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그룹 지주사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그룹 내 5개사가 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JTBC가 12일 채무 불이행을 선언한 지 2~3일 만이다. 핵심 계열사 중앙일보는 대상이 아니지만 그룹 전반의 위기 속에 기업구조 개선작업(워크아웃)을 추진한다. 장기간 경영위기 속에 계열사들끼리 자금대여, 빚보증을 해주며 누적돼 온 재무 부담이 그룹 전반 위기로 일시에 가시화됐다. 주요 언론을 보유한 대형 미디어그룹이 존속을 위협받는 상황에 조직 내부는 물론 언론계, 시장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5일 JTBC는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고 공시했다. 중앙그룹 지주사 중앙홀딩스를 비롯해 방송 콘텐츠 사업을 하는 콘텐트리중앙, 영화관 사업을 하는 메가박스중앙,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중앙피앤아이도 전날 법원에 회생절차를 신청하며 그룹 내 핵심 법인의 위기가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졌다.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그동안 경영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했으나 대외경제 여건 악화와 신용등급 하락으로 인한 자금경색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오늘의 불가피한 선택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했다. 이어 “채권자와 주주 등 이해관계자의 피해 회복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12일 JTBC가 206억원 규모 유동화 차입금을 제때 상환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날 JTBC의 신용등급을 무보증사채 기준 ‘CCC’로 낮췄고, 법정관리 신청 후엔 ‘D’(원금 또는 이자지급 불능 상태)로 떨어트렸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사는 메가박스중앙, SLL중앙, 콘텐트리중앙, 중앙일보 등 계열사 전반 신용등급을 잇따라 하향조정했다. 코스피 상장사 콘텐트리중앙은 주식 거래가 정지됐다.
계열사 간 자금대여·보증… 재무 부담 누적, 그룹 전체로 일시에 가시화
이 같은 재무위기는 JTBC 채무 불이행으로 수면 위에 올랐지만 근간엔 누적된 재무악화가 있다.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중앙홀딩스의 부채비율은 연결기준 4500%대였다. 1년 내 만기 차입금·사채와 전체 금융부채 규모만 각각 9970억원, 1조2248억원이었다. JTBC도 연결기준 부채비율 2621%, 누적 결손금 7032억원이었다. 콘텐트리중앙은 SLL중앙이 발행한 전환우선주(1700억원)·이매지너스 지분(368억원) 매입 자금 부담이 있고, 6월 말 만기인 전환사채(장부가액 1182억원) 상환 부담도 지고 있다.
방송광고와 콘텐츠 시장이 위축되며 시장 여건이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경영진의 무리한 판단은 악수가 됐다. 일례로 JTBC는 개국 후 타 종합편성채널의 두 배가량 콘텐츠 투자비용을 지출해 왔는데 성과는 따르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2019년부터 수천억원을 들여 2026~2032년 동·하계 올림픽, 월드컵 국내 중계권을 잇따라 사들이면서 비용 부담을 키웠다. 중계권 재판매마저 뜻대로 되지 않아 2월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은 단독 중계로 적자 부담을 안았고, 약 1900억원을 들인 북중미 월드컵은 TV 중계권을 KBS에만 140억원에 재판매하는 데 그쳤다. 2032년까지 아직 4개 이상의 대회가 남아 추가 비용 지출이 불가피하다.
주요 계열사 부진 속에 중앙그룹은 내부 자금순환, 즉 계열사 간 대여와 지급보증, 담보제공 등을 통해 단기성 차입을 메우며 버텨왔는데 한계에 달하며 사태가 터졌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주요 계열사의 저하된 영업실적의 지속으로 전반적인 재무부담이 과중한 수준”이라며 지난해 말 중앙홀딩스와 JTBC, 콘텐트리중앙의 연결기준 전체 차입금 규모를 2조8000억원으로 추산했다.
JTBC, 타종편 대비 콘텐츠 투자비 2배… 중계권 투자 등 비용부담 키워
그룹 내에서 가장 안정적 성과를 내온 중앙일보도 워크아웃을 추진한다. 법원이 주도하는 회생절차와 달리 채권단과 협의를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말 기준 총차입금 2887억원 외에도 관계사에 대한 2250억원 지급보증 부담을 안고 있다.
박장희 중앙일보 대표는 15일 “중앙일보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계열사와는 경영적으로 분리된 독립 법인이다. 워크아웃 추진은 계열사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자구 노력”이라고 밝혔다.
법원은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앙그룹 5개사에 대해 절차 개시 전 자산과 채권 등 처분을 막기 위한 동결 조치를 15일 내렸다. 재판부는 영업을 이어갈 가치가 있는지 등을 따져 통상 한 달 안에 개시 여부를 결정한다. 회생절차가 개시되더라도 중앙그룹은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신규 투자유치 등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진행 중인 재승인 심사도 JTBC로선 부담이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15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동성 위기가 방송사업 자체에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라고 파악하고 있다”면서도 “재승인 과정에 재무·기술 분야 평가도 포함돼 있기에 관련 부분들을 주목해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대형 미디어그룹의 경영 위기에 언론계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중앙일보와 JTBC 내부는 충격이 특히 크다. 그간 경영위기 징후는 있었지만 면밀히 공유된 적은 없던 터 급작스럽게 채무 불이행에 회생신청까지 이어졌다. 파장이 현실화하며 15일 JTBC는 일부 카드사가 법인카드 사용을 중단시켰고, 차후 모든 법인카드로 확대될 예정이라고 공지했다. 실제 JTBC와 중앙홀딩스는 물론 중앙일보까지 법인카드가 막힌 사례가 확인된다. 11일 중앙일보는 신용등급 하향에 따른 차입금과 이자비용 상승 대응 차원에서 비상경영 조치를 강화한다며 이달부터 대표 30%, 그룹 임원 20% 급여 반납, 부서장 특별취재비 30% 삭감 등을 시행하겠다고 했다.
중앙일보·JTBC 노동조합은 사측과 지속 만남을 진행하며 논의 결과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사측은 구조조정은 없다는 방침을 고수하지만 우려는 해소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3년 JTBC의 80여명 규모 희망퇴직, 2024년 JTBC플러스의 직원 분사 요구를 통한 정리해고 등이 있었던 터다. 홍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지금은 중앙그룹 역사상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빠른 정상화를 위해 필요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며 고용 안정 등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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