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권 금융사는 포용금융 차원에서 취약차주의 재기를 돕는다는 취지로 장기연체채권의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자발협약 ‘새도약기금’에 가입했습니다. 그런데, 포용금융을 내세운 금융사의 이면엔 수익을 위해 23년간 취약차주를 상대로 고강도 추심을 이어가는 현실이 있었습니다.
2003년 카드대란 당시 신용불량자의 재기를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민간배드뱅크 상록수는 시간이 지나며 ‘죽기 전까지 놓아주지 않는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악명높은 추심회사로 변질됐습니다. 그렇게 고강도 추심을 통해 쥐어짠 수익은 상록수 주주인 은행과 카드사에 수백억원대의 배당으로 돌아왔습니다.
상록수의 추심이 이뤄진 23년은 긴 세월입니다. 상록수 출범 당시 차주의 과반을 차지했던 20·30 청년은 중년이 됐고, 그간 급여와 통장 등이 압류되며 가정을 제대로 유지하지도, 제대로 된 경제활동도 하지 못했습니다.
보도 당일, 금융사들은 ‘약탈금융’이라는 비판에 일제히 상록수 청산에 합의하면서 11만명의 차주들이 재기의 기회를 얻게 됐습니다. 늦게나마 끝이 없던 추심의 고통에 종지부를 찍은 것은 다행이지만, 금융사가 포용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면 자발적으로 가장 오래된 연체채권인 상록수 채무를 새도약기금에 매각했어야 합니다. 금융사가 외치는 포용이 위선처럼 보이는 이유입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