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고립 택한 청년들… 기자들이 목도한 은둔 실태

[인터뷰] 강지윤·양민희 노컷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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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여성이 거주하는 쓰레기 집을 갔을 때였어요. 집안 곳곳에 쌓인 쓰레기 때문에 썩어가는 냄새가 퍼져있는 곳이었어요. 그런데 화장실 문을 여니 따뜻한 샴푸 냄새가 풍기더라고요. 변기엔 누런 때가, 벽에는 곰팡이가 빽빽하게 슬어있었지만 양치 컵 속 칫솔과 치약은 새것처럼 하얬어요. 그 모습을 보자마자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어떻게든 더 살아남으려고 청소를 의뢰했구나’.”(강지윤)

6월26일 서울 양천구 목동의 한 카페에서 강지윤(왼쪽) 노컷뉴스 기자, 양민희 노컷뉴스 기자가 저서 <은둔하는 청년들>을 들고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김한내 기자

지난해 7월 노컷뉴스에서 연재된 기획기사 <고독 사각지대, 고립청년>이 5월28일 <은둔하는 청년들>이란 제목의 책으로 출간됐다. 강지윤·양민희 노컷뉴스 기자, 30대의 두 젊은 기자가 직접 은둔 청년을 만나 기록한 탐사 보도물이다.


취재를 시작한 건 강남의 한 원룸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한 청년의 이야기를 우연히 접하면서다. 청년의 옆에는 150여 개의 이력서가 놓여있었다. 양민희 기자는 “그 이력서가 꼭 유서처럼 느껴졌다”면서 “사회적으로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나이의 청년이 죽게 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관해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고 했다.


양 기자는 고독사한 청년의 1년치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으로 첫 취재를 시작했다. 죽음을 준비하는 듯한 일기장의 내용, 고인의 태블릿PC 검색 기록에 남겨진 ‘은둔형 외톨이’와 ‘자살’이라는 글자를 보면서, 그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양 기자는 감히 헤아릴 수 없었다.


강지윤 기자 역시 양 기자의 취재 제안에 흔쾌히 응했다. ‘사회적 문제’라고 여겨지는 자살과 달리, 청년의 은둔은 실업과 같은 개인적인 이야기로 축소되는 현실을 보면서 그 이유를 찾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적인 이유도 있었다. 강 기자에겐 은둔 생활을 하다 30대 초반에 세상을 떠난 사촌 오빠가 있었다. ‘은둔형 외톨이’ 혹은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며 친척들의 은근한 질타를 받던 오빠였지만, 강 기자에게 한없이 다정했다. 강 기자는 “이런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취재하는 동안 내가 그 오빠를 어떻게 인정하고 기억할 수 있을지 그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갖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굳게 닫힌 청년들의 속마음을 듣는 과정은 매 순간이 고비였다. 강지윤 기자는 “현장에서 만난 청년들도 자신이 겪었던 일을 별거 아닌 것처럼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인터뷰 후 기사가 세상에 나갔을 때 사람들이 자신을 부정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 같았다. 같은 인터뷰를 며칠에 걸쳐 두세 번씩 한 뒤에야 솔직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을수록 이들의 고립은 게으름이나 나약함 때문이 아니라, 인간관계가 사치재가 되어버린 사회 구조 탓이라는 생각이 뚜렷해지기 시작했다. “고립 지원 센터에서 취재를 마치고 나올 때 누군가 제게 말을 걸었어요. ‘저도 CBS에서 일한 적 있다’고요. 현장에서 같은 업계 사람을 만날 거라고 생각을 못 해서 당황했는데, 이분과 인터뷰를 하다 보니 느꼈어요. 제가 고립 청년이 되지 않은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는 걸요.”(강지윤)


