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12일(한국 시각) 개막한 가운데 열악한 재정 여건에도 불구하고 현지에 취재진을 파견한 지역 언론들이 있어 주목된다. 이들은 지구 반대편으로 기자들을 보내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를 지역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15시간의 시차와 적은 인력 등 취재 환경은 결코 녹록지 않지만 한국 대표팀을 밀착 취재하며 다양한 월드컵 소식을 상세하게 보도하고 있다.
경기일보·경인일보·매일신문·부산일보 등 4개 지역 신문사는 이번 월드컵을 맞아 8~9일 멕시코 과달라하라로 취재진을 파견했다. 그간 경인일보와 매일신문, 부산일보는 20~30여년간 꾸준히 현지에 기자를 파견했는데, 이번에도 그 연장선에서 현장에 취재진을 보냈다. 반면 경기일보는 이번이 첫 현지 파견으로, 디지털미디어국 권종오 부국장과 김종연 PD 2명을 멕시코로 보냈다. 권종오 부국장은 SBS에서 30년 넘게 스포츠 취재기자로 일한, 월드컵만 9차례 취재한 베테랑이다. 이용성 경기일보 편집국장은 “지역 언론이 스포츠에 약한데, 좀 더 활성화해보자는 차원에서 권 부국장을 모셔왔다”며 “확실히 현지에 기자를 보낼 때와 안 보낼 때 차이가 크다. 지면, 온라인, 유튜브 등에서 굉장히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항상 그랬듯 이번 월드컵에서도 지역 언론이 취재 권한을 얻는 것부터 쉽지 않았다. 월드컵 취재를 원하는 언론사는 대한축구협회(KFA)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에 취재 신청을 해야 하는데, 할당 인원이 제한적인 데다 중앙지 위주라 경기장 출입증(AD 카드)을 받기까지 많은 고충이 따른다. 결국 올해 처음 취재진을 파견한 경기일보는 AD 카드 없이 기자들을 현지로 보내야 했다. 이화섭 매일신문 기자는 “올해는 비교적 쉽게 취재 자격을 얻었는데, 예전에는 지역 국회의원에게 따로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장벽이 높았다는 이야길 들었다”며 “준비는 2월부터 한 것 같다. 대부분의 지역 언론은 체육기자협회에 가입이 안 돼 있어 KFA와 직접 소통을 해야 하는데, 4월에 쿼터(할당)를 받고 5월 초·중순쯤에야 취재 신청을 완료했다”고 말했다.
어렵게 현지에 간 기자들은 대표팀 경기를 포함, 훈련 현장과 공식 기자회견 등을 취재하며 다양한 분석 기사를 내보내고 있다. 멕시코 현지 분위기와 우리 응원단 소식을 지역 언론의 시각으로 전하는 것은 물론이다. 아예 회사에서부터 카메라를 챙겨가 지면과 온라인, 유튜브 콘텐츠를 모두 소화하는 기자도 있다. 이영선 경인일보 기자는 “사진기자도, 영상기자도 없이 홀로 왔는데 어느 정도는 보완하고 싶다는 욕심이 있어 장비를 받아왔다”며 “선수들 훈련하는 영상도 찍고 있고, 영상통화를 통해 현지 분위기도 전달하고 있다. 최대한 새로운 것들을 많이 시도해볼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취재 환경이 녹록지만은 않다. 일단 멕시코와 한국의 시차가 15시간이다. 한국 마감시간에 맞춰 일하려면 새벽을 지새워야 한다. 온라인 기사로 대응하고 있지만 토요판이 없는 지역 언론 특성상 금요일 경기 소식을 월요일에 보도하는 것 역시 기자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만큼 세밀한 분석을 담아내야 해서다. 다행히 치안은 우려했던 것보다 양호한 편이지만 언어 장벽과 예상치 못했던 잦은 폭우 및 정전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영선 기자는 “한국 경기가 있었던 11일(현지 시각) 밤에도 폭우가 쏟아지며 변압기가 파손돼 정전이 있었고 12일 밤에도 마찬가지였다”며 “한국에선 정전이 굉장히 특이한 일인데 여기는 만연한 것 같더라. 이런 변덕스러운 날씨가 경기시간에도 이어질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 대표팀은 11일 체코와의 A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황인범과 오현규 선수의 골에 힘입어 2-1로 승리했다. 첫 경기에서 승리하며 32강 진출이라는 목표에 한 걸음 다가섰고, 대진 운이 따르며 그 이상의 성적을 바라보는 팬들도 많아졌다. 이화섭 기자는 “퇴장 징계로 수비수 세사르 몬테스가 한국전에 결장하는 등 멕시코에 악재가 생겼다”며 “멕시코와 대등한 경기력을 보여주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쉽게 잡으면 32강은 무난하게 진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다만 16강부턴 하늘에 빌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들은 대표팀이 여정을 끝낼 때까지 현지에서 취재를 이어갈 계획이다. 만약 대표팀이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하면 멕시코시티, 2위를 하면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32강전을 치르게 된다. 기자들 취재 동선 역시 그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김진성 부산일보 기자는 “한국 선수단 여정이 끝날 때까지 계속 취재를 할 계획”이라며 “향후엔 좀 더 많은 지역 언론이 월드컵 취재에 동참했으면 좋겠다. 물론 FIFA도 문호를 더 넓혀야겠지만 매체 영향력을 넓히기 위해서라도 이런 국제적인 행사 취재는 지역 언론에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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