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의 과반 노조 지위를 인정했다. 언론노조 KBS본부가 위촉을 주도한 KBS 편성위원회 종사자 측 위원들 또한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제51민사부는 31일 보수 성향 KBS노동조합이 신청한 가처분을 기각했다. KBS노조는 7월20일 언론노조 KBS본부를 향해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냈다. KBS본부노조의 과반 지위를 객관적으로 확인할 때까지 KBS본부노조 주도로 편성위원회를 구성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KBS본부노조가 과반수 조합원을 확보했으므로 절차를 진행하는 데 문제가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KBS 소속 전체 근로자를 4496명으로 보더라도 KBS본부의 조합원 수는 2263명으로 과반수이므로 현 단계에서 채무자 노조(언론노조 KBS본부)가 근로자 과반수 노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면서 “채무자 노조가 그 종사자의 과반수로 이루어진 노조에 해당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종사자 대표를 지정하려 하였다고 볼 만한 사정도 확인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과반노조 검증 절차가 반드시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관계법령상 어떠한 노조가 근로자 과반수 노조로서의 권한을 행사하기 위해 소수노조나 비노조원들의 검증이나 확인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취지의 규정이 존재하지는 않는다”면서 “채무자 노조가 근로자 과반수 노조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면 족하다“고 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들은 이날 성명에서 “법적 근거와 상식에 따른 당연한 결과”라면서 “그동안 KBS노동조합이 낸 가처분을 빌미로 사측이 사내 노사협의체 운영을 파행시키고, 나아가 법적기구인 편성위원회의 운영까지도 지연 시도가 반복되어오던 상황에서, 법원의 이번 결정은 상당한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들은 KBS노조를 향해 “사측에게 각종 노사협의체 및 편성위원회 파행의 근거를 제공하고 있는 비상식적인 법적 대응을 지금 당장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사측을 향해서도 “법원의 판단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KBS본부의 과반지위를 문제삼아 지연 시도를 한다면 업무방해 등 관계법령에 위반되는 사측의 모든 행위를 모아 엄중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보다 앞서 KBS노조가 제기한 두 건의 가처분 역시 기각됐다. KBS노조는 6월1일에는 이승철 근로자 측 의장과 편성 근로자 측 위원에 대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을, 6월2일에는 KBS에 편성위원회 설치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을 제기했다. KBS본부노조가 과반 노조의 지위를 확보하지 못했음에도 종사자 대표와 편성위원회 종사자 측 위원들을 위촉한 것은 위법하다는 취지다. 다만 재판부는 소송이 제기된 이후인 7월15일 KBS본부노조가 과반 노조를 선언, 편성위원을 다시 위촉했으므로 실익이 없다고 판단했다.
KBS에서는 공영방송 3사 중 가장 늦은 지난 14일 첫 편성위원회가 열렸다. KBS는 ‘법적 공방이 끝나는 대로 편성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회의 개최를 미뤄왔지만, 12일 이사회에서 편성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지적이 이어지자 다음 날 편성위 개최 소식을 전했다. 사측은 회의 개최 후에도 종사자 측 편성위원들의 법적 지위를 인정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답변하지 않았다. 다만 이번 결정으로 종사자 측 위원들은 명확하게 법적 지위를 확보하게 됐다.
김한내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