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 임명제청에 관한 논의를 본격화하는 가운데, KBS도 뒤늦게 편성위원회를 잇따라 열며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S는 공영방송 3사 중 가장 뒤늦은 지난 14일에야 편성위원회 첫 회의를 열었다. KBS는 13일 보도자료를 내고 “(전날) 임시이사회에서 편성위원회 개최의 중요성이 강조됨에 따라”란 설명을 달아 14일 편성위 개최 사실을 알렸다. 편성위 설치를 의무화한 개정 방송법 시행 1년 만이자 종사자 측 대표가 1차 편성위원을 위촉하며 회의 개최를 요구한 지 70여일 만이었다. 이후 KBS 편성위는 18일과 20일 등 주 2회 회의를 이어가고 있다.
편성위원회는 지난해 8월26일 시행된 개정 방송법에 따라 설치된 법정 기구로 방송사업자와 종사자 대표가 각각 5명씩 추천해 구성된다. 모든 지상파TV 사업자와 종합편성채널 및 보도전문채널은 이러한 편성위를 두고 “방송프로그램 취재·보도·제작·편성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방송편성규약을 제정해 공표해야 한다.
KBS는 방송법 개정 이전에도 기존 방송법에 따라 편성규약과 편성위를 두고 있었지만, 그 위상과 성격은 지금과 달랐다. 기존 편성위가 방송의 공정성 훼손이나 제작 자율성 침해 논란을 주로 다뤘다면, 개정 방송법 이후의 편성위는 인사 추천과 임명 등에 관한 권한도 갖기 때문이다.
우선 시청자위원회 구성이다. 기존 방송법 체제에선 방송사업자, 즉 사측이 방송통신위원회(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전신)가 규칙으로 정한 12개 단체의 추천을 받아 위촉하면 됐다. 그러나 개정 방송법 시행 이후 시청자위원 추천은 편성위 심의·의결 사항이 됐다.
또 공영방송 3사(KBS·MBC·EBS)와 보도채널 편성위는 보도책임자 임명동의에 관한 사항도 편성위원회 의결을 통해 편성규약으로 정해야 한다. 공영방송 3사는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다. 바로 이사 추천이다. 개정 방송법은 공영방송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가 이사를 직접 추천할 수 있도록 했는데, 그 기준과 절차 등을 결정하는 게 바로 편성위(편성규약)다. 공영방송 이사에겐 사장 임명(제청)권이 있으니, 편성위가 사장 선임에도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미치게 된 셈이다.
이렇게 중요한 편성위원회를, 그것도 법정 기구인 만큼 개정 방송법 시행에 맞춰 빠르게 구성·운영해야 했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방송법 후속 조치를 해야 하는 방통위가 법 시행 이후 폐지되고 방미통위로 다시 출범한 이후에도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5월, 마침내 방미통위가 시행령과 규칙 등 정비를 마치고 공영방송 이사 추천 절차를 시작했다. 하지만 공영방송 3사의 진행 속도는 달랐다. MBC와 EBS는 편성위를 꾸리고 시청자위를 다시 구성하거나 하며 이사 추천 절차를 빠르게 밟아갔지만, KBS는 아니었다. 종사자 대표 편성위원 추천권을 두고 내부 논란과 갈등이 증폭됐고, 사측은 이를 이유로 편성위 개최 요구에 응하지 않았다. 시청자위와 임직원 몫의 이사 추천 논의는 시작도 할 수 없었다.
이런 교착 상태에 변화가 생긴 건 7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가 과반 노조 지위를 회복하며 종사자 대표 자격을 얻고 KBS 이사회가 신임 사장 임명제청 논의를 시작하면서부터인 것으로 보인다. 정원 15명 중 더불어민주당과 방송·미디어학회, 변호사단체가 추천한 8명의 이사만으로 출범한 KBS 이사회는 앞서 7월31일 임시 이사장을 선출하며 “이사 추천 및 임명 지연으로 인한 경영·의결 공백을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공사(KBS) 내 임직원 과반수 추천 및 시청자위원회 추천 등 내부 절차의 지연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도 했다. 이어 8월12일 이사회에선 ‘제28대 사장 선임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했으며, 26일 정기이사회에서도 신임 사장 임명제청을 위한 절차와 방법을 논의할 예정이다. KBS 임직원과 시청자위원회 추천 이사 없이도 이사회가 사장 임명제청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만큼, 이런 상황이 KBS 편성위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주목된다.
한편 현 사장이 임기 만료 시점을 이미 수개월 넘긴 MBC는 최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주관하에 현재 차기 사장 공모가 진행 중이다. 박장범 KBS 사장의 경우 임명 당시 부여된 3년 임기 기준으로는 1년 3개월가량 남아 있으나, KBS 이사회는 개정법 규정에 따라 후임자를 선임한다는 방송법 부칙에 따라 신임 사장 선임 논의를 진행 중이다. 박장범 사장과 김우성 부사장은 지난해 9월 개정된 방송법 부칙이 사실상 임기 단축을 의미한다며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1년 가까이 결론이 나오지 않았다. 김우성 부사장은 KBS 이사 추천 등에 관한 사항을 정하는 편성위원회 사업자 대표 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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