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가 주최한 제21회 ‘기자의 날’ 기념식이 4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한겨레신문 부사장 등을 지낸 언론인 임재경 선생이 ‘기자의 혼(魂)’ 상을 수상했다. ‘기자의 날’은 1980년 5월20일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검열에 맞서 전국의 기자들이 일제히 제작 거부에 들어간 날을 기념하기 위해 2006년 제정됐다. 아울러 본보기가 될 기자를 선정해 시상도 해왔다.
제428회 이달의 기자상 시상식과 함께 진행된 이날 기념식에서 박종현 한국기자협회 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시대는 빠르게 변하고 있지만 언론인, 기자의 역할은 달라질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리는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권력을 감시하고 공동체의 아픔을 기록한다. 무엇보다 분명한 역사의식을 갖는 것이 언론 존재의 핵심일 것이고 저희가 따라야 할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어 “오늘 한국기자협회는 선후배 여러분이 함께 모이는 기자의 날 기념식을 열게 됐는데, 선배들의 정신과 이상을 이어받고 후배들이 따를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기념식엔 역대 기자협회장들과 더불어 원로 언론인, 정치권, 언론시민단체 인사 다수가 참석해 기자의 날을 축하했다. 역대 기자협회장 중에선 박기병, 이춘발, 노향기, 안병준, 남영진, 조성부, 정일용, 정규성 고문이 참석했다.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이부영 위원장, 조선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신홍범 위원장, 자유언론실천재단 조성호 명예 이사장도 행사에 참여했다.
아울러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김재홍, 박영규, 신연숙, 이원섭, 현이섭 공동대표, 김영호, 윤후상, 이희찬, 김상균, 김상기, 전진우 운영위원, 김형배 감사가 함께 했고 정남기·표완수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이사장, 박동영 전 KBS 이사, 정상모 평화민족문화연구원 이사장, 김현식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 공동대표가 자리를 빛냈다.
한종범 80년해직언론인협의회 상임대표는 축사에서 “기자협회는 1980년 5월20일, 그날의 의미를 새기기 위해서 21년 전 기자의 날을 만들었고 해마다 그 행사를 해오고 있다. 그로 인해 그날의 일이 추억, 망각 속에 묻히지 않고 오늘도 취재 현장에서, 언론 현장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론 자유를 위한 이정표가 되고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며 “한국기자협회에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자리에 제가 가장 존경하는 동아투위, 조선투위 선배들이 와 계신다. 선배들이 언론 자유의 횃불을 높이 세웠고 저희는 그것을 이어받았다고 자부한다. 이 횃불을 언론 현장의 여러분들이 이어받아 바로 우리 언론 현장에서 가치로 여겨주고 임해줬으면 고맙겠다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해 본다”고 덧붙였다.
이부영 동아투위 위원장은 “중앙정보부 통제관이 저희와 함께 (오전) 9시에 출근해서 편집국에 들어와 편집장 옆에 자리 잡고 ‘이건 빼고, 이건 제목을 줄이고 넣고’ 이런 식의 언론통제가 이뤄지는 시절을 살았다”며 “여러분들은 그런 시대를 볼 필요는 없겠지만 자본이라는 새로운 무서운 존재와 씨름하고, 또 유사 언론과도 싸워야 할 것 같다. 오늘 여기 참석한 분들은 새 시대에 적합한 언론의 취재활동을 하고 있는 기자들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런 취재를 계속 해주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이날 기념식에선 임재경 선생이 ‘기자의 혼’ 상을 수상했다. 앞서 ‘기자의 혼’ 상 선정위위원회는 “임재경 선생은 구순에 이르기까지 언론인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엄격한 자기성찰을 통해 지식인으로 지켜야 할 윤리와 규범을 실천해 온 올곧은 언론인”이라며 “임재경 선생의 치열하고 투철한 언론인 정신은 후배 언론인들에게 ‘살아 있는 전범’이 될 것”이라고 선정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역대 아홉 번째 수상자인 임 선생은 1961년 조선일보에서 언론계 생활을 시작했다. 1974년 한국일보로 이직해 논설위원으로 활동하던 중 1980년 5월 ‘전두환 신군부 규탄 지식인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강제 해직당하고 투옥되는 등 고초를 겪었다. 그 뒤 미국 하버드대학 국제문제연구센터에서 연구위원으로 활동한 그는 귀국 후엔 재야 민주화 운동 본격 참여하며 1986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 결성을 주도했고, 군사독재의 ‘보도지침’을 폭로한 월간 <말>의 편집 출간을 지도하기도 했다. 한겨레신문 창간에도 참여해 편집인 겸 논설주간, 부사장, 논설고문 등을 역임했다.
임재경 선생은 이날 기념식에서 수상소감을 통해 “‘기자의 혼’이란 의미는 좋다. 기자들 중에서 싸우다가 고생하시고, 또 그러다 돌아가신 분들을 기리기 위해 만든 상이지 않나. (다만) 제 생각에 기자의 혼이란 말은 지나치다. 너무 무시무시하지 않나. 90살까지 그렇게 살아야겠나. (웃음) 가능하다면 전 ‘기자의 멋’이라고 하고 싶다. 저는 좀 재미없게 살았지만, 재미있게 사는 대신 떳떳하게 살면 되고, 그게 멋이라는 게 이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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