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언론현장, AI 대체로 노사갈등 극심… 먼저 온 미래인가

[지속 가능한 AI 저널리즘] (2) AI와 노동권 - 뉴욕 뉴스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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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거리에 위치한 뉴욕 뉴스길드(뉴욕길드)는 뉴욕타임스, 타임, 로이터 등 노조 56개 지부가 소속해 있는 단체다. 사진은 6월30일 수잔 데카라바 뉴욕길드 위원장이 본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모습.

6월 말, 인스타그램에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NYT) 회장 겸 발행인의 사진과 그의 연설 일부를 인용한 글 하나가 올라왔다. 게시물에 붙여진 빨간색 스티커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뉴스 콘텐츠가 착취당하고 사라질까 걱정된다면서 정작 기사를 쓰는 NYT 노조를 위한 AI 안전장치 계약은 거부하고 있음!”


이 글이 언급한 건 6월1일 프랑스 마르세유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총회에서 설즈버거 회장이 한 개막 연설이었다. “거대 테크 기업들은 뉴스 콘텐츠를 무분별하게 빼돌리면서 자신들의 것인 양 재포장해 언론사에 돌아갈 독자와 수익을 가로채고 있다”면서 언론계의 연대를 독려하고 구체적인 행동 전략을 제안한 그의 연설은 당시 총회 명연설로 꼽히기도 했다.


인스타 글이 올라간 지 닷새 뒤인 6월30일, 설즈버거 회장을 직격한 주인공을 미국 뉴욕 맨해튼 한 사무실에서 만났다. 뉴욕타임스 노조(NYT Guild), 로이터 노조(Reuters Guild) 등 뉴욕 내 총 56개 지부, 6000여명의 조합원을 이끌고 있는 수잔 데카라바 뉴욕 뉴스길드(NewsGuild of New York, 뉴욕길드) 위원장이다.


미국 뉴스 산업의 중심지인 뉴욕은 현재 뉴스룸 내 인공지능(AI) 도입으로 인한 노사 갈등이 전면에 드러난 곳이다. 경영진이 AI 관련 고용 보장 단체협약 조항을 거부하자 파업에 나섰던 프로퍼블리카 노조(ProPublica Guild), AI 도입 이후 기자가 대규모 해고돼 반발하고 있는 비즈니스 인사이더 노조(Insider Union) 모두 뉴욕길드 소속이다. NYT 노조를 비롯해 이들 노조는 지금도 단협에 AI 사용 안전장치 및 고용 보장 조항을 포함시키기 위해 파업, 집회 등을 하며 투쟁 중이다.


국내외 뉴스룸에서 AI 도입 자체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건 분명하다. 전 분야에서 AI 활용이 확대되며 언론 관련 직종 또한 AI에 의해 대체될 수 있다는 우려가 위기감을 넘어 현실로 다가오는 중이다. AI로 인한 대규모 해고가 이미 벌어지고 있는 뉴욕 언론 현장. 그 한가운데서 투쟁 중인 데카라바 위원장에게 뉴욕 언론인들이 당면한 현실을 물었다.

설즈버거 회장 연설이 “위선”인 이유

가장 궁금했던 설즈버거 회장 연설을 비판한 이유에 대해 물었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설즈버거 회장이 AI에 대해 대외적으론 공적 입장을 취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회사 내부에선 그것을 실천하지 않는다는 점은 매우 위선적이고 모욕적”이라고 일갈하며 현재 NYT 노사가 벌이고 있는 단체협약 교섭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인터뷰에 앞서 데카라바 위원장은 인스타그램 계정에 아서 그레그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에 대한 게시물을 올렸다.

그에 따르면 NYT 사측은 노조가 단협 조항으로 요구한 △AI 기업과의 계약으로 벌어들이는 수익 일부 기자들에게 분배 △AI 사용 표기, AI 프로그램 식별 등 투명성 △기자들에게 AI 사용 강요 금지 △구성원 이미지·목소리 초상(음성)권 보호 등에 반대하고 있다. 물론 NYT는 AI 활용 원칙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회사 정책으로 이미 마련한 곳이다. 하지만 고용 보장안을 비롯한 AI 사용 관련 안전장치 조항을 법적 효력이 있는 단협에 넣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NYT가 오픈AI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하고는 지난해 5월 아마존과 계약을 맺어 아마존 AI가 NYT 콘텐츠를 학습하도록 라이선스를 부여하고 대가를 받은 점을 꼬집었다. 그는 “황당한 건 설즈버거가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그런 말을 해놓고, 정작 기자들에는 아마존 AI로부터 받은 돈을 전혀 분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기자들은 그에게 ‘그럼 당신도 도둑이자 거짓말쟁이 아닌가’라고 묻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AI를 절대 쓰지 말아야 한다는 게 아니다. 기본적인 원칙을 지키자는 것이고, AI에 우리의 작업물을 사용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달라는 것”이라며 “NYT, 로이터,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에 요구하는 것은 간단하다. 당신들이 정말 인간 중심 저널리즘을 믿고, AI가 언론 및 언론인의 역할인 정확성과 뉴스 신뢰에 실존적 위협을 가한다는 걸 이해한다면, 그 정책을 계약서(단체협약)에 넣으라는 것”이라고 했다.

