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과 노동’을 주제로 기사를 써보고 싶은데 어떻게 생각해?” 기획과 관련한 간단한 메모를 대화창에 넣자 즉각 답이 돌아왔다. “방향 좋습니다. 몇 가지 보완하면 더 탄탄해질 것 같아요.” 곧이어 구체적인 구성, 추천하는 취재원, 조언 등이 담긴 답변이 달렸다. 서울경제신문이 구축한 AI 서비스, ‘AI NOVA’와의 대화 중 일부분이다.
AI NOVA는 아이템 발굴부터 기사 작성, 퇴고와 교열, 제목 및 그래픽 생성까지 기자 업무 전반을 돕는 신문사 전용 AI 엔진이다. 현재 서울경제 기자 300여명이 사용하고 있고, 6월부턴 서비스를 공개해 외부인들도 유료로 이용이 가능해졌다. 우승호 서울경제 미래전략부 부국장은 “NOVA를 한 번도 안 쓴 기자는 있어도 한 번만 쓴 기자는 없다”며 “처음엔 별 거 아니라고 생각했던 기자들도 막상 써보니 인터넷 검색보다 효율적이라 한다. 특히 일일보고의 경우 부장이 물어볼 걸 미리 정리해주니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경제뿐만이 아니다. 한때 실험 수준이었던 언론사의 AI 도입은 최근 1~2년 새 그 흐름이 급격히 빨라졌다. 조직마다 활용 격차는 매우 크지만 일부 언론사에선 콘텐츠 생산부터 배포까지, 전 과정에 AI를 결합해 일하는 방식 자체를 바꾸려는 시도를 이어오고 있다. 조직 차원에서 AI 활용에 대한 방향성과 전략을 수립하고 수익을 꾀하는 곳 역시 나타나고 있다.
다만 AI가 고도화될수록 기자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정체를 넘어 구조적 축소 국면에 진입한 업계 특성상 AI가 인력 감축의 빌미가 될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당장 AI 도입으로 정규직 기자가 해고된 사례는 없지만 애초 AI 도입의 주된 목적 중 하나가 비용 절감이었던 만큼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우려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기자들은 이미 AI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챗GPT나 제미나이 같은 범용 AI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가운데 큰 거부감 없이 이를 일상적 도구로 쓰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언론인 2020명을 조사해 발간한 보고서 ‘2025 한국의 언론인’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6명가량이 AI를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자료를 분석·분류하거나 번역, 교정할 때 AI를 상시적으로 쓰고 있었다. 기사 작성이나 이미지 생성, 아이템 구상 등에서도 AI의 도움을 받고 있었다.
언론사들 역시 이런 흐름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관련 교육을 진행하거나 구독료를 지원하는 곳, 더 나아가 내부에 AI 도구를 도입하고 작업 과정을 개선하는 언론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신문, 방송, 통신 등 매체별 특성은 존재하지만 기자 업무 전반에 AI 기술을 적용해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작업들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TV조선의 AI 리포터 ‘아이온’처럼 뉴스 아이템 선정부터 취재, 대본 작성, 영상 제작, 진행까지 기자 여러 명이 할 일을 AI가 오롯이 담당하는 실험 역시 일부에서 진행되고 있다.
‘전천후’ AI, 콘텐츠 생산서 수익 창출까지
매체별로 살펴보면 신문사는 대체로 별도 도구가 아닌 기존 콘텐츠관리시스템(CMS)에 AI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텍스트 중심 제작 공정에 맞춰 CMS에 기사 작성과 교열, 제목 및 이미지 생성 등의 기능을 적용해놓는 것이다. 진행상황을 보면 사실상 기자 업무의 거의 대부분을 AI로 수행할 수 있다. 아이템 발굴, 자료 수집, 취재 계획 수립, 탐사보도 및 기획취재, 녹취록 전사 및 요약, 속보 및 단독 대응, 보도자료 및 외신 대응, 기사 작성, 팩트체크 및 교열, 편집 및 온라인 배포까지, 현장 취재를 제외한 업의 영역 전반을 AI로 해낼 수 있게 됐다. 적용 범위와 방식은 언론사마다 제각각이지만 의지만 있다면 일의 시작부터 끝까지 AI 활용이 가능해졌다.
최근엔 AI CMS를 넘어선 다양한 시도들도 이어지고 있다. 이투데이의 공시자료 분석, 한국경제신문의 물가데이터 분석 등 매체 전문성에 맞춰 AI 기술을 활용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일부 신문사에선 그동안 인력 부족으로 마음껏 만들지 못했던 시각, 오디오, 영상 콘텐츠를 AI로 쉽고 빠르게 제작하고 있다. 매일경제신문이 현재 오디오 뉴스와 팟캐스트형 브리핑을 AI 기술로 만들고 있으며, 서울경제도 기사를 동영상으로 자동 전환해 유튜브 등에 올리고 있다. 세계일보의 경우 기사 인터넷 주소나 본문만 입력하면 카드뉴스와 쇼츠를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기술을 기자들이 자체 개발한 상황이다.
한편 대량의 정보 처리와 24시간 뉴스 생산이 필요한 통신사들은 정형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자동 기사 작성과 인포그래픽 제작에 적극적이다. 연합뉴스는 3월 데이터가 들어있는 문장, 표, 캡처, 보도자료 파일을 입력하면 적합한 형태의 차트형 인포그래픽을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공개했다. 또 인사, 부고, 동정 관련 자료를 입력하면 연합뉴스 형식에 맞게 기사를 작성하는 AI 어시스턴트도 구현해 자사 플랫폼에 담았다.
