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중미 월드컵 징비록

[이슈 인사이드 | 스포츠]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5월18일 축구대표팀이 북중미 월드컵 첫 행선지인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로 가는 길에 동행한 취재진은 우리밖에 없었다. 보통 사전훈련캠프부터 취재를 하는 게 월드컵 출장의 관례지만, 치솟은 환율로 출장 비용이 급등했고, 늘어난 참가국만큼 조별리그 기간이 늘어나 출장 기간이 길다는 점, 주요 해외파 선수들이 늦게 합류한다는 점에 언론사들의 고민이 깊었다. 함께 미국으로 가게 된 홍명보 전 감독과 대표팀 관계자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불편한 마음이 자리했다. ‘이번 대표팀은 전보다 언론도, 팬들도 외면한 팀’이라는 생각에.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홍명보 전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6월30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하고 있다. /공동취재

기대도, 응원도 받지 못하는 팀에게 월드컵의 중압감은 더 무겁게 다가왔다. ‘결과로 보여주자’는 각오는 결국 ‘이겨야 한다, 지면 안 된다’는 부담감으로 바뀌었고, 결국 가장 중요한 순간, 가장 예상치 못한 결과로 이어졌다. 악순환을 만든 가장 큰 책임은 대한축구협회에 있다. 벤투 감독 선임 때 만들고 지켜졌던 시스템을 스스로 무너뜨리면서 자기 자신의 원칙도 저버리고 신뢰도 잃었다. 4년 동안 오롯이 대회 준비에만 집중해도 좋은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표팀은 외풍에 시달려야 했다. 원칙을 지키고 제대로 책임을 지는 것, 차기 집행부가 지켜야 할 최우선 덕목이다.


사퇴하긴 했지만, 홍명보 전 감독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홍 전 감독이 항상 강조해 온 말이 ‘원 팀’이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분명 원 팀이 아니었다. 특히, 체코와 멕시코전에서 보여준 인상적인 모습을 신기루처럼 날린 남아프리카공화국전의 경기력은 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는 정도였다. 위기에서 꺼낼 전술적 반전 카드를 보여주지 못했고, 주장을 선발에서 빼는 과감한 결단은 오히려 팀에 어수선함을 불어 넣었고, 가장 자신다움을 보여줄 수 있었던 선수들이 집단 패닉에 빠진 상황에서 감독의 카리스마를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결국 홍 전 감독의 책임이다. 차기 감독 선임에는 선수단 장악과 함께 전술적 역량 역시 고려돼야 한다.


미디어 종사자인 필자도 반성한다.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를 취재하면서 많은 것을 준비했다고 생각했는데도 달라지는 미디어 환경과 수용자들의 니즈(needs)에 부합했는지 다시 고민하게 된다. 특히, 역대급 위기에 빠진 한국 축구에 어떤 보도와 취재가 도움이 될 수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된다. 강제성은 없다는 K-축구혁신위원회, 고성과 망신 주기에 진실 규명이 묻히기 십상인 국회 청문회까지 있는 시국에서 방향성을 잃어가는 유소년 축구의 현실도 잊지 않아야겠다.

최형규 MBN 문화스포츠부 기자.

‘월드컵 우승’을 목표로 10년 이상 일관성 있게 준비해 죽음의 조를 뚫고 강호들을 떨게 한 일본도 32강에서 곧바로 탈락하는 대회가 월드컵이다. 그렇다고 일본 대표팀이 우리처럼 기대에 못 미쳤다고 비난 일색인 것은 아니다. 여전한 그들의 실력과 정신력은 다음 대회를 향한 희망으로 이어지고 있다. 희망을 만들기 위해선 우리도 다시 실력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 기대도 응원도 받는 팀을 다시 만들면 다시 희망도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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