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늘릴 때 생기는 일

[이슈 인사이드 | 경제] 조미현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국내 주식시장 상승 영향으로 국민연금 기금자산의 국내 주식형 비중이 늘고 국내 채권형 비중은 줄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모습. /뉴시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의 비중 목표를 확대했다는 소식에 주식 투자자들은 적지 않게 안도했을 것이다. 코스피가 오를 때마다 국민연금이 보유 비중을 맞추려고 국내 주식을 대거 팔 수 있다는 걱정은 줄었기 때문이다.


주가가 오르고 많은 사람이 이익을 얻는다면 다행이다. 하지만 선택에는 늘 대가가 따른다. 특히 경제에서는 ‘공짜 점심’이 없을 때가 많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더 담는다는 것은 다른 자산을 덜 담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실제 국민연금은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높이면서 국내 채권과 해외 채권 목표 비중을 각각 23.1%, 7.4%로 조정했다. 특히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을 지난해 말 26.5%에서 올해 말 23.1%로 3.4%p 낮췄다.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 비중을 줄여온 것은 전혀 새로운 방향은 아니다. 국민연금은 오래전부터 국내 채권 비중을 낮추고 해외 투자와 위험자산 비중을 늘려 장기 수익률을 높이는 전략을 펴왔다. 다만 올해 초에는 속도를 늦추는 듯했다. 1월 국민연금은 올해 해외주식 비중을 낮추는 대신 국내 채권 목표 비중을 23.7%에서 24.9%로 확대했다. 외환시장 부담을 줄이고 국내 자산 비중을 일부 높이겠다는 취지였다.


불과 넉 달 만에 비중 축소 속도가 다시 빨라진 것이다. 국민연금은 국내 채권시장에서 300조원 가까운 채권을 보유한 초대형 장기 투자자다. 이런 ‘큰손’의 국내 채권 비중이 낮아지면 국채와 회사채, 금융채를 받아주는 장기 수요 기반은 약해질 수 있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보다 조용하다. 코스피가 오르면 환호하고 떨어지면 불안하지만, 금리 변화에 대한 체감은 즉각적이지 않다. 하지만 실제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크고 광범위하다. 국채금리는 정부가 돈을 빌릴 때 치러야 하는 가격이다. 회사채 금리는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이다. 은행채 금리는 주택담보대출과 기업대출 금리에 연동된다. 채권시장의 부담은 시장 안에만 머물지 않고 정부, 기업, 가계로 번진다.


물론 국민연금이 국내 채권 비중을 낮춘다고 해서 곧바로 시장금리가 오른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시장금리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물가, 환율, 미국 국채금리 등 여러 요인에 따라 움직인다. 국민연금의 국내 채권 비중도 아직 목표치에 못 미친다. 하지만 국민연금처럼 긴 호흡으로 채권을 사주는 투자자가 한발 물러서는 것은 분명 국내 채권시장 수급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더구나 지금은 채권을 사줄 안정적인 수요처가 필요한 시기다. 고령화와 복지 지출 확대 등으로 정부의 재정 수요는 커지고 있다. 기업들도 인공지능(AI), 반도체, 배터리, 전력망 등 대규모 투자를 위해 계속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 여기에 가계부채 규모가 여전히 큰 만큼 시장금리 상승은 가계의 이자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채권을 꾸준히 받아주던 장기 투자자의 역할이 축소되는 것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조미현 한국경제신문 금융부 기자.

오랜 시간 지켜온 기금 운용의 원칙을 흔들 때는 대가가 무엇인지 정확히 따져야 한다. 코스피 9000 달성에만 환호하기에는 그 결정의 파장이 깊고 넓을 수 있어서다. 가뜩이나 주가 상승의 기대가 커지면서 국민연금을 증시 부양 수단으로 써도 되느냐는 근본적인 문제제기는 뒷전으로 밀린 상황이다. 국민연금의 선택이 주식시장의 호재로만 작용할지, 아니면 경제 전반에 금리 부담이라는 비용을 떠넘긴 것인지는 두고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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