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언니들 떠올리게 하는 'KLPGA 림솔대전'

[박종민의 K-스포츠랩]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중흥기를 이끈 건 ‘치열한 경쟁 구도’다. 지난 2015~2016년은 선수들 간 치열한 경쟁 구도로 투어가 크게 흥했던 시기다. 훗날 세계 여자골프 최정상에 오른 전인지와 박성현, 고진영이 국내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던 시기가 바로 이때다.

박성현(왼쪽)과 전인지가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및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대회본부 제공

나이는 1993년생인 박성현이 1994년생인 전인지와 1995년생인 고진영에 비해 많았는데, 입회 연도로 보면 박성현과 전인지는 동기다. 고진영은 1년 후배다. 또래인 이들의 당시 KLPGA 투어 퍼포먼스는 매우 남달랐다.

먼저 치고 나선 건 전인지다. 그는 2015년 KLPGA 투어에서 무려 5승을 거머쥐며 대상(435점)과 상금(9억1376만833원), 평균최저타수(70.56타), 다승 1위를 휩쓸었다. 3승을 거두며 상금 2위(7억3669만82원), 대상 5위(331점)에 오른 박성현에 판정승을 거두고 이듬해 먼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로 향했다.

전인지가 빠진 2016년 KLPGA 투어에서는 박성현과 고진영이 주요 타이틀을 놓고 초접전을 벌였다. 고진영은 대상 포인트 부문에서 562점을 얻어 박성현(561점)을 불과 1점 차로 따돌렸다. 물론 박성현은 상금(13억3309만667원)과 다승(7승), 평균최저타수(69.64타) 부문에서 2위(10억2244만9332원·3승·70.41타) 고진영을 제치고 1위로 우뚝 섰다. 꾸준함을 나타내는 지표인 ‘톱10’ 피니시율에서도 박성현은 1위(65.00%·13/20), 고진영은 2위(57.14%·16/28)에 올랐다. 박성현은 2017년, 고진영은 2018년에 LPGA 투어에 발을 내디뎠다.

박성현(왼쪽)과 고진영이 과거 KLPGA 대회에 함께 나선 모습. /KLPGA 제공

가장 먼저 미국 무대에 나선 전인지는 진출 첫해인 2016년 메이저 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을 발판 삼아 LPGA 베어 트로피와 신인상을 석권했다. 뒤이어 LPGA 무대에 선 박성현은 2017년 2승을 올리며 LPGA 올해의 선수와 상금왕,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LPGA 신인 선수가 데뷔 해에 신인상, 올해의 선수, 상금왕까지 동시 석권한 건 1978년 낸시 로페즈(미국) 이후 39년 만의 일이었다. 당연히 세계랭킹 1위에도 등극했다. 고진영은 전인지와 박성현처럼 진출 첫해인 2018년 LPGA 신인상을 거머쥐더니 2년 차인 2019년에는 올해의 선수에 올랐다.

국내 투어를 지배한 후 세계 최정상에 선 전인지와 박성현, 고진영은 K-여자골프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이들이 미국에서 전성기를 구가하던 2017년과 2019년은 한국 여자골프가 LPGA 투어에서 한 시즌 최다인 15승을 합작한 시기다. 2015년에도 단일 시즌 15승을 합작했는데 당시에는 박인비가 5승을 올리며 호주 교포 리디아 고(5승)와 치열하게 1인자 경쟁을 했다.

KLPGA 투어의 서교림(왼쪽)과 김민솔이 정면을 바라보고 있다. /KLPGA 제공

KLPGA 투어는 올해 다시 대형 호재를 맞았다. 투어에 역대급 라이벌 구도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2006년생 동갑내기 서교림과 김민솔이다. 이들은 입회 연도도 2024년으로 같다. 둘은 올 시즌 주요 타이틀 부문에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 종료를 기준으로 서교림은 대상(490점)과 상금(12억8676만6000원), 다승(4승), 평균최저타수(70.2779타)에서 2위(403점·12억8662만9428원·3승·70.3793타) 김민솔에 앞선 1위에 올라 있다. 상금은 13만6572원, 평균타수는 0.1014타 차이에 불과한 초접전이다. 신인상 포인트 부문에서 1921점으로 1위에 올라 있는 김민솔은 KLPGA 투어 신인 최초 단일 시즌 4승 달성을 노리고 있다.

