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AI 활용,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언론 다시보기]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사진이나 영상을 뉴스에 사용해도 될까. 된다면 허용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찬반을 따질 겨를도 없이 현실은 이미 질문을 앞서고 있다. 지상파·종편 할 것 없이 국내외 주요 이슈를 다루는 메인뉴스에 쓰이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중국 전승절 열병식 뉴스에 등장해 주목받은 AI 영상은 올해 4월 이란에서 작전 중 격추된 미군 전투기 조종사 구출 작전 뉴스에서, 그리고 5월 호르무즈 해협에 정박 중이던 우리나라 상선 피격 뉴스에서도 사용되었다. 이때마다 AI 영상 사용의 타당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졌다.

JTBC ‘뉴스룸’이 5월5일 <기관실 타깃삼은 공격? “위협 최적지”>란 제목의 보도에서 사용한 AI 제작 영상 화면.

AI 영상 사용을 긍정하는 쪽은 사건이나 상황에 대한 시청자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이해를 돕는 설명 도구로 본다. 교전 상황이나 각종 자연재해, 항공기 사고처럼 실제 촬영본을 확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방송은 오래전부터 사람이 제작한 그래픽을 적극 활용해 왔다. 이 관점에서 보면 AI 영상과 기존 컴퓨터 그래픽(CG)은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제작 도구가 무엇이냐보다 중요한 것은 확인된 사실에 근거했는가이다. 팩트에 기반해 만들었다면 단지 AI 영상이라는 이유만으로 허구라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반대하는 쪽은 AI 영상이 영상 저널리즘의 핵심인 ‘사실성’을 훼손한다고 본다. 방송 뉴스의 사실성, 곧 리얼리티는 영상기자가 사건 현장에서 직접 촬영한 역사적 기록이라는 조건 위에서 성립한다. AI 영상은 이 조건을 충족할 수 없고, 장기적으로 뉴스 영상 전체에 대한 수용자의 신뢰를 흔들 수도 있다. 또 AI 영상에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실제처럼 보이게 만들 위험이 내포되어 있다. 예컨대, 우리나라 상선 피격 보도와 관련해 당시 해수면 위 선체의 타공 여부라든가 외부 화염, 불길 확산 등이 확인되지 않았음에도 해당 AI 영상에서는 타공과 폭발, 화염이 발생하는 장면을 실사처럼 구현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팽팽하게 대립 중인 양쪽 입장을 정리해줄 만한 기준은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AI기본법이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 표시의무만 정하고 있을 뿐 AI 이용 범위를 규율하지 않는다. 언론계에서 만든 자율규범들을 참고할 수 있을 텐데, 오늘은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에 있는 기준을 소개하고자 한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 2025년 개정판에서는 AI 영상의 사용 범위에 관해 비교적 구체적이며 명확한 기준을 제시한다. 먼저, AI로 만든 영상이나 이미지를 ‘보도영상’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보도영상의 가장 중요한 가치가 바로 ‘사실성’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AI로 만든 비실사풍 영상·이미지를 ‘자료영상’으로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자료영상’이라는 용어 대신 ‘뉴스 맥락의 이해를 돕는 보조적인 시각 자료’라는 문구를 쓰고 있다. 무엇보다, 현실과 충분히 구분되는 시각적 스타일로 제작할 것을 요구한다.


영상보도 가이드라인이 다른 AI 규범과 차별화되는 지점은 뉴스 영상을 ‘보도영상’과 ‘자료영상’으로 구분함에 있다. 두 가지 모두 방송 뉴스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지만, 그것이 수행하는 기능 및 핵심 가치가 다르다. 보도영상의 가치는 사실성에 있고, 사건 현장에서 영상기자가 직접 사실을 기록한 영상은 그 자체로 역사적 기록이 되며 보도영상으로 인정받는다. 이러한 보도영상은 AI나 컴퓨터 그래픽으로 대체될 수 없다. 하지만 모든 방송 뉴스가 보도영상만으로 구성될 수는 없다. 아직 발생하지 않은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도 있고, 이미 벌어진 사건이라도 기자가 현장에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까지 실제 촬영 영상만을 고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때 사용될 수 있는 것이 사건의 맥락에 대한 이해를 돕는 보조적 시각 자료, 곧 자료영상이다.


한편, AI로 자료영상을 만들 때 실사 영상이나 사진과 충분히 구분되도록 하라는 가이드라인이 다소 의아하게 들릴 수 있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AI 성능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기술적으로 가능하다고 해서 가능한 모든 것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것은 마치 엔진 소음이 전혀 없는 전기자동차에 보행자 안전을 고려해 일부러 소리를 더하는 일과 비슷하다. AI가 만들어낼 수 있는 실재감을 일부러 절제함으로써, 수용자가 그것을 실제 촬영 영상으로 착각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장치인 셈이다.


AI 시대의 언론에 필요한 것은 일률적인 금지나 무조건적 수용이 아니다. 가능한 것과 바람직한 것, 촬영된 현실과 만들어진 설명을 구분하는 일이다. 보도영상과 자료영상을 구분하는 시도 역시 그 하나의 방편이 될 것이다.

양재규 변호사·언론중재위 연구교육본부장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