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폭력 사건 피해자에 "왜 따라갔냐" 묻지 마세요

한국기자협회·성평등가족부,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첫 마련
5대 원칙·15개 실천요강으로 구성…주의 표현과 체크리스트도 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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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자협회가 여성폭력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책임 있는 보도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성평등가족부와 공동으로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을 마련했다. 이번 권고기준은 지난해 12월30일 개정돼 올해 7월부터 시행된 ‘여성폭력방지기본법’에 따라 마련된 것으로, 여성폭력 사건 보도 시 피해자 보호와 인권 존중을 위한 기본 원칙과 권고 사항을 담았다.

권고기준은 총 5대 원칙과 15개의 실천요강으로 구성됐다. 5대 원칙은 △여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는 보도의 원칙 △정보의 정확성 확인 및 신속한 사후 조치의 원칙 △선정적·자극적 보도 금지의 원칙 △피해자 보호 및 2차 피해 방지 책임의 원칙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관리 책임 준수의 원칙으로 이뤄졌으며, 각 핵심 원칙 아래 3개의 행동강령이 따라붙었다.

예를 들어 ‘선정적·자극적 보도 금지 원칙’의 경우 선정적·자극적 제목 배치나 묘사, 시각 자료 사용을 지양하고, 사건의 본질과 무관한 신상이나 사적관계를 과도하게 부각하지 않으며 가해 방법의 자세한 묘사를 지양할 것을 권고했다. ‘여성폭력의 구조적 원인을 조명하는 보도의 원칙’에선 여성폭력을 개인의 일탈로만 보지 않고 사회구조적 문제로 접근해 보도할 것, 여성폭력에 대한 왜곡된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재생산하지 않을 것, 사건 이후의 회복 과정 및 구제 지원 정보를 함께 제공할 것 등을 강조했다.

'여성폭력 사건보도 권고기준 1.0' 5대 원칙 및 행동강령.

권고기준엔 언론인들이 여성폭력을 더 깊이 이해하고 취재·제작·편집·보도 전 과정에서 참고할 수 있도록 주의할 표현과 서술 방식, 여성폭력 사건보도 체크리스트도 담겼다. 주의할 표현으론 △피해자에게 범죄 피해의 원인과 책임을 전가하는 표현(문란한 여성, 평소 행실, 왜 따라갔나) △여성폭력의 심각성을 희석하거나 낭만화 하는 표현(몹쓸 짓, 성추문, 엇나간 사랑) △여성폭력의 성격을 왜곡하거나 순화하는 표현(음란물, 조건만남, 몰카) △여성폭력을 가해자 개인의 일탈이나 비정상성으로 설명하는 표현(악마, 늑대, 평소에는 착한 사람) 등이 제시됐다.

성평등가족부는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수습·경력 기자 대상 교육에 이번 권고기준 내용을 반영할 계획이다. 또 여성폭력 방지 정책 유공 포상 시 우수 보도 기자에 대한 포상도 함께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원민경 성평등가족부 장관은 “여성폭력 사건 보도는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는 동시에 피해자의 인권과 안전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며 “이번 권고기준이 언론 현장에서 피해자의 2차 피해를 예방하고, 여성폭력 사건을 보다 책임감 있게 보도하는 문화가 정착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여성폭력 사건보도에선 피해자 보호와 인권 감수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현장 기자들이 권고기준을 충실히 참고해 보다 신중하고 책임감 있게 보도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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