줄이은 대규모 감원… AI가 해고 명분 돼

올 2월 워싱턴포스트(WP)가 AI로 인한 온라인 트래픽 감소 등을 이유로 기자 300명 등 직원의 30%를 해고해 충격을 안겼다. WP에 비해 덜 알려졌지만, 비즈니스 인사이더(BI)에서도 AI 도입으로 인한 기자 해고가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5월14일 BI 노조는 성명을 내어 “깊은 슬픔을 느낀다. 지난 4년간 네 번째로 경영진은 오늘 아침 재능 있는 동료 10명을 또다시 해고했다”며 “우리 없이는 BI도, 악셀 슈프링어(모회사)도 존재할 수 없다. 우리는 싸움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길드 내 AI로 인한 기자 해고 현황에 대해 데카라바 위원장은 “고용주들이 AI 도입 때문에 해고한다고 순순히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수치 파악이 까다로운 면이 있다”면서도 “한 가지 확실한 사례는 BI”라고 짚었다. 지난해 5월 바바라 팽(Barbara Peng) BI CEO가 “트래픽 감소에도 견딜 수 있는 정도로 회사 규모를 축소하고 있다”고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며 “AI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BI에선 취재기자, 교열 기자, 사진기자, 영상기자, 일반 제작 에디터 등 뉴스를 생산하는 실무 인력의 20%가 해고됐다”며 “사람이 자발적으로 떠나도 새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공석으로 유지하는 수동적 해고 방식도 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AI가 기자를 대체할만한지 충분히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비용 감축, 해고의 명분이 됐다고 보고 있다. “적어도 미국 내에선 AI 의존도를 높여서 성장이나 지속 가능한 이익 증가, 독자 확대를 이뤄낸 성공적인 비즈니스 사례가 단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자들을 AI로 대체하면 기껏해야 아주 단기적인 지표 상승은 있을 거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이 개인적으로 AI 툴을 쓸지언정 구조적인 차원(언론사)에서 생산한 AI 콘텐츠는 불신한다”며 “독자들은 글을 읽을 때 인간이 썼는지, AI로 썼는지 본능적으로 알고 혐오감을 느끼며, 결국 구독을 취소한다. 독자층이 붕괴하는데 기업들이 이를 미래 계획의 주춧돌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라고 했다.


해고가 쉬운 미국 노동 시장 환경에선 법적 효력이 있는 단협 내 고용 안전장치 포함이 중요하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똑같이 악셀 슈프링어를 모회사로 하는 폴리티코(Politico)와 BI 사례를 비교했다. 그는 “폴리티코에서도 BI와 같이 해고가 발생했었다. 하지만 폴리티코는 계약 조항에 AI 도입 관련 안전장치를 두고 있었기에 구성원이 회사를 상대로 한 소송에서 이길 수 있었다”며 “회사는 기자들에게 강제로 사용하도록 요구했던 AI 도구들도 철회해야 했다”고 단협 명시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AI를 명분으로 한 해고 기류는 언론인들의 노조 가입률을 높인 요인이 되기도 했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수많은 미디어 노동자가 착취당하고 최하층에 머무는 상황이 노조 조직화의 원동력이 됐고, AI가 노동의 가치를 떨어뜨리고 해고의 명분으로 악용되는 현실은 그 흐름을 더욱 가속화했다”며 “조직 규모의 양적 팽창 외에 기존 조합원들 내부에서 AI 의제에 대한 참여도도 높아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뉴욕 맨해튼 브로드웨이 거리에 위치한 뉴욕 뉴스길드(뉴욕길드) 내 사무실에 걸린 공식 배너.

AI, 저널리즘 자체에도 위협

뉴욕길드는 AI가 저널리즘 자체에 위협이 될 가능성도 우려하고 있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로360(Law360)의 ‘바이어스 체커’(Bias checker, 편향 검증기) 도입 시도 사례를 제시하며 “AI가 개별 기자나 뉴스룸에 미치는 영향을 넘어, 정치적 억압의 도구이자 자유 언론의 토대를 약화시키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지점이 됐다”고 말했다.


사법 분야 전문 매체인 로360의 경영진은 지난해 5월 AI 도구인 편향 검증기 사용을 의무화했다. 데카라바 위원장에 따르면 “기자가 기사 초안을 넘기면 데스크가 AI 도구에 넣고 AI가 ‘편향됐다’고 판단한 모든 문구를 싹 다 도려내 버리는” 식이었다. 그해 7월 니먼랩은 관련 기사에서 “이번 의무화 발표는 로360의 모회사 임원이 트럼프 행정부 관련 보도에서 진보적인 정치적 편향성을 보였다고 비난한 지 몇 주 만에 나왔다”고 보도한 바 있다.


데카라바 위원장은 “결국 기자들이 조직적으로 반발해 막았지만, AI가 기사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듦에도 경영진은 왜 이게 문제인지조차 이해하지 못했던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끔찍한 건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고 미국 언론의 편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직후에 일어났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영향력과 직접 연관되어 있다는 증거는 없지만 도입 시점이 정확히 어떤 인물이 당선돼 미국의 자유 언론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고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기 시작한 직후였다는 건 순차적 사실”이라고 했다.

“현장 기자의 의사결정 참여가 제1원칙 돼야”

뉴스룸의 AI 도입을 두고 데카라바 위원장은 ‘현장 기자들과의 대화’, ‘의사결정에 기자들의 참여 보장’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널리즘의 본질을 다시 상기시켰다. “저널리즘은 정확”해야 하며, “좋은 뉴스를 생산하는 데 돈이 드는 건 당연한 사실”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어디나 비슷하겠지만, 뉴스룸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높은 사람들은 정작 현장에서 기사가 어떻게 취재되는지 등 구체적인 실무 프로세스를 전혀 모른다. 자신들의 비즈니스 의제만 가지고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저널리즘 현장과 완전히 동떨어진 괴상한 지시가 내려온다. 기자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이유다. 투명성을 준수하고, 대화에 기자들을 참여시킨다면 경영진은 절대 모르는, 현장 기자들이 진짜로 열광하고 필요로 하는 AI 도구 사용법이 튀어나올 수 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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