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공전 못 볼 뻔? 월드컵 '블랙아웃' 일단 막았지만…

FIFA, JTBC 중계권료 일부 미납에 송출중단 경고
23~24일 정부 등 총력대응에 "정상 중계" 일단락
향후 올림픽·월드컵 등 중계 불확실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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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JTBC가 중계권료 일부를 미납해 국제축구연맹(FIFA)이 송출 중단을 경고하는 한편, 지상파 방송사에 중계권 구매 의사를 타진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FIFA가 데드라인으로 언급한 23일 밤 월드컵 중계가 끊기는 초유의 사태가 점쳐지며 중앙그룹은 물론 다수 관련 기관이 비상 체제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24일 JTBC가 “결승전까지 차질없이 중계한다”는 입장을 내며 급한 불은 끈 상태지만 당초 북중미 월드컵 중계 등 회사 본연 업무가 정상 운영될 것이란 방침이 타격을 받았다. 주요 계열사의 회생절차 신청 국면에서 중앙그룹이 '중계권 재협상' 의사를 드러내며 향후 스포츠 빅이벤트에 대한 국내 중계의 불확실성도 커진 상황이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3차전 대한민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의 경기가 열린 25일 경기도 수원시 스타필드 수원 별마당도서관에서 시민들이 중계방송을 보며 응원하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복수의 방송사 관계자 등에 따르면 FIFA는 지난 주말 전후 국내 북중미 월드컵 중계권을 지닌 JTBC가 중계권료 300억원가량을 미납(전체 중계권료 약 1920억원)했다며 지상파 방송사에 접촉했다. JTBC가 분납을 48시간 내 이행하지 않을 경우 송출을 중단할 예정인데 중계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는 것이다. 이후 중계권료 규모 등 계약 조건에 대해 FIFA가 추가 제안을 하거나 공문·계약서가 오가진 않았지만 실제 JTBC의 월드컵 중계가 중단될지 의문 속에 송출 중단 시점으로 거론된 23일 밤 11시를 맞았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의 조별리그 3차전을 이틀 앞둔 시점이었다.

이날 밤부터 24일 오전까지 KBS 관계 부서와 홍보팀은 비상 체제였다. 지상파 중 유일하게 JTBC로부터 중계권을 구매(140억원)한 KBS는 ‘송출 중단’에 직접적 영향을 받는 곳이었다. 23일 KBS는 사태 경위 관련 설명과 중계에 대해 확실히 보장하는 문서 등 없인 26일 입금 예정인 중계권료 4차 분납금을 지급 못한다는 공문을 JTBC에 보내기도 했다. KBS 한 관계자는 “JTBC로부터 잔금 문제로 FIFA에서 압박이 있었던 건 사실이고 대회 끝날 때까지 중계방송에는 문제가 없다는 답변을 들은 것으로 안다”고 했다.

KBS는 JTBC 송출 중단 시에도 정상 중계를 할 수 있는 방안 등을 FIFA와 논의한 것으로 알려진다. 24일 오전 2시를 기해 ‘KBS가 사태를 책임지고 해결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긴급 보도자료를 낼 준비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는 23일 일본 TBS의 보도로 가시화됐다. 이 외신은 이날 “JTBC가 FIFA에 중계권료 일부를 아직 지급하지 않았고, 기한 내 납부하지 못할 경우 29일부터 시작되는 토너먼트 경계 중계가 중단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24일 오전 JTBC가 “현재 대회가 진행 중인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의 결승전까지 모두 차질없이 중계한다”며 “대한민국 대표팀의 경기는 물론 토너먼트의 마지막까지 월드컵 현장을 생생하게 전해드릴 예정이니 잘못된 정보에 착오 없으시길 바란다”는 입장을 내며 당초 보도는 오보 또는 헤프닝으로 보였다.