이광빈 연합뉴스 AI콘텐츠부장은 “연합뉴스의 수십년치 기사, 연합연감, 기자들 취재정보를 한데 모아 놓은 후 질의응답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가을쯤 공개할 예정”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STT(Speech to Text) 서비스도 만들고 있다. 기자회견 등을 AI가 실시간으로 받아치는 기술인데, 연합뉴스가 특파원을 파견한 거의 모든 지역의 언어를 받아칠 수 있고 그 정보 역시 내부에 자동 저장된다”고 말했다.
기자 중심 조직인 신문, 통신사와 달리 방송사는 드라마와 예능, 다큐멘터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AI를 활용하고 있다. AI로 영상을 생성하고 컴퓨터그래픽의 상당 부분을 제작하는 데서 나아가 영상 촬영과 편집, 송출 등 전 과정에 AI 기술을 적용하는 중이다. 보도 분야 역시 마찬가지다. 가상 앵커 및 기자, TTS(Text to Speech), 실시간 번역 및 더빙 등 시청각 중심 제작 환경에 맞춰 AI 기술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YTN, TV조선 등이 현재 AI 앵커와 가상 기자를 활용해 뉴스를 만들고 있으며 MBC와 MBN도 TTS를 활용해 라디오 뉴스와 유튜브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최근엔 콘텐츠 제작에서 나아가 아예 AI 전담 조직을 꾸리고 수익을 추구하는 언론사도 나오고 있다. 서울경제 미래전략부(AI NOVA), MBC의 AI 전략 자회사 도스트11 등이 그 예다. 도스트11은 ‘비디오스쿠버’, ‘도프프 스튜디오’, ‘뉴사이드’, ‘도프켓’ 등 다양한 AI 기반 솔루션을 자체 제작하고 이를 외부에 판매하는 방식으로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다.
양효걸 도스트11 대표는 “기본적으로 사업 조직이고 독립채산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이익이 나야 한다”며 “다른 방송사들에 저희 솔루션을 보급하기 위해 현재 적극적으로 영업 활동을 하고 있다. 설립 목적에 MBC의 AI 전환 활성화가 있는 만큼 본사에 전략적인 기여도 해야 하겠지만 저희 나름대로는 수익 모델을 만들어 별도로 돈을 벌어야 하는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제 없으면 안 될 AI, 일자리는 괜찮을까
앞선 사례에서 알 수 있듯 AI는 이제 기자의 업무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뉴스 생산 인프라의 핵심 구성요소가 되고 있다. 단순히 보조적 도구가 아니라 언론사의 조직 운영 방식과 생산 과정을 재구성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흐름이 인력 구조에 미칠 영향이다. 경영 상황이 점점 열악해지고 있는 업계 특성상 AI를 인력 감축의 수단으로 악용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물론 AI 도입으로 정규직 기자가 해고된 사례는 당장 확인되지 않는다. 다만 장기적으로 신입 기자를 지금보다 축소 채용할 수 있다는 우려는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외신이나 온라인 기사를 처리하는 내근 부서, 또 취재 보조 영역의 인력이 AI로 대체될 수 있다는 위기감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2025 한국의 언론인’에서 기자 10명 중 4명은 AI가 언론인의 일자리 안정성을 위협할 수 있다고 답했다. 또 이들은 향후 AI로 인해 가장 위협을 받게 될 직무로 교열기자, 일러스트 디자이너, 편집기자, 데이터 기자 등을 꼽았다.
다만 실제 AI가 인간 기자의 일자리를 대체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단적인 예로 2년 전 CJB, G1방송, JIBS, KNN 등 지역 민영방송들이 주말 AI 뉴스를 도입했지만 우려와 달리 이 흐름이 크게 확산되지는 못했다. AI 뉴스에 대한 구성원, 시청자들의 거부감 때문이다. 특히 G1의 경우 지난해 4월 강원도 인제군에서 발생한 산불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며 AI 뉴스에 대한 내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당직 기자가 AI 뉴스 제작에 집중한 나머지 산불 보도를 단신 처리하는 데 그쳤는데, 이로 인해 결국 지역민의 안전과 공공성을 저해했다는 지적이다. 이후 노사가 협의해 ‘AI 뉴스 대응 매뉴얼’을 만들었고, 휴일 대기 근무 체계와 제작부서 간 협업 체계를 새롭게 정비했다.
민영방송 한 노조위원장은 “AI 뉴스 제작 과정을 보면 전날에 뉴스를 미리 녹화해놓고 다음날 방송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며 “사실상 비용 절감을 위해 AI 뉴스를 도입한 건데,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어기는 기만적 행위라는 생각이 든다. 러다이트 운동을 하자는 게 아니라 뉴스만이라도 AI로 진행하면 안 된다는 걸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AI의 도입이 기자 일자리를 뺏는 방향으로 가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일의 양이 고정돼 있다는 전제 하에 인력 감축이 거론되지만 오히려 일자리 수엔 큰 변동 없이 발행하는 콘텐츠 양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한편으론 AI를 통한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해 아직도 인간 기자가 시작과 끝 지점에서 많은 일들을 해야 한다는 의견 역시 나오고 있다.
우승호 서울경제 부국장은 “기술이 고도화된다 해도 결국은 사람이 입력을 해야 AI가 기사를 쓸 수 있다”며 “이전과 달라진 점이라면 기자 한 사람이 많은 기사를 발행할 수 있게 된 점일 것이다. 이 경우 똑같은 양의 콘텐츠만 만들겠다면 인력이 줄어드는 게 맞겠지만 이전보다 더 많은 콘텐츠를 만들고 시장을 넓히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런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