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사장추천위원회 구성을 이행하지 않아 방송법을 위반한 YTN에 시정명령을 내린 지 2주 만인 28일, YTN이 대표이사 직무대행 중심으로 협상단을 꾸려 노동조합과 사추위 구성 관련 협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를 내세운 사추위 논의에 대해 노조는 경영진이 아닌 이사회 기구는 협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요구가 반영된 모양새다. 이에 노조도 교섭 재개 의사를 드러내며 장기간 교착 상태이던 YTN 사추위 구성 논의가 진전을 보일지 관심을 모은다.
YTN은 이날 서울 마포구 YTN뉴스퀘어에서 정재훈 대표이사 직무대행과 오창익 사외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방미통위 시정명령 이행방안에 대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 직무대행은 이날 “YTN의 사추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시청자 여러분과 구성원 여러분께 걱정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서 무거운 책임을 느낀다”며 “회사는 (방미통위의) 시정명령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YTN 신뢰를 다시 세우는 첫걸음이 사추위 구성이다. 대표이사 직무대행으로서 이 책임을 피하지 않겠다”며 변화된 대응원칙과 실행방안을 밝혔다.
이날 공표된 구체적 방안 또는 방침은 ‘거버넌스 위원회 역할 재정립’, ‘대표이사 직무대행 중심 협상단 구성을 통한 협의’, ‘열린 자세의 협상’ 등으로 요약된다.
정 직무대행은 “방미통위 시정명령 이행과 사추위 구성 논의의 실질적 진전을 위해 이사회 논의 결과 필요한 범위에서 절차적 조정을 하기로 했다. 이에 거버넌스위원회를 앞세운 협의 구조를 조정한다”고 했다. 이어 “대표이사 직무대행 중심의 사추위 협상단을 구성한다. 회사는 26일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에 공문을 보내 사추위 구성을 위한 협상을 조속히 재개하자는 뜻을 전달했다. 앞으로 회사 측 협상단은 대표이사 직무 대행을 중심으로 구성한다는 내용도 공문에 담아 보냈다. 또한 협상단이 합의한 내용은 신속히 회사 내부 절차와 이사회 절차로 연결되도록 하여 방미통위 시정 명령을 최대한 조속히 이행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방미통위는 YTN에 7월31일까지 사추위를 구성하라고 시정명령을 내리며, 미이행시 광고 중단 등 방송법에 따른 후속조치를 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배경에서 이날 사측의 기자회견이 마련됐다. 3월 새로 출범한 YTN 이사회는 YTN 사측이 진행해 오던 사추위 관련 협상을 이사회 산하 거버넌스위원회에 위임하도록 했다. YTN지부는 해당 위원회의 사추위 협상 주체로서 자격, 위원회 구성상 최대주주가 사측 대신 협상을 주도할 수 있는 구조 등을 지적하며 “이사회가 YTN 경영권을 직접 장악하려 한다”고 비판해왔다.
평행선을 달리던 YTN 노사 간 사추위 논의에서 이날 기자회견은 사측이 한 발 물러선 행보로 평가할 수 있다. 정 직무대행은 “사추위 협상에 더욱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는 사추위 구성과 관련해 특정한 안을 일방적으로 관철하겠다는 입장을 갖고 있지 않다”며 “사추위가 방송법 취지에 맞게 구성되고 대표이사 선임 절차의 정당성과 보도 독립성, 공정성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다면 구성 방식과 운영 방식에 대해 최대한 열린 자세로 논의하겠다”고 했다.
오창익 사외이사(거버넌스위원회 위원장)도 이날 “그동안 언론노조 YTN지부에서 반복적으로 거버넌스위원회와는 협상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조 입장이 부당하다고 생각했지만 저희의 입장을 고집할 형편은 아니라고 봤다. 중요한 건 노사가 무릎을 맞대고 앉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거버넌스위원회에 문제가 있어서가 아니라 노조의 그동안 요구에 적극적으로 화답하는 측면에서 고집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YTN 노사는 앞서 8차까지 사추위 협상을 진행했으나, 새 이사회의 거버넌스위원회 출범 후 교착 상태가 본격화됐다. 결국 이날 밝힌 기조는 2개월여 공전이 이어지게 만든 구도를 원래대로 되돌린 것에 불과한 것이기도 하다.
