없는 과도기”라며 “KISO에서도 노하우를 갖고 팩트체크를 하지만 궁극적으로 복수의 경쟁력 있는 사실확인단체가 만들어지면 협약을 할 거다. 플랫폼이 자체 처리하는 게 저희에게 상정하는 것보다 많기 때문에 사실확인단체와 협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했다.
이어 “사실확인단체가 구성이 되면 협약을 해서 위원들이 심의 결정하기 전 팩트체크를 의뢰하거나 같이 협력하는 프로세스를 만들려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규정이 존재하지만 사문화될 건 아니고 현재 없어서 그렇지 구성이 되면 협약을 통해 활용이 될 것으로 저는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황용석 허위조작정보심의특별위원(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은 이날 “사실확인단체가 없다고 해서 판단을 못하는 건 아닌데 사실확인단체가 많을수록 플랫폼 입장에선 근거가 확보되고 더 단단하게 판단할 수 있다”며 “언론매체에서 많이 와주셨는데 팩트체킹에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주시는 한편, IFCN 같은 데 더 많이 참여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하지만 협약의 전제로 언급된 ‘더 많은 사실확인단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현재 국내 IFCN 인증사는 ‘JTBC’와 ‘단비팩트체크’ 두 곳이고, 전 세계적으로 147개사에 불과하다. IFCN 인증은 방미통위가 규정한 사실확인단체의 조건인데 지원을 위해선 신청일 전 최소 6개월 간 평균 매주 한 건 이상 IFCN 원칙강령을 준수하는 팩트체크 기사를 제작해야 하고, 그 외 까다로운 심사절차를 거쳐야 한다. 단기간 수가 늘기 쉽지 않은 구조란 의미다.
인증사가 아니어도 플랫폼 사업자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판단 과정에 반영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플랫폼으로선 정쟁에 휘말릴 위험 부담이 있다. 팩트체크 단체를 표방한 관변 단체나 특정 정당에 대한 지지 성향으로 평가되는 곳과 연루되기 쉬워서다. 사실확인단체 관련 법안과 IFCN 규정이 충돌하는 지점도 있다. IFCN 심사항목에서 정부의 지원 등은 IFCN이 독립성을 보는 주요 요건이다. IFCN 인증사여야 사실확인단체가 될 수 있지만 이로 인해 투명성센터의 지원을 받으면 IFCN 인증 자격을 박탈당하는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제도 설계 자체의 미비점이다.
망법 시행 후 해외 플랫폼과 규제 형평성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었지만 현재 국내 영업하는 플랫폼들의 자율규제 행보는 KISO로 무게추가 쏠리는 모습이다. 김민호 위원장은 “국내, 글로벌 관계없이 KISO 문은 활짝 개방돼 있다”며 “지금 업체 이름을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글로벌 빅테크 기업 두 곳 이상이 회원가입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까지 제 경험으로는 유튜브나 이런 곳은 모르겠으나 국내 플랫폼에선 법 시행 전과 후 이용자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정도의 무분별한 삭제, 차단 등은 없는 것으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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