서교림은 특별한 강점이 있기보다는 두루두루 잘하며 약점이 없는 스타일에 가깝다.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4위(253.2259야드)에 그린 적중률은 16위(73.6794%)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퍼트에서 흔들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올해는 그 약점마저 보완했다. 작년엔 평균 퍼트 수가 30.9551개로 107위에 그쳤지만, 올해는 29.2951개로 이 부문 2위다.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18번 홀(파5)에서도 6m 이글 퍼트를 홀 바로 옆에 붙이고 버디를 잡아내 승부를 연장으로 몰고 갔고, 연장 1차전에서도 3번째 샷을 홀에 완벽하게 붙이면서 버디를 잡아냈다. 공을 들여온 퍼트 능력이 위력을 발휘한 순간이다.

반면 김민솔은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 2위(259.0476야드)에 그린 적중률은 7위(76.2452%)다. 평균 퍼트는 30.0172개로 28위에 머물러 있다. 서교림에 비해 장타 능력은 앞서지만, 그린 위에서의 세밀함은 다소 떨어진다. 라운드당 버디 수에서도 김민솔은 2위(3.83개)로 3위(3.74개) 서교림을 앞서고 있다. 김민솔은 확실한 강점을 앞세워 다소 공격적인 코스 매니지먼트를 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공격적인 골프를 하면서도 평정심은 유지하는 편이다. 소속사인 와우매니지먼트의 이수정 전무는 기자에게 “(김)민솔이는 집념이 강하면서도 동요가 없다. 처음 만났을 때 ‘제2의 박인비를 찾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차분했다. 안정적인 멘털의 선수로 보였다”고 전했다.

KLPGA 투어의 서교림(왼쪽)과 김민솔이 먼 곳을 응시하고 있다. /KLPGA 제공

스무 살 남짓한 두 골퍼의 역대급 경쟁에 KLPGA 투어는 미소를 짓고 있다. 골프 팬들과 미디어는 서교림을 앞세운 ‘림솔대전’이냐, 김민솔을 앞세운 ‘솔림대전’이냐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KLPGA 투어는 서교림과 김민솔의 라이벌 구도를 통해 흥행하고 있다.

6월까지는 김민솔이 3승을 올리며 확실히 앞서가는 분위기였지만, 7월 들어 김민솔이 주춤하고 서교림이 맹추격을 하면서 기류가 변했다. 이어 8월에 서교림이 메디힐·한국일보 챔피언십과 BC카드·한경 KLPGA 챔피언십에서 2연승을 하고, 김민솔이 이들 대회에서 모두 준우승에 머물면서 기존 ‘솔림대전’이 ‘림솔대전’으로 바뀌었다.

“제가 4승을 먼저 달성했으니 '림솔대전'으로 불려도 될 것 같다”고 웃은 서교림은 “민솔이와는 오랜 친구 사이다. 이렇게 필드 위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서로 기량이 발전하고 큰 동기부여가 된다. 이 경쟁 구도는 시즌 끝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최근 제주도 서귀포에서 만난 김민솔은 서교림을 두고 “퍼트를 일정하게, 안정적으로 잘 하는 선수다. 차분한 면이 있다. 플레이할 때도 차분하게 경기를 이끌어간다”고 높이 샀다. 물론 그러면서도 “올 시즌 목표는 전관왕 달성이다”라고 승부욕을 나타냈다.

서로를 존중하며 선의의 경쟁을 벌이는 모습은 보는 이들의 입꼬리를 올리게 한다. 서교림과 김민솔 모두 훗날 LPGA 투어 진출이 기대되는 유망한 선수들이다. KLPGA 투어의 스타 탄생은 나아가 K-여자골프 선전의 든든한 밑거름이 될 전망이다.

[박종민의 K-스포츠랩] 전체 목록 보기

박종민 한스경제 스포츠레저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