이날 YTN지부는 사추위 구성 관련 교섭을 재개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YTN지부는 “권한 없는 거버넌스위원회의 사추위 협상 참여를 철회하고 경영진이 주체가 돼 사측이 협상을 하겠다면 노조 입장에선 거부할 이유가 없고 당연히 교섭을 재개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기존 8차까지 논의 과정에서 노사 동수 구성 원칙이 있었고 노조에선 구체적 사추위 안을 전달했다. 이에 대해 사측이 의견을 준비하도록 요청하고 다시 교섭을 재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YTN지부는 “반 년 넘게 기존 YTN 사추위 제도를 무시하고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안만 계속 고집하고 있기 때문에 사추위 교섭이 난항을 겪고 있다”며 “회사에선 방송법 개정의 취지를 고려해 최대주주로부터 독립적인 사장을 선출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사추위 구성안 마련에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촉구했다.
교착 상태이던 YTN 노사의 사추위 협상 재개가 가시화된 상황은 고무적이지만 향후 구체적 협상 과정에선 난항도 예상된다. 우선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대표이사 직대 협상단’의 구성 면면을 두고 충돌할 여지가 있다. 이날 정 직무대행은 “사측 협상단은 기본적으로 대표이사 직무대행이 책임지는 구조로 구성할 계획이고 회사 실무책임자가 참여”한다면서 “협상 결과가 이사회 논의와 후속절차로 이어질 수 있도록 오창익 사외이사 참여 등도 방안 중 하나로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추위 합의는 노사 협상뿐 아니라 이사회 추인이 필요하고, 자칫 표류할 수 있는 만큼 “이사 한 명 정도는 포함해 위험을 최소화하자는 것”이며 “노조측 주장을 받아들여 대주주측 이사(강희석)는 협상단에서 제외하는 방향으로 정리하고 있다”고도 부연했다.
하지만 YTN지부는 사외이사의 논의 참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YTN지부는 “사추위 협상 자체가 경영진 권한과 업무인데 경영진이 아닌 사외이사가 이런 경영활동에 참여하는 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며 “수용불가”라고 했다. 정 직무대행은 “노조에 이에 대한 설명을 다시 할 예정이고, 반대할 경우 열린 마음으로 이 부분까지 포함해 협상에 나서겠다”고 앞선 기자회견에서 말했다.
기존 8차까지 협상에서 합의를 못 이룬 노사 양측의 구체적 사추위 안에 대한 이견도 여전하다. 양측의 마지막 사추위 제시안에서 사측은 대주주 3인(유진이엔티 2인, 그외 주요 주주 1인), 사외이사 1인, 종사자 3인(YTN지부 2인, 방송노조 1인), 시청자위원 1인 등 총 8인의 구성을 제안했다. 반면 노조는 대주주 3인(주요 주주 각 1인), 구성원 3인(교섭대표 노조), 시청자위원회 1인, 언론 관련 학회 1인, 언론 관련 시민단체 1인 등 총 9인의 구성과 더불어 시민평가단이 사추위와 함께 면접 후보자를 평가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특히 사측은 3인, 노조는 2인의 최종 후보를 사추위가 이사회에 추천하는 방안을 각각 주장하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YTN지부는 과거 YTN 사추위에서 이사회에 최종 2인을 추천했던 방식을 최종 3인으로 변경한 것이 이사회에 추천되는 후보 풀을 늘려 변수 없이 ‘친 유진’ 성향 후보자를 낙점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안됐다고 보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선 지난해 11월 윤석열 정부 방송통신위원회의 YTN 민영화 승인 결정에 대한 법원의 취소 판결, 이를 근거로 유진그룹 퇴출을 요구하는 YTN지부 등 구성원들의 행보에 대해 사측 입장을 묻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정 직무대행은 “지금 이사회와 경영진의 역할은 특정 주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게 아니고 회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것"이라며 “현재 YTN은 사추위도 구성되지 않은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이고 이런 불안정한 상황에서 주주나 구성원, 또 시청자 시민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이사회와 경영진의 책임”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조는 대주주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는데 그 부분에 대해 이사회와 경영진은 직접 관여하거나 판단할 생각이 없다. 그러나 주주를 바꿔야 한다며 회사가 망가지게 놔둘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원칙에 따라서 이사회가 구성됐고 앞으로도 이사회와 경영진은 그 원칙에 따라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평가를 받겠다”고 했다.
오창익 사외이사는 “방미통위에서 시정 명령을 내린 상황이고 난관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노조의 입장이 어떤지는 익히 알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사회나 경영진에서 그 노력을 게을리 하거나 멈출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오늘 기자회견을 열게 됐다”며 “일환으로 YTN 정상화를 위해서, 만약 가능하다면 노조 조합원과 함께 공개 토론을 하는 자리를 만들어주면 좋겠다. 유진 퇴출을 비롯해 YTN을 둘러싼 현안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보는 자리도 저는 바람직한 해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하고 제안해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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