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조직의 AI 전환,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언론 다시보기]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바이트댄스가 새로운 인공지능(AI) 영상 모델인 ‘시댄스(Seedance) 2.5’를 공개했다. 국내 출시 기준으로는 2.0 모델 공개 후 불과 5개월 만이다. 인물과 배경이 일관된 장면을 대화와 효과음까지 입혀 만들어내는 것은 물론, 이미지 한 장으로 30초 길이의 원테이크 영상을 생성하고 장면 안의 특정 영역만 골라 편집하는 것도 가능해졌다. 일관성 유지의 어려움이나 디테일한 수정의 불편함 같은 ‘한계’를 내세우며 인간의 자리를 지켜보려는 시도는, 새로운 모델이 나올 때마다 무너지고 있다. 아직 남아 있는 한계—예를 들어 대형 스크린 타깃의 장편 서사에서 활용 등—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이제는 논의의 중심을 AI 기술이 무엇을 못 하느냐에서, 그 기술로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이냐로 이동해야 할 때다.


개인 차원의 AI 활용도 이전보다 고도화되고 있다. 챗봇 형태의 AI에 질문하며 일하는 단계를 지나서 개인 지식 체계와 다양한 플러그인을 결합한 업무 체계를 갖춰가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조직 차원의 AI 전환(AX)이다.


미디어 조직의 AI 전환은 몇 가지 특수성을 갖는다. 일반적인 업무에 적용될 수 있는 AI 모델의 발전과 더불어 영상, 음악, 이미지 등 미디어의 개별 요소와 관련된 AI 모델의 진화가 함께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 조직의 성과지표는 AI로 더 많은 콘텐츠를 효율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에 있을까, 아니면 AI를 활용해 기존 행정 업무를 혁신하는 것에 있을까. 후자는 일반 기업의 AX와 다르지 않지만, 전자는 훨씬 복잡하다. AI로만 만든 콘텐츠와 AI를 활용한 콘텐츠를 구분해야 하고, 분야에 따라 서로 다른 사람의 관여와 검증 단계를 고민해야 하며, 그 판단이 행정 업무의 혁신과 맞물려야 한다.


무엇보다 통념부터 깰 필요가 있다. ‘AI를 쓰면 일이 줄어든다’는 생각이 대표적이다. 분명 대체되는 직무나 업무는 있으나, 그 과정에서 새로운 업무 역시 늘어난다. 경제학자 윌리엄 제번스가 1865년에 관찰한 대로, 효율이 비용을 낮추면 그만큼 더 많이 쓰게 된다. AI 기술이 발전하며 생성 단가가 내려가는 과정은 미디어 조직에서 “더 많이, 더 자주, 더 화려하게”라는 요구와 필연적으로 만난다. 창작자의 눈높이도 중요한 변수다. 전문가가 만족할 품질에 이르려면 끊임없는 생성과 수정, 검토가 따른다. 생성 단가는 내려가지만, 높아진 눈높이가 그만큼의 검토와 판단을 다시 불러온다. 그러니 관건은 효율 자체가 아니라 효율의 방향이다. 같은 AI라도 사람을 덜어내는 자동화에 쓸 수도, 사람의 안목을 키우는 증강에 쓸 수도 있다. 미디어 조직의 경쟁력이 전문 인력의 안목에 있다면, 방향 없는 AI 전환은 비용은 줄이지 못하면서 역량만 위축시키는 선택이 되기 쉽다.


토큰 비용의 관리도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개별 모델의 단가는 일부 하락했지만, 고성능 모델의 활용이 늘어나면서 조직의 AI 관련 지출 자체는 늘어나는 추세다. 실험적인 적용 단계에서는 감당 가능한 수준이지만, 본격적인 도입 단계에서는 토큰 비용을 어떻게 통제하고 조율할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서울대학교는 전체 구성원에게 챗GPT 에듀를 도입한 첫 달에 계약된 1년치 사용량을 소진하면서 무제한이었던 사용 한도를 두 달 만에 1인당 월 7000크레딧으로 축소한 바 있다. 미디어 조직은 특히 영상처럼 토큰 소비가 큰 분야를 다룬다. 모델 발전이 빠른 상황에서 자칫 모델 종속적인 파이프라인을 구축했다가 다시 고쳐야 하는 문제도 벌어질 수 있다. 많은 경우 AI로 생성하는 비용보다 카메라를 들고 직접 촬영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효과적인 역설적 상황도 벌어진다. 결국 개인 단위의 효율이 조직의 성과로 이어지도록 비용과 절차를 설계하는 역량이 중요해진다.

이성민 한국방송통신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미디어 조직의 관점에서 더 무거운 쟁점은 신뢰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생산이 빨라질수록 이를 검증할 책임의 무게는 더 커진다. 그럴듯한 가짜가 쏟아지는 ‘AI 슬롭(slop)’의 시대다. 가치 있는 것은 언제나 흔한 것이 아니라 희소한 것에 있다. 생성이 흔해질수록 미디어의 가치는 검증에서 나오고, ‘검증된 출처’라는 평판 자체가 핵심 자산이 된다. AI 시대에 맞는 검증 체계와 내부 거버넌스, 지침을 정비하는 일이 그만큼 중요해진다.


모델은 계속 빠르게 고도화되고, 개인들은 같은 모델을 손에 쥔 채 콘텐츠를 쏟아낼 것이다. 그 사이에서 격차를 만드는 것은 더 이상 빠른 생성이 아니다. 조직에 남겨야 할 핵심 역량을 분별하는 일, 무분별한 효율화가 아니라 달라진 기술 조건에 맞는 제작 전략을 세우는 일, 그리고 신뢰받는 미디어가 될 조직을 만드는 일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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