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이사회, 정치 비우고 국민 채워야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공영방송 새 이사회 출범이 눈앞에 다가왔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반복돼 온 방송 장악 시도를 끊어내고 국민 중심의 거버넌스를 세우기 위한 첫걸음이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6일 KBS 이사 4명에 대한 임명 제청안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8명, EBS 이사 8명에 대한 임명안을 의결했다. 정원(KBS 15명·MBC 13명·EBS 13명)의 과반수가 임명된 후 이사회를 운영할 것도 권고했다.


이사들의 임기가 오는 10일 시작되는 만큼 방문진과 EBS 새 이사회는 이날부터 운영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KBS 역시 더불어민주당 몫 추천 이사 4명의 임명이 추가로 이뤄지면 과반 기준을 채울 수 있게 된다.


이번 이사회는 정치권의 입김에 흔들려온 역사에 마침표를 찍기 위한 ‘방송3법’ 개정 후 처음 구성되는 만큼 그 의미가 남다르다. 개정 방송3법은 정치권이 사실상 독점해 온 이사 추천 구조를 시청자와 현업 구성원, 학계, 법조계 등 다양한 주체로 확대했다.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주자”고 했던 고 이용마 기자의 뜻이 제도에 담겼다.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을 완벽히 보장하는 제도는 아닐지라도 공영방송을 국민에게 돌려주기 위한 의미 있는 변화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사회 출범은 법 개정 이후에도 1년 가까이 지연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출범 후 오랜 기간 개점휴업 상태를 겪었고, 방송3법 후속 시행령 마련 등 관련 절차도 늦어졌다. 그 사이 방문진과 EBS는 이미 임기를 다한 이사회가 2년 가까이 기존 체제를 유지해야 했다.


안타까운 점은 새 이사회가 시작부터 다양성·대표성이 결여된 불완전한 출발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아직 국회 추천 몫 이사를 확정하지 않았고, 민주당도 추천 절차를 시한(6월26일) 내 마무리하지 못했다. 정치권이 스스로 만든 법의 첫 시행부터 약속된 시한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KBS의 상황은 더욱 우려스럽다. 내부 갈등으로 종사자와 시청자위원회의 이사 추천 절차도 시작하지 못하고 있다. 구성원과 시민의 참여 확대라는 중요한 가치를 스스로 훼손하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지체되는 일이 없게 책임 있는 조치가 필요하다.


새 이사회는 출범과 함께 사장 선임이라는 첫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개정 방송3법은 이사회가 사장후보국민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를 검증하고 공개적이고 투명한 절차로 사장을 선출하도록 했다. 정치권이 낙점한 인사를 추인하는 과거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공영방송 이사회가 하루빨리 온전한 모습을 갖춰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방송산업을 둘러싼 척박한 환경에 있다. 시청자가 TV를 떠나 모바일 플랫폼으로 이동하고,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 유튜브의 급성장으로 방송사 광고 기반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하루빨리 온전한 거버넌스를 갖추고 지속가능성을 위한 경영 전략과 디지털 전환, 콘텐츠 경쟁력 강화 등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


공영방송의 주인은 정당이 아니라 국민이다. 새 이사회는 자신을 추천한 정치권이나 단체의 이해관계가 아니라 국민과 공영방송의 미래를 바라봐야 한다. 이번 이사회 출범이 국민 중심의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정착시키는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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