강 기자가 이날 만났던 민성 씨(가명)는 기자를 꿈꿨다. 그러나 대학 등록금을 내지 못해 학교를 중퇴한 뒤 삶이 꼬이기 시작했다. 그는 언론사 단기직을 전전했지만, 그마저도 30대가 넘자 일이 끊겼다. 운 좋게 분야를 바꿔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으나 직장 내 괴롭힘으로 퇴사하며 고립 상태에 빠졌다. 강 기자는 “부모님이 학비를 도와주시지 못했다면, 취업과 실직을 반복하며 저만의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했다면 저 또한 고립에 빠지지 않을 수 있었을까 싶었다”면서 “모두가 그런 상황에 있었다면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민희 기자 역시 취재 과정에서 은둔 청년에 대한 편견이 깨지는 경험을 했다.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만 고립될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한국 사회에서 이른바 ‘승리자’로 여겨지는 대기업 정규직 청년조차 고립을 피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6월24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렸던 ‘2026 서울국제도서전’에서 강지윤 노컷뉴스 기자(왼쪽)와 양민희 노컷뉴스 기자(오른쪽)가 저서 <은둔하는 청년들>이 전시된 부스에서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강지윤·양민희 제공

“제가 만났던 분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대기업 공채에 합격해 사회적으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청년이었어요. 그런데 아무도 그가 쓰레기 집에 살면서 은둔하고 있고, 우울증에 걸려 죽음과 가까워지고 있었다는 걸 몰랐던 거예요. 심지어는 가족조차도 몰랐어요. 무한 경쟁 속에서 승자였던 청년이 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붙이다가 고립되는, 이런 경로를 그때 처음 알게 됐어요.”(양민희)


이런 모습을 보며 책의 독자는 ‘기사에 악플을 쓴 사람들’로 정했다. 강 기자는 “저희 기사에도 ‘지금 청년들은 나약하다. 본인 능력에 맞지 않게 높은 곳만 바라본다’는 악플이 많이 달렸다”며 “책을 쓰면서 이런 시선들을 설득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했다. 이어 “가끔 온라인에서 서평을 찾아보는데 어른들이 ‘요즘 청년들 참 힘들겠다’는 반응을 보일 때면, 그래도 고립 청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 조금은 이바지했구나 싶어서 뿌듯한 마음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번 취재는 기자들의 주변을 다시금 돌아보게 만드는 계기로 작용하기도 했다. 수년간 연락을 이어오면서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친구들의 고백 때문이었다. 양민희 기자는 “어느 날 친구가 ‘나도 어느 시기에 집 밖을 나가지 못했다’고 이야기하더라. 그런데 당시엔 자신이 은둔한다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내가 나약한 탓’이라며 자책했다고 했다”면서 “몰랐던 주변의 이야기를 취재하는 동안 많이 알게 돼서 한편으로는 놀랐다”고 말했다.


두 기자는 취재 끝에 우리 사회가 ‘고립되기 너무 쉬운 구조’로 나아가고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긴 노동 시간과 무한 경쟁, 능력주의 속에서 청년들이 관계로부터 즐거움보다 피로감을 먼저 학습하고, 이를 가장 먼저 포기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강 기자는 “SNS나 미디어에선 남녀 갈등이나 타인의 실수를 비난하는 내용을 쉽게 볼 수 있고, 결국 나 역시 그 잣대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면서 “상대방에게 침범받지 않고, 침범하지 않는 관계를 원하게 되는 거다. 그런데 인간관계에서 ‘갈등’은 당연히 벌어지는데, 이를 피하려다 보니 결국 외로운 사회가 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결국 이 책의 목표는 청년 독자에게 ‘안도감’을 전하는 데 있다. “한 명이라도 ‘내가 못나서 은둔에 빠진 것이 아니었네’, ‘나만 이렇게 힘든 게 아니구나’ 하는 위로를 받는다면 이 책은 제 역할을 다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책을 매듭지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아직도 이 주제에서 빠져나오지 못했어요. 배우가 작품이 끝난 뒤 배역에서 빠져나오는 데 한참 걸리는 듯한 기분으로 생활하고 있어요. 그만큼 누군가 한 명에게라도 위로가 닿기를 바라는 진심을 담아 썼습니다.”(양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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