하지만 보도 이전부터 FIFA가 구체적 중단 시점과 더불어 중계권 관련 문의를 하는 등 행보에 대해 방송사 관계자 등은 이번 월드컵 중계가 실제 ‘블랙아웃’ 될 수도 있었던 급박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실제 개별 회사 차원을 넘어 국민 공분을 일으킬 수 있고 정치, 국제적 문제로도 비화할 수 있는 성격상 이날 밤 관계기관들이 총출동해 사태 진화에 나섰다. 중앙그룹에서 FIFA본부가 있는 스위스에 인력을 보내 협상을 진행한 것은 물론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 대한축구협회도 사태 해결을 위해 움직였다.

FIFA가 한국 내 월드컵 중계를 끊는 일이 벌어지진 않았고, 실제 JTBC에 영상 송출을 중단할 생각이었는지 단언하긴 어렵다. JTBC를 비롯해 중앙그룹 주요 회사들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상황에서 잔금을 못 받을까 압박을 가한 차원일 수도 있어서다. 다만 경영난 속에서도 “북중미 월드컵 중계 등을 비롯한 회사 본연의 업무는 중단 없이 정상 운영될 것”(15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 기자회견 발언)이라 밝힌 중앙그룹의 방침이 일부 타격을 받았다는 사실은 명확하다.

법원에 회생을 신청한 종합편성채널 JTBC 등 중앙그룹 계열사 5곳에 대한 대표자 심문 기일이 열린 23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서초구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중앙그룹 계열사 기업회생신청 대표자 심문을 마친 뒤 이동하고 있다. /공동취재

이번 사태는 향후 ‘스포츠 빅이벤트’에 대한 국내 중계의 불확실성을 더욱 키운 측면도 있다. JTBC 등이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한 후 중앙그룹이 중계권 계약에 대해 다시 협상에 나설 의사를 드러낸 상황이다. 중앙그룹의 대리인은 계열사 대표자가 서울회생법원에 출석한 23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 FIFA와 협상을 통해 향후 손실을 줄이겠다”, “쌍방 미이행 쌍무계약 해지, 그것 때문에 들어갔다”며 중계권료 조정을 언급했다.

쌍방 미이행 쌍무 계약은 계약 양 당사자에게 이행 의무가 남은 계약을 뜻한다. 중앙그룹은 2032년까지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등의 국내 중계권을 확보하고 있는데, 남은 대회의 중계권이 아직 제공되지 않은 만큼 쌍방 이행할 의무가 남아있다. 회생이 개시된 기업에 이 계약이 남은 경우 법원 허가를 받아 해지할 수 있는데 이를 지렛대 삼아 중앙그룹이 중계권료 감액이나 지급 유예를 요구하려는 행보로 해석된다. 미디어시장 전반의 침체로 IOC나 FIFA가 한국 내 새 사업자를 찾기 쉽지 않을 수 있다는 배경도 있다.

방미통위, JTBC 대표 의견청취…“시청권 침해 없도록 노력 당부”

방미통위는 24일 전진배 JTBC 대표를 불러 앞선 JTBC 송출 중단 건과 회생신청 관련 현황 파악, 개인 채권자 피해문제, 시청권 보호 대책 등에 대해 비공개로 의견청취를 진행했다. 방미통위는 25일 JTBC 관련 입장을 담은 보도자료에서 “국민관심행사의 보편적 시청권이 보장될 수 있는지 여부를 우선적으로 확인했다”며 “JTBC는 FIFA로부터 북중미 월드컵 모든 경기 중계를 정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위원회에 보고했고, 방미통위는 충실한 경기 중계를 통해 국민 시청권에 어떠한 차질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을 당부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외주제작 관련 파견직 및 프리랜서 종사에 대한 보호 최우선, 향후 회생절차 진행 과정 등에서 관련 종사자의 지위 안정을 위한 조치 마련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방미통위는 또 종사자 지위 불안에 따른 방송 제작 및 편성 차질과 국민 시청권 침해를 막기 위한 노력을 당부하고, 회생신청에 따른 재승인 심사 제출서류 전반의 변경도 요구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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