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지역 민영방송 G1방송이 대주주 손자의 설악산 등반 완주 소식을 메인뉴스 리포트로 내보내 ‘방송 사유화’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지역사회와 민영방송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대표이사가 사의를 밝히는 한편, 개정 방송법상 보도책임자 임명동의 의무 대상에서 제외됐던 방송사 주요 노조들이 함께 외부 조사위원회 구성과 보완 입법을 촉구하며 단체행동에 나섰다.
전국언론노동조합 G1방송지부는 1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주주 특수관계자 관련 보도와 방송편성 문제에 대해 비판했다. 이날 언론노조는 물론 SBS와 KBC 등 지역·민영방송 노조 주요 관계자, 지역 시민단체까지 기자회견에 참석해 대주주 방송 사유화 논란에 대한 ‘경위 설명 및 사과’, ‘외부 진상조사 절차’, ‘제작 과정 부당개입 차단 장치’ 등을 요구했다.
G1방송지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이 사안을 단순한 각각의 보도 실수로만 보지 않는다. 보도 아이템의 선정과 배치, 취재·제작 과정, 편집 판단이 누구를 향하고 있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라며 “대주주의 의도가 있었는지 없었는지를 떠나, 경영진과 간부들이 대주주의 이해에 종속된 판단을 반복한다면 그 결과는 결국 방송의 신뢰 훼손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날 전종률 G1방송 대표이사 사장은 사내 공지를 통해 사임 의사를 드러냈다. 윤리위원회 구성을 통한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제작절차 점검 등을 약속한 그는 “대표이사 사장으로서 진정성 있고 무거운 책임을 다하기 위해, 이번 사안이 완전히 수습되고 회사가 안정을 되찾는 대로 사장직에 대해 사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8월1일 미국에 거주하는 10대 청소년이 한국을 찾아 설악산 공룡능선을 완주했다는 메인뉴스 보도(<특별한 조국 체험 “공룡능선 완주”>)가 발단이 됐다. 15시간 산행 과정과 인터뷰를 담은 3분 분량 미담성 리포트가 나간 뒤 보도에 등장한 청소년 중 하나가 G1방송 대주주 조창진 SG건설 회장의 외손자란 문제제기가 나왔다. 8월21일 노사 편성위원회에선 대주주 가족의 추가 등장 사례도 거론됐다. 지난해 8월과 12월, 강원도가 도입한 ‘AI 당직 시스템’ 개발업체 대표인 조 회장의 사위 김모씨가 리포트에 출연하고, 2024년 11월 조 회장 아들이 대표로 있는 골프장 업체의 자선 골프대회 소식이 보도된 게 대표적이다.
현재 ‘대주주 외손자 보도’는 비공개로 전환됐으나 경위는 특정되지 않았다. 앞선 편성위에서 본부장들은 대주주와의 특수관계를 미리 알았다고 인정하면서도 보도 지시 여부에 대해선 엇갈린 발언을 했다가 다시 번복하는 행태를 보였다. 대표이사가 편성위 말미 본인이 보도국장에게 지시했다고 했지만 이 발언도 이후 뒤집혔다. 전 대표이사는 8월26일 통화에서 “(편성위에선) 사장으로서 포괄적으로 책임을 지겠다는 차원이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제가 보도에 일일이 관여를 안 하는데 마치 하는 것처럼 오해가 될 듯해 명확히 하기 위해 그랬던 것”이라고 했다. 보도에 대한 조 회장 지시 여부엔 “아닌 걸로 알고 있다. 제보에 의해 검토가 됐고 기사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된 것으로 안다”고 했다.
G1방송지부는 회사 고위 임원들이 두루 연루된 만큼 외부 조사위 구성이 필요하다고 본다. 노조는 2일 예정된 조 회장과의 면담에서 외부 진상조사, 책임자 처벌, 사과방송, 재발방지 대책 등을 요구할 방침이다. 사태는 차후 재허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2024년 재허가 당시 조건으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대주주 관련 보도와 방송 프로그램 현황을 매 반기 종료 후 1개월 내 제출하라고 했지만 이번 사례들은 보고되지 않았다. 방송법에 따른 편성규약, 윤리강령 위배 소지도 있다. 방미통위는 8월24일 G1방송에 경위 파악을 위한 자료제출을 요구하고 1일 현장 실사를 했다.
특히 이날 기자회견은 특정 방송사에서 벌어진 사태가 지역·민영방송의 공통의 문제로 인식되며 확산한 성격을 드러낸다. 이날 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 지역민영방송노동조합협의회, 지역방송협의회의 등이 참석했는데 지난해 개정된 방송법상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제 의무 대상에서 제외된 지역민방, SBS, 지역MBC와 관련이 큰 단체들이다. 언론노조는 8월24일 성명에서 “국회는 방송법을 조속히 개정해 민영방송을 포함해 모든 지상파 방송에 임명동의제를 정착시켜야 한다”며 “공정보도를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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