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SNS 접근 제한에 동의하면 1번, 동의하지 않으면 2번이라고 남겨 주세요.”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 과학기술·사회 분야 부처 업무보고를 진행하며 또다시 유튜브 댓글 설문을 진행했다. 청소년 소셜미디어 제한과 관련해 “국민적 공감도 중요할 것 같은데 이것도 한 번 물어보겠다”며 이같이 제안한 것이다.
약 30분 정도 집계한 결과는 ‘1번’ 즉 찬성의 압도적인 승. 다만 오전 시간대라는 특성상 청소년 당사자들이 설문에 참여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방미통위 관계자는 덧붙였다.
이처럼 대통령이 생중계 회의 도중 유튜브 플랫폼을 이용해 ‘즉석 설문’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 열린 농림축산식품부 등의 업무보고에서도 이 대통령은 공공영역의 반려동물 치료 지원에 대해 찬성하면 1번, 반대하면 2번을 남겨달라고 제안했다.
앞서 14일 국무회의 생중계 도중에도 부동산 보유세 부과 기준과 관련해 “초고가 주택에 차별적으로 부담을 시키는 게 맞다고 생각하면 1번은, 그게 아니라고 생각하면 2번을 남겨달라”고 했다.
잠시 후 임기근 국무조정실장이 “대부분의 댓글이 1번”이라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얼마 정도를 초고가 주택으로 분류해야 하는지도 물어보자며 10억원 이상이면 ‘1’, 20억원 이상이면 ‘2’, 30억원 이상이면 ‘3’ 등의 숫자를 써달라고 했다.
유튜브 댓글창을 이용해 즉석에서 진행하는 이런 설문에 대해 언론에선 우려의 목소리도 내놓고 있다. 한국일보는 15일자 신문 사설에서 “세제 개편이 주택시장에 미칠 영향, 세수 증감 여부 등 구체적 정보도 제시되지 않았고 응답자의 대표성도 확보되지 않은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한 셈”이라며 “전문가들의 견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정교하게 설계돼야 할 정책 결정이 즉흥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인상만 줄 뿐이고 이는 가뜩이나 예민한 부동산 정책의 신뢰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댓글 집계 결과가 회의에서 공유된 것과 다르다는 지적도 나왔다. 시사저널은 16일 <이재명의 ‘유튜브 즉석 투표’…전부 세어보니 ‘결과는 딴판’> 제하의 기사에서 “초고가 주택의 금액 기준을 물은 두 번째 조사 결과는 국무회의 보고 내용과 달랐다”고 지적했다. 시사저널이 이날 국무회의를 생중계한 유튜브 ‘이재명’ 채널 영상의 실시간 채팅 기록 1만8906건을 데이터 수집 도구로 전수 추출해 분석한 결과 ‘30억을 기준으로 써 준 분들이 많다’고 했던 임 실장 보고와 달리 전체 2653건의 응답 중 ‘20억원’이 1030건(38.8%)으로 가장 많았다는 것이다.
시사저널은 또 “이 같은 즉석 투표의 대표성에는 더 근본적인 한계도 나타난다”고 했다. 이날 임 실장이 “현재 국무회의를 보는 국민이 많기는 하지만 대다수 국민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부처에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을 폭넓게 거치면 조금 더 국민 의견을 정확하게 반영할 수 있다”고 말하자 대통령은 “그래도 한 1만 명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그러나 이날 투표에 참여한 시청자 수는 1000명이 안 됐다고 시사저널은 전했다. “특히 한 명이 최대 56번 채팅을 입력하거나, 여러 번의 채팅 모두가 각각 답변이 다른 등 신뢰성이 떨어졌다”고 했다.
시사저널은 “결국 이는 국무회의에서 국민 여론의 일부로 반영하기엔 사실상 의미 자체를 찾기 어려운 투표였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전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15일 페이스북에 “대통령이 초고가의 값과 세금을 유튜브 시청자들에게 댓글로 묻는 장면은 충격이었다”고 쓰면서 “이렇게 가벼운 즉흥적 포퓰리즘으로 정책을 결정해도 되나. 국무회의 유튜브를 보는 극소수 사람들이 어떻게 국민을 대표한다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