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파인더 너머] (261) 내리지 않는 비를 찍다

사진기자에게는 해마다 되풀이되는 계절의 숙제가 있다. 봄이면 꽃을 찾고, 장마가 시작되면 빗속으로 나간다. 빗줄기를 피해 뛰는 사람들, 우산 아래 몸을 숨긴 시민들, 물이 차오른 도로는 그해 여름을 기록하는 익숙한 장면들이다.


그런데 올해는 달랐다. 사진기자로 카메라를 든 지 30여년. 장마와 소나기를 제대로 찍지 못한 여름은 기억에 드물다. 8월에 접어들도록 경남에는 비다운 비가 좀처럼 내리지 않았다. 폭염 속에 논밭은 갈라지고 저수지는 바닥을 드러냈다.


결국 하늘을 대신해 소방차가 움직였다. 11일 국가소방동원령이 내려지면서 전국의 물탱크차 200대와 소방대원 400명이 경남으로 향했다. 밀양강에서 길어 온 물이 굵은 호스를 타고 메마른 논으로 쏟아졌다. 원래라면 하늘에서 내려왔어야 할 물이었다.


올해는 처음으로 ‘내리지 않는 비’를 찍었다.


그렇게 원고를 마감하려던 날, 거짓말처럼 폭우가 쏟아졌다. 불과 며칠 전까지 소방차가 물을 실어 나르던 땅에 이번에는 호우특보가 내려졌다. 비가 오지 않아 하늘만 바라보던 여름. 이제는 쏟아지는 비에 다시 하늘을 걱정해야 하는 여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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