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취임 1년을 맞는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소통을 강화하는 행보를 보였다. 지난해 7월 사상 최초로 국무회의를 생중계한 데 이어 이 기조를 업무보고로까지 확대했고, 그 결과 48개 부처 업무 생중계는 5월15일 기준 465건에 달했다. 이 대통령은 언론과도 긴밀하게 소통했다.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취임 30일 만에 기자회견을 여는가 하면 해외 순방 때도 기내 간담회를 진행하는 등 언론 소통에 적극적으로 임했다. 오는 8일에도 대통령은 네 번째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기자들에게 향후 국정운영 방향을 가감 없이 밝힐 예정이다.
청와대를 출입하고 있는 기자들은 현 정부의 소통 의지를 대체로 긍정했다. 전임 정부와 비교해 취재 환경이 나아졌고, 소통의 문이 넓어졌다는 데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기자들의 긴장감도 그만큼 높아졌다.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에 개별 기사 링크를 올리고 공개 반박을 하는 상황이 큰 압박이 되고 있어서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맞춰 뉴미디어풀단이 신설되고, 기성 매체의 영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점 역시 기자들에게 많은 고민거리를 남기고 있다.
전임 정부와 비교하면 청와대와 출입기자들 간 접촉면은 일단 상당히 넓어졌다. 모두발언 정도만 공개되던 대통령 주재 회의가 전체 공개되고 있고, 공식 브리핑과 비보도 간담회 역시 늘었다. 업무 공간이 용산에서 청와대로 바뀐 이후 대통령이 춘추관을 몇 차례 깜짝 방문하는 일도 있었다. 김완진 SBS Biz 기자는 “불쑥 춘추관을 방문하시는 점이나 순방 때 기내 간담회 등을 보면 기자들과 소통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느껴진다”며 “실장이나 수석 등 대통령 참모진들도 중요 사안이 생기면 기자들과 대화하려는 노력이 꽤 있다”고 말했다.
다만 접촉이 늘어난 만큼 새로운 종류의 압박도 생겼다. 취임 초기 언론 브리핑 생중계가 대표적이다. 질문하는 기자 얼굴이 생중계되면서 기자들에 대한 비방과 공격 수위가 높아졌고, 급기야 기자가 대변인을 고소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이후 이규연 홍보소통수석이 거듭 경고하고, 아예 ‘법적 책임’에 관한 문구를 영상 자막에 포함시키면서 현재는 부작용이 상당 부분 사라진 상황이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경제지 기자는 “초반엔 소위 말해 좌표가 찍힐까봐 질문을 머뭇댄 부분도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덜해졌다”며 “강유정 수석대변인의 태도도 많이 달라졌다. 서로를 좀 더 알게 돼서 그런지 부드럽게 넘어가는 경우도 많고 본인이 먼저 카메라 끄고 얘기하자는 경우도 있는데, 질문의 수준이 확실히 다르다”고 말했다.
현재 기자들에게 가장 큰 압박은 대통령의 SNS다. X에 개별 기사 링크를 올리며 수시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데, ‘가짜뉴스’로 규정해 버리거나 추후보도를 요구할 때도 있어 기자들에겐 큰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통신사 기자는 “전 매체를 상대로 추후보도를 강력하게 요구하는 부분이나 과거 일까지 다 끄집어내 스스로 가짜뉴스로 판단해 버리는 걸 보면 언론이 정말 자유로운지 의문이 든다”며 “물론 언론도 사실관계를 잘 확인해야겠지만 그런 긍정적 작용만큼이나 위축되는 부분도 어쩔 수 없다. 당연히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고, 잘못하면 X에 올라갈까 떨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선 청와대의 정보 공개가 선택적이라는 지적 역시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민생 행보나 임명장 수여식 같은 현장들이 경호를 이유로 기자들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KTV나 비서실에 속한 전속 촬영가를 통해 해당 영상을 촬영, 기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있지만 편집된 영상만으론 ‘워치독’으로서의 역할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또한 크다. 나준영 MBC 영상기자는 “역대로 대통령의 민생 행보는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취재 공개를 안 한 적이 없다”며 “경호 차원에서 부담이 된다면 ENG가 아닌 소형 카메라를 들고 가겠다는 뜻까지 전달했는데도 취재가 계속 제한되고 있다. 임명장 수여식 역시 항상 언론에 공개돼 왔는데 비공개하고 있는 부분에 대해선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KTV를 통한 공개적 미디어 정책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매체 규모가 작아 따로 영상기자를 출입시킬 수 없었던 언론사들은 지난해 7월 정부가 KTV 영상을 전면 개방하면서 이를 활용해 수많은 콘텐츠들을 제작하고 있다. 청와대를 출입하는 한 인터넷매체 기자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작은 회사들도 이제는 얼마든지 국정 관련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당장 순방만 하더라도 작은 언론사들은 비용이 너무 비싸 기자를 보낼 수 없었는데, 지금은 KTV 영상을 활용해 뉴스 가치가 높은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게 됐다. 방송사들은 마음이 좀 불편하겠지만 우리 같은 회사엔 정말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물론 KTV 영상을 언론사만 활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모든 국민에 개방되고 유튜버들 역시 대통령 관련 콘텐츠를 제작하면서 언론사가 어떤 차별화를 꾀해야 하는지 고민이 시작됐다. 특히 청와대가 뉴미디어풀단을 신설하고, 몇몇 유튜브 채널을 풀단에 추가하면서 기자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는 상황이다. 나준영 기자는 “새로운 형태의 매체와 저널리스트가 늘어나고 있는데, 그걸 거부한다고 해서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렇다면 취재하고 있는 방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것인가, 또 기존 저널리즘 영역을 어떻게 바꿔나가야 